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미 연방은행의 금리 전격 인하, 아시아 증시 파장은?
입력 : 2008-01-23 20:07:33 수정 : 2011-06-15 18:56:52

미 연방은행(FRB)이 22일 전격적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글로벌 주식시장의 공황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미 연방은행(FRB)은 충격요법을 선택했다. 22일 연방은행은 비상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개최, 정책금리를 현행 4.25%에서 75bp를 인하한 3.5%로 결정했다. 재할인율 역시 75bp 인하해 4.75%에서 4%로 낮아졌다.

미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의 빌 그로스 CEO는 연방은행의 전격적인 금리 인하를 "미국 경제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슬픈 고백"이라 표현했다. 빌 그로스는 연방은행이 추가로 금리를 더 인하해 3%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오는 1월 30일 예정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적으로 금리 인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지만 유로 지역의 시각은 보다 보수적이다.

독일계 투자은행인 드레스드너 클라인보르트 (Dresdner Kleinwort)는 "이번 금리 인하 조치가 미 경제를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서 구출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며 채권보증회사의 부실 문제도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메르츠방크도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조치는 시장 지향적이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미 금리 인하로 나타날 달러 약세의 심화와 인플레이션 부담, 미 자산에 대한 투자 매력도 저하 등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3일 아시아 주요증시는 미 연방은행(FRB)의 전격적인 금리 인하에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한국을 비롯,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주요증시가 반등세를 나타내며 어제의 폭락 사태에서는 서서히 벗어나는 모습이다.

23일 코스피 지수는 1.2% 상승 마감했고 일본 니케이 225지수는 2.0%,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3.1% 상승했다. 홍콩 항셍 지수는 10.7%의 기록적인 상승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불안감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다. 미 경기 침체의 불안감이 아직 불확실성으로 남아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증시 여정도 험난한 가시밭길을 예고 하고 있다.

먼저 중국이다. 뉴욕타임즈는 23일 중국의 하락장이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뉴욕타임즈는 중국의 강세장은 여전히 유효하며 중국의 경제성장이 이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CS(Credit Suisse)증권은 MSCI 기준 아시아 국가 중에서 중국 시장은 30%의 추가 하락 위협이 존재한다고 자체 보고서를 통해 분석했다. 페기 챈 CS증권 애널리스트는 "미 경기 침체로 인한 아시아 기업의 실적 전망 우려가 현실화 할 경우 추가 하락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골드만삭스도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종전 10.3%에서 10.0%로 하향 수정했고 모건스탠리도 미국의 경기 둔화로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수치가 두 자릿수 성장이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도 23일 중국의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종전 11.5%로 유지하던 것을 11.3%로 하향 수정했다.

중국이 당면하고 있는 과제는 미 경기 침체로 인한 중국의 경기 성장 모멘텀이 얼마나 약화되느냐에 있다. 중국의 경기선행지수도 지난해 3월 이후 하락 횡보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잘 말해준다.

중국은 올해 들어 심천과 상해지역의 부동산 가격 하락이 예상보다 크게 나타나고 있어 긴장하고 있다. 중국의 부동산 버블은 지난해에도 지적된 바 있으나 미 경기 침체 우려감이 불거지며 최근 주택 가격의 하락 속도가 가파르게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 불안 요소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국 경기의 둔화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요인은 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에 따른 영향이다. 지난해 중국은 25.1%의 폭주기관차에 비유될 수출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20% 이하로 둔화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상각이 예정된 중국은행과 공상은행, 건설은행의 불확실성도 최근 불거졌다. 중국 내 은행의 지난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채권 투자로 인한 상각 규모는 30억 달러 수준으로 평가된다. 올해 서브 프라임 부실 상각으로 인한 중국 은행업종의 이익증가율 감소는 14.1% 하락할 것으로 신영증권은 전망했다.

