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비싼 요금을 받으며 수익을 올리는 데에만 혈안이 되고 있는 민간투자사업에 대해 정치권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민간 사업자가 협약을 지키지 않으면 정부가 이를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준비되면서다. 특히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구간 사업자의 대주주로 막대한 이자를 챙기는 국민연금공단을 겨냥한 공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2일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 의원은 비싼 통행료 탓에 지역사회가 반발하는 서울외곽순환도로 북부구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발의하려는 법안은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과 '국민연금법' 개정안이다. 민간투자법 개정안에는 사업자가 협약을 지키지 않는 등 정상적인 사업이 계속되기 어렵다고 여겨지면 정부가 협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국민연금법 개정안에는 국민연금공단이 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할 때 사회·환경·지배구조 등을 고려하도록 했다. 현행법에도 이같은 사회책임투자 조항이 있지만, 민자도로 등 사회기반시설 사업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김 의원이 두 가지 법안을 한꺼번에 손보려는 이유는 서울외곽도로 북부구간의 비싼 통행료 때문이다. 민자도로인 북부구간은 ㎞당 통행료가 132원이다. 정부 재정으로 지어 한국도로공사가 운영하는 남부구간(㎞당 50원)보다 2.6배 비싸다. 특히 별내IC~퇴계원IC 구간은 ㎞당 요금이 500원에 달한다. 36.3㎞인 북부구간을 지나면 총 4800원을 내야 하지만, 3배가량 긴 남부구간(91.4㎞)은 4600원밖에 내지 않는다.
북부구간의 비싼 통행료 뒤에는 국민연금공단이 챙기는 이자가 있다. 북부구간 민자 사업자인 서울고속도로는 해마다 1000억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하지만 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최고 48%에 이르는 금리로 이자를 받아가면서 경영은 부실해지고, 비싼 통행료로 이를 지탱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김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서울고속도로는 지난 2013년 121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국민연금공단에 1317억원에 달하는 이자를 냈다.
김 의원은 "북부구간 개통 때부터 지역 주민들이 통행료 인하 운동을 벌였지만, 여전히 남부구간보다 비싼 돈을 내고 있다"며 "고액의 통행료가 연이율 20~48%에 달하는 약탈적 금리로 국민연금공단에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도 '협약 해지'라는 강수를 준비하고 있다. 국토부는 서울고속도로가 지난해 8월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높은 이율의 차입금을 조달하면서 경영이 어려워지자 원상회복하도록 감독명령을 내렸다. 서울고속도로와 국민연금공단은 취소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달 27일 김 의원과 국회사무처 법제실이 주최한 간담회에서 "사업자가 감독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협약 해지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여야를 떠나 국회 차원의 대응도 거세지고 있다. 서울과 경기도 북부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 25명은 지난 5월14일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구간 정상화 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이들은 정부가 북부구간을 매입해 통행료를 남부구간 수준으로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부구간을 사들이는 데 필요한 돈은 2조원가량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정부가 민간 사업자와 맺은 최소운영수입보장(MRG)으로 해마다 빠져나가는 돈과 향후 통행료 수입을 고려하면 재정 손실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09~2014년 사이에만 MRG로 1514억원을 지급했다. 북부구간 MRG 약정은 2028년까지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2013년 '민자투자사업 적격성 조사 평가'에서 북부구간이 정부 재정사업으로 전환되면 통행료 인하율이 30.3% 정도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대책위 소속 의원들은 오는 4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만나 문제점을 지적하고, 국정감사에서도 통행료 인하를 촉구할 예정이다.
이순민 기자 soonza00@etomato.com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구간 등 민자도로의 높은 통행료에 대해 정치권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 의원은 "북부구간은 남부구간보다 통행료가 2.6배 비싸다. 고액의 통행료가 연이율 20~48%에 달하는 약탈적 금리로 국민연금공단에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시와 남양주시를 잇는 서울외곽순환도로 모습.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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