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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앙상블' 서울서 본다…'2015 SPAF' 내달 2일 개막
2015-09-08 18:09:55 2015-09-08 18:09:55
제15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가 10월 2일부터 31일까지 30일간 열린다. 올해 축제에는 특히 서사극의 창시자 브레히트가 1949년 창설한 극단 베를린 앙상블이 최초로 내한할 예정이어서 이목을 끌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센터가 주최,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아르코예술극장, 대학로예술극장, 토탈미술관 등에서 열린다. 공연예술센터는 8일 서울 동숭동 씨어터카페에서 간담회를 개최하고 축제의 이모저모를 소개했다.
 
◇올해 축제, 7개국 22작품 소개
 
이번 축제에서는 독일, 벨기에, 스페인, 슬로베니아, 이탈리아, 프랑스, 한국 등 7개국의 22작품이 소개될 예정이다. 장르별로는 연극 8편, 무용 14편으로 나뉜다. 이중 해외초청작이 7편, 국내초청작이 10편, 솔로이스트 작품이 3편, 창작산실 in SPAF 작품이 2편이다.
 
유인화 센터장은 "재작년에는 해외공연의 경우 보조객석까지 동원해 100.9% 객석점유율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국내외 공연 모두 합쳐 99%의 객석점유율을 기록했다. 유료관객이 85~90%를 차지할 정도로 엄청난 기록"이라고 자평했다. 아울러 "이번 축제에는 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 창작산실 지원작 중 선정위원회가 가장 우수하다 생각하는 연극 한 편과 무용 한 편을 포함했다"며 "예년과는 다르게 보강된 축제, 대한민국 국가대표 축제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센터)
 
'무대를 노래하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진행되는 이번 축제에서 단연 주목받는 공연은 베를린 앙상블의 '셰익스피어 소네트'다. 공연예술센터에 따르면 해외초청작 예산의 3분의1이 이 작품에 투입됐다. 공연티켓 판매에도 일등공신 역할을 하는 중이다. SPAF 관계자는 "해외공연 전체를 관람할 수 있는 티켓인 마니아패키지가 통상은 판매에 1달 정도 걸리는데 이번에는 두 시간 만에 동났다"며 "축제에 대한 관심, 참여작에 대한 관심을 실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셰익스피어 소네트'의 연출은 로버트 윌슨, 음악은 루퍼스 웨인라이트가 맡는다. 25편의 시를 무대화한 이 음악극은 79세의 앙겔라 슈미트, 83세의 유르겐 홀츠 등 베를린 앙상블 소속 단원들이 출연해 셰익스피어 드라마의 전형적 인물 15명을 연기한다.
 
이 밖에 '가난한 연극'의 창시자 그로토프스키가 설립한 예지 그로토프스키-토마스 리차드 워크센터의 내한도 눈길을 끈다. '리빙룸'이라는 작품으로 내한하는 이들은 일반 극장이 아닌 평창동의 토탈미술관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10월27일부터 30일까지 4일 간의 전문 연기 워크숍과 더불어 그로토프스키의 후계자 토마스 리차드로부터 그로토프스키 후기 연극 이론의 정립과 역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컨퍼런스도 마련된다.
 
개막작은 피핑 톰의 무용작품 '아 루에'다. 피핑 톰은 벨기에 최고 무용단으로 꼽히는 단체로, 한국 무용수 김설진과 정훈목이 소속돼 있다. 아크로바틱한 춤과 연극적 요소, 시각효과, 음악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이 작품은 가브리엘라 카리조, 프랑크 샤흐티에의 공동안무작이다.
 
폐막작 '폭주기관차'는 슬로베니아 류블리아나 국립극단의 작품이다. 폴란드 현대문학의 거장이라 불리는 비트키에비치가 1923년 발표한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연극은 탈옥한 범죄자 두 명이 기관차를 장악하고 기관차 충돌을 꾀하다 실패한다는 내용을 다룬다. 폭주하는 이들의 심리적 갈등은 배우의 피아노 연주와 노래로 표현된다.
 
국내 초청작 중 무용에는 예효승이 안무한 'N(own)ow', 이정윤이 안무한 '판-Push/Pull', 연극에는 임형택 연출가의 '햄릿_아바따', 강량원 연출가의 '상주국수집' 등이 포함됐다.
 
이 밖에 신진 안무가의 등용문인 제9회 서울댄스컬렉션도 SPAF 부대행사로 펼쳐진다. 또, 공연예술센터가 5년째 제작해온 프로그램인 솔로이스트 공연도 지난해에 이어 SPAF를 통해 소개된다. 이날 행사에는 솔로이스트 공연으로 축제에 참여하는 발레리나 김주원, 현대무용가 차진엽, 이선태, 국립무용단 무용수 장윤나 등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백화점식 나열' 우려는 여전
 
해외에 가지 않으면 만나보기 힘든 공연들을 한국에서 좀더 손쉽게 접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은 SPAF의 장점이다. 하지만 축제 전체를 관통하는 철학이 부재한 가운데 다수의 무용과 연극 작품을 한 데 모아놓은 것은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이에 대해 임수연 공연예술센터 문화사업부 부장(SPAF 연극 프로듀서)은 "SPAF는 '세계로 열린 창'을 지향하고 있고, 또 관객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유럽 공연예술계가 세계를 주도하는 가운데 우리 관객들이 무엇을 봐야할까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오선명 공연예술센터 문화사업부 차장(SPAF 무용 프로듀서)는 "절충적인 페스티벌이라는 말에 동의한다"면서도 "연극과 무용이 함께 한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대 공연계의 흐름상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맞는 작품을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연극과 무용이 기름과 물로 남는 것보다는 연극과 무용 두 프로그래머 혹은 프로듀서가 (서로 다른 두 장르로) 하나의 축제를 만들려고 하는 형태라 보시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축제는 당분간 예술감독 없이 프로듀서가 중심이 되는 체제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간담회에서 예술감독의 필요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유인화 공연예술센터장은 "현 프로듀서들이 함께 성장해서 예술감독도 겸하는 체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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