곡물 가격의 상승도 중국 경제에 부담요소로 본격 등장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농작물의 작황 부진이 중국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황 페이징 농업전문가는 "중국의 농업생산량이 감소하고 있고 농지를 포기하고 도시로 유입되는 농민들이 늘고 있어 곡물 값 상승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황 페이징은 "곡물 가격 상승은 중국 내 식료품 가격의 급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도 미 경기 침체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다. 22일 일본은행(BOJ)은 금융정책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동결하고 지난해 일본 실질 국내총생산(GDP)수치를 1.8%에서 1%로 하향 조정했다.

후쿠이 도시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세계 경제의 흐름이 일본 경제에 대해 역투자 효과나 소비자 심리에 부정적 효과를 미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골드만 삭스는 일본의 올해 경기 침체 가능성을 50%로 예상했다. 골드만 삭스의 마이클 뷰케넌 이코노미스트는 "미 경제가 더욱 악화된다면 일본도 동요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은 엔화의 강세 무드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2일 미 연방은행이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3.5%로 인하하자 106엔 대까지 하락한 엔 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에 고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올해 초 일본 니케이 225지수가 급락하자 일본 내 투자자들은 미 부시 행정부가 내놓은 단기 경기부양책에 상응한 일본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일말의 기대감을 나타냈지만 일본은행(BOJ)은 미국과 달리 증시와 외환시장에 개입할 의사가 없음을 선언했다. 오타 경제재정상도 "정부는 경기 부양책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혀 투자자들을 또 한 번 낙심케 했다.

일본 증시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미 경기 침체 우려감과 엔 캐리 청산의 불안감이 수출주의 하락을 크게 이끌었다. 혼다와 도요타자동차 등 미 경기에 민감한 종목 중심으로 수출주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미국의 금리 인하의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나기까지에는 최소 6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일본을 비롯해 아시아 경제가 차지하고 있는 미국 수출비중이 60%에 달하고 있는 만큼 아시아 증시에도 미 경기 침체 논란은 당분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홍콩증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CS증권 역시 MSCI기준으로 홍콩증시가 18.9% 고평가 되어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30.6%, 인도의 32.2%, 인도네시아의 36.2% 고평가 수치보다는 낮은 수치다.

홍콩항셍지수는 지난해 말 27,812p에서 지난 22일 종가로 21,757p 까지 추락했다. 6.055p의 하락이며 하락률로는 21.77%에 달한다. 23일 10.72%가 폭등하며 24,090p로 다시 24,000p를 회복했다. 올해 하락률은 13.38%로 크게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주가 변동성은 아시아 증시에서 매우 크게 나타나고 있다.

중국 기업들로 구성된 항셍 H지수도 23일 11.48%가 폭등하며 홍콩항셍지수에 버금가는 두 자리 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중국 본토로부터의 영향력이 고스란히 반영되면서 변동성은 더욱 커진 양상이다.

JP모건은 중국과 홍콩에 동시 상장된 기업들의 주가가 여전히 실제 가치 대비 108%의 프리미엄 부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영증권은 항셍 H주의 높은 변동성으로 말미암아 중국 본토 증시에도 부정적 영향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홍콩증시 시가 총액 중 H주와 레드칩이 차지하는 비중이 51.5%에 달했다. 중국과 항셍 H지수에 동시에 상장된 6개 기업인 Sinopec, 페트로차이나, 공상은행, 중국은행, 차이나 라이프, 평안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홍콩 전체 시가총액의 8%에 달한다.

따라서 항셍 H지수는 올해 미 경기 침체 가능성으로 인한 중국 A증시에 등락에 따라 지난해 보다는 변동 폭 확대가 예상된다. JP모건의 징 울리히 중국 전략팀장은 중국의 지준율 인상이 15% 달하고 있어 유동성 흡수에 따른 부정적 효과가 홍콩 증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진단했다.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은 점차 현실로 다가오는 모습이다. 미 연방은행(FRB)의 전격적인 금리인하로 글로벌 증시는 쇼크사(死)에서는 깨어났지만 금리 인하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와 만약이라도 닥칠 경기 침체 속 물가 앙등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과의 힘겨운 사투가 이머징 마켓에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고 있다.



뉴스토마토 이현민 기자 (roy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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