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의 부동산퍼즐)역전세시대를 닮아가는 전세난시대
2015-09-06 11:00:00 2015-09-06 11:00:00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죠. 정도가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말입니다. 지난 2008년 부동산시장에는 너무 많은 공급으로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역대급 전세난에 시달리는 지금 생각하면 꿈같은 이야기죠.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요.
 
2008년 12월 추운 겨울 서울 서초구 방배동 어느 주택가. 두 여성 분이 싸우고 있습니다. 역시 구경은 싸움 구경이 최고라고 온 동네 사람들이 주변을 두르고 구경을 하고 있었죠. 어떤 일인가 궁금해 상황을 지켜봤는데요. 한 분은 집주인이었고 한 분은 세입자였습니다.
 
다툼의 발단은 보증금 문제였습니다. 세입자는 전세계약이 끝났으니 보증금을 돌려달라는 것이었고, 집주인은 돌려줄 돈이 없으니 다음 세입자가 올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이었죠. 처음부터 싸우자고 만난건 아니었겠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며 언성을 높이게 된 것 같았습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다음 세입자를 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고, 본인도 분양 받아놓은 아파트 잔금일이 임박해 보증금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집주인은 받은 보증금으로 다른 부동산에 투자했고, 매매시장 침체로 회수를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당시 주택시장은 집이 남아돌아 역전세난이 사회적 문제가 됐던 시기입니다. 2006년 전후 부동산 호황기 주택공급이 급증했고, 2007년 분양가상한제 시행 전 분양하기 위해 건설사는 밀어내기 분양을 단행했죠.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며 2009년 전국 미분양은 역대 최고인 16만가구에 달할 정도였습니다. 건설사가 숨겨놓은 물량을 감안하면 25만가구에 달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죠. 은행권에서는 역전세대출상품까지 나왔습니다.
 
시간을 되돌려 요즘 얘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요즘은 보증금 반환 고민을 하는 집주인은 많지 않습니다. 내놓으면 다른 세입자가 바로 나타나니 걱정없죠. 하지만 이런 상황이 얼마나 갈까. 전세시장은 2008년 전후와 너무 다르지만 분양시장은 그 시기를 닮아가고 있죠. 올해는 역대급 분양물량이 시장에 쏟아지고 있습니다. 주택인허가는 신도시 개발기에 육박하는 수준이죠. 전세난이 수많은 청약수요를 만들어내며 분양시장은 호황을 보이고 있죠. 
 
확실히 최근 주택시장에서 공급문제는 뜨거운 감자입니다. 누구는 너무 많다고 하고, 누구는 그 정도는 아니라고 갑론을박을 벌입니다. 일단 국토교통부에서는 과잉공급은 아니라고 진단하고 있죠. 아파트는 땅파기 시작하면 약 2~3년이 지나야 실물이 됩니다. 그 전까지는 그냥 허상이죠. 때문에 지금 과잉인지 아닌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누구 말대로 기우일 수 있고, 누구 말대로 과잉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딜가나 이런 얘기가 나올 정도로 공급이 많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지금의 공급이 향후 시장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지켜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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