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기로 K5 차량을 B렌트사로부터 장기렌트한 A씨는 1년 후 해외발령을 받고 렌트계약을 중도해지 하게 됐다. 그런데 A씨가 B렌트사로부터 받아든 해지 수수료는 무려 608만원에 달했다. 당황한 A씨가 B사에 경위를 묻자, B사는 약관에 따라 '남은 기간의 임대료에 차량의 잔존가치(중고차로 환산 시 가격)를 더한 것에 위약금율을 곱해 나온 결과'라며 모든 금액에 대한 납입을 요구했다.
그런데 공정거래위원회의 검토 결과, 이같은 계산 방식은 소비자에 과도한 손해배상금을 요구하는 것으로 약관법 위반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공정위가 불공정 요소를 제거해 새 방식으로 계산한 결과, 해지 수수료는 402만원으로 대폭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공정위가 국내 14개 자동차대여사업자가 사용하는 '자동차임대약관'을 점검한 결과, 과도한 중도해지수수료 등 4개 유형의 불공정 조항이 발견돼 이에 대한 시정조치를 했다.
불공정약관을 둔 렌트사는 롯데렌탈, AJ렌터카, 현대캐피탈, SK네트웍스 등 총 14개사로, 이들이 국내 렌트카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를 넘는다.
문제가 된 대표적인 조항은 A씨의 사례에서 나타난 과도한 해지수수료 부과 조항이다. 중도해지 수수료를 산정할 때 차량의 잔존가치를 포함토록 한 것인데, 이는 현대캐피탈과 KB캐피탈, JB우리캐피탈, 신한카드 등 4개사의 약관에서 발견됐다.
공정위는 이같은 조항이 "계약 해지로 인한 원상회복 의무를 고객에게 과중하게 부담시키는 것"으로 "약관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차량 잔존가치는 해당 차량의 중고차 값으로, 임대가 끝난 뒤 차량 판매를 통해 렌트사가 회수할 수 있는 비용이기 때문에 수수료에 이를 포함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를 산정 방식에서 제외하고, 위약금을 남은 기간 임대료에 위약금율을 곱한 값으로 하도록 제한했다.
또 고객이 계약일 보다 차량을 늦게 반환할 경우 물리는 위약금도 과도하다는 검토 결과가 나왔다. 현대캐피탈, KB캐피탈 등 10개사의 현행 약관은 지연 반환 사유와 관계 없이 위약금을 실제 사용료의 두 배에 달해 물리도록 하고 있었다. 공정위는 이를 시정해, 지연 반환을 사전 협의한 경우 지연금을 면제해주고, 사용료만 징수하도록 했다.
고객의 변심 등으로 차량을 등록하기 전 고객이 렌트계약을 해지할 경우, 회사가 부담해야 하는 관련 비용을 모두 고객에게 부과하던 조항도 시정됐다. 이 조항은 현대캐피탈, KB캐피탈 등 8개사가 두고 있었다. 공정위는 전가할 수 있는 비용을 '보험료, 제세공과금, 자동차 등록관련 비용, 차고지 비용 등'으로 구체화하고, 회사가 실제 지출한 비용으로 제한했다.
고객이 차량 인도 전 렌트계약을 해지할 때에 대해서도 과도한 위약금 조항이 시정됐다. 이는 롯데렌탈, SK네트웍스 등 2개사가 두고 있었다. 2개사 약관에서 위약금은 실질적인 사측의 손해정도와 관계 없이 계약기간 전체에 대해 물리도록 하고 있었는데, 공정위의 시정 후 실제로 발생하는 손해에 대해서 배상토록 개선됐다.
민혜영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이번 조치로 소비자의 손해배상 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 공정위는 자동차대여사업 업계에서 합리적인 손해배상 체계가 정착되도록 불공정 약관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시정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글아 기자 geulah.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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