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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혼란의 소셜믹스, 서울시 결단이 필요하다
2015-08-28 07:00:00 2015-08-28 07:00:00
◇박인호 숭실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서울시가 추진해 임대와 분양을 섞는 소셜믹스(social mix)를 도입한지 12년이 지났다. 공동주택이 전체 주택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가운데 서울시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서 '소셜믹스'가 확산되고 있고, SH공사 등 공공 사업장은 물론 개포주공 등 민간 정비사업장까지 폭넓게 소셜믹스 형태의 주택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사회적 혼합(social mix) 또는 사회경제적 혼합(socioeconomic mix)이란 공간(국가, 지역, 도시, 근린지역, 주택 단지)에서 사회 계층 또는 사회경제적 지위, 인구학적 분류, 라이프사이클 단계, 가구와 가족유형 측면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섞임을 뜻한다.
 
하지만 소셜믹스를 추진하면서 발생하는 갈등, 먼저 조성된 소셜믹스 단지의 각종 민원, 주택관리상의 문제점, 사회적 혼합을 위한 프로그램과 예산 부족 등으로 소셜믹스에 대한 재평가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십 수년을 끌어온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개발사업을 둘러싸고 소셜믹스가 마지막 난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구룡마을 주민들이 임대아파트와 분양단지 분리에 반대하고 있고, 서울시도 분리 개발은 소셜믹스에 배치된다는 입장이다. 기존 소셜믹스 단지와 달리 구룡마을은 임대단지가 일반 분양단지보다 더 많아 적용하기 쉽지 않다. 생활수준이 다른 사람을 같은 동에 묶어 놓는 방식이어서 소셜믹스가 되겠냐는 고민과 단지를 분리하다 보면 임대단지가 슬럼화 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주상복합 아파트 메세나폴리스는 지난 2012년 입주 당시부터 논란의 대상이었다. 임대주택을 몰아서 배치해 엘리베이터를 따로 이용하게 했다. 특정 엘리베이터를 타는 사람들은 임대 입주민이라는 등식을 만들어 버렸다.
 
또, 단지 내 편의시설을 분양주택 입주자만 사용하도록 제한하려고 했다.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사무소에서는 분양 입주자들의 재산권을 내세워 비용부담을 하지 않은 임대 입주자들에게 서비스를 개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결성돼 재산권을 행사하며 임대주택 매입 당시 커뮤니티시설 등 편의시설 사용에 대한 부분이 계약서에서 아예 빠져 있었다.
 
이는 단순히 여러 계층을 섞어 살게 하면 융화될 것이라는 소셜믹스 정책이 설계단계부터 치밀하지 못한 사례다. 이로 인해 당초 도입 목적과 달리 위화감과 소통부재 등 부작용이 심각해 진 셈이다. 계층 격차를 해소하려는 의도는 좋지만 주민통합을 위한 프로그램이 부족해 분양주택 위주의 관리체계로 갈등을 유발하는 실정이다. 임대와 분양주택 단지의 배치 방식과 관련해서도 분양주택 주민들의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임대와 분양아파트 단지를 분리하는 방식에 찬성하고 있다.
 
이는 분양주택 주민들은 사회적 혼합개발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물리적으로 주거지를 통합한다고 해서 이질적인 계층이 사회통합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므로 물리적 측면뿐만 아니라 사회적·심리적 측면 등 다방면에서 통합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저소득층 주거지가 동질적이면 오히려 동료 감정에 기초한 그들 나름의 정서적 안정과 공동체 의식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 실제로 과거 SH공사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0%가 '임대주택끼리 사는 것이 좋다'고 답한 결과는 차이가 많이 나는 계층간 혼합은 오히려 주민간 소통 부재를 불러 온다는 것을 증명한다.
 
최근 이 같은 문제들을 고려한 정책 수정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분양과 임대,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노인과 젊은이 등 여러 계층이 집 걱정 없이, 차별 없이 더불어 살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이들 모두가 다 같은 시민이요, 국민이며, 함께 할 이웃이라는 기본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분양과 임대주택 입주민들이 서로 어울릴 수 있는 프로그램의 추진,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정책지원 강화, 임대주택에 대한 이미지와 시설 개선이 필요하다. 다만, 이에 대한 비용과 부담을 누가 떠안아야 하는가에 대한 쟁점은 남아있다.
 
현실적으로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개선하기에 많은 지원과 노력이 필요한 만큼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나서 소셜믹스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통합 프로그램과 재정적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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