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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의 외주화' 대기업 산재보험 감면 '특혜'
100대 기업, 3년간 인하액 33% 차지…삼성전자, 납입액 절반 794억원 회수
2015-09-09 14:23:54 2015-09-09 17:14:22
100개 대기업이 산재보험 감면 특례로 전체 보험료의 3분의 1을 돌려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지난 3년간 납입한 보험료의 절반에 가까운 돈을 회수했고, 일부 대기업은 '위험의 외주화'로 산재를 중소기업에 떠넘기면서 '특혜'를 누렸다. 
 
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한정애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산재보험료 특례 적용 상위 100개 대기업이 지난해 돌려받은 보험료는 총 4308억원으로 전체 보험료 인하액(1조3000억원)의 33%를 차지했다.
 
대기업이 돌려받는 산재보험료는 해마다 늘고 있다. 개별실적요율제가 적용돼 산재보험료 특례를 누린 상위 100개 대기업의 몫은 2012년 3899억원(31%)에서 2013년 4043억원(32%), 지난해 4308억원으로 증가 추세다. 개별실적요율은 사업장에서 산업재해가 일어나는 정도에 맞춰 보험료율을 인상하거나 인하하는 제도다. 재해가 적을수록 산재보험료를 많이 돌려받을 수 있다.
 
일부 대기업은 위험 업무를 하청업체에 외주화하면서 산재 발생 비율을 줄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이 지난 6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중대재해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 가운데 하청노동자 비율은 38.6%에 달했다. 위험을 외주화한 대기업 사업장에선 산재사고가 일어나도 책임은 작업을 맡은 하청업체가 진다. 대기업은 보험료를 덜고, 중소기업의 부담은 늘어나는 구조다. 한 의원은 "위험의 외주화로 대기업이 감면받는 산재보험료가 늘어나고 있다"며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의 80%가 발생하는 50인 미만 중소기업의 산재보험료는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기업들은 산재보험료 특례 상위 100대 기업에 대부분 이름을 올렸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에만 산재사고로 8명이 목숨을 잃어 '2015년 최악의 살인기업'에 선정됐지만, 지난 3년간 507억원(6위)의 산재보험료를 돌려받았다. 지난해 10명이 산재사고로 숨진 현대건설도 347억원으로 8위를 차지했다.
 
특히 산재사망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캠페인단이 '지난 10년간 최악의 노동자 살인기업'으로 뽑은 삼성전자는 지난 3년간 794억원을 돌려받았다. 100대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액수로, 납입한 산재보험료의 절반에 가깝다. 삼성전자에선 반도체 직업병 등으로 지난 10년간 101명(정부 통계 31명, 피해 제보 80명)이 목숨을 잃었다.
 
한 의원은 "산재보험 개별실적요율제는 중소기업과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제도가 돼야 한다"며 "대기업 혜택으로 전락하고 있는 개별실적요율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순민 기자 soonza00@etomato.com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한정애 의원.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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