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업무스트레스 자살 LG유플러스 임원 산재 인정
"실적압박·회사 대인관계 악화로 우울증세"
입력 : 2015-09-06 09:00:00 수정 : 2015-09-06 10:51:21
지난 2012년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자살한 LG유플러스 임원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IPTV 부분 상무였던 이모씨가 매출 압박을 받아왔고 회사 내 대인관계도 나빠져 우울 증세를 겪다가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제3부(재판장 김병수)는 이씨의 아내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하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망인은 자살 직전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으로 인해 우울증세가 발생했고 합리적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빠지게 되며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업무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또 "망인의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을 결심하게 된 데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판결문에 따르면, 2010년부터 LG유플러스에 근무한 이씨는 평균적인 상무 승진 연령보다 4~5년 일찍 승진했다. 회사 내 최연소 상무로 IPTV 경험이 없는 상태였으나 해당 부분의 사업본부장을 맡게 됐다.
 
하지만 LG유플러스의 IPTV 사업 매출실적은 2010년, 2011년에는 목표치를 웃돌았지만 2012년 사업연도부터 KT, SKT 등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시장점유율이 하락했다. 이에 따라 같은해 3월경부터 가입자수를 늘리기 위해 이른바 '실적 두배 증가 운동'을 펼쳤지만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이씨는 피합병회사인 엘지파워콤 출신으로 엘지텔레콤 출신 직원들에 비해 인사에 있어 불이익을 받는다고 느껴왔다. 실적 부진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는 분위기까지 형성되자 이씨는 지위를 보장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우울증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이씨는 전 상사에게 동료들과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군중 속의 고독'을 느낀다는 표현을 쓰며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메일을 보이기도 했다. 또 2012년 4월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국내 IPTV 가입자 500만명 달성 기념 상을 받게되자 공개석상에서 상사로부터 '상무 직급이 대표이사에 앞서 훈장을 받는 것이 불쾌하다. 훈장을 취소하고 싶다'는 말을 전해 듣기도 했다.
 
목숨을 끊기 전 동료들에게 자신이 공황장애가 있는 것 같고, 임원 회의에서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말을 두 차례 했으며, '사는 것이 재밌느냐', '스트레스를 받을 때에는 어떻게 하는냐' 등 평소하지 않았던 말을 하기도 했다.
 
아내에게는 사표를 내고 싶다면서 모아둔 재산이 얼마인지, 한 달 생활비가 얼마인지 등을 물었다. 평소엔 TV를 거의 보지 않았지만 사망하기 며칠 전 드라마를 연이어 시청하거나, 출근 전 깊은 한숨을 내쉬며 힘들다고 아내에게 안아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결국 이씨는 지난 2012년 8월10일 오전 출근 길에 처남에게 "아이들과 처를 잘 부탁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가족들과 함께 살던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해 사망했다.
 
아내 A씨는 남편이 업무 때문에 자살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부지급 결정을 받자 이번 소송을 냈다.  
 
사진/뉴스토마토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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