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 대통령의 경제 70년…'농지개혁'부터 '747'까지
역대 대통령 8명의 경제정책…'한강의 기적'으로 웃고 양극화로 울다
2015-08-12 19:44:06 2015-08-12 19:44:06
역대 대통령들의 경제 정책은 한국 경제가 걸어온 길을 보여준다. 한강의 기적은 외환위기로 이어졌고, 양극화라는 그림자도 남겼다. 청와대 본관 전경. 사진/뉴시스
 
'한강의 기적'은 없었다. 한국 경제는 1980년대 중후반 '3저 호황' 정도를 제외하면 언제나 위기였다. 안정되고 꾸준한 성장만을 이어오지도 않았다.
 
앞만 보고 달려온 고도 성장은 뚜렷한 성과를 남기기도 했다. 국내총생산(GDP)은 2014년 1485조원으로 1953년 477억원보다 무려 3만1000배 늘었다. 경제학 입문서로 통하는 <맨큐의 경제학>에서 한국은 1960년부터 30여년간 연평균 1인당 소득증가율이 가장 높은 나라로 소개된다.
 
하지만 숫자로 말하는 경제 지표와 실제 국민들의 삶은 다르다. 지난 70년간 국민은 외풍에 흔들렸고, 격차에 신음했다. 1990년대 이전까지는 저임금에 시달렸고, 그 이후에는 외환위기로 나락에 떨어졌다. 격변을 겪으면서도 이만큼의 사회를 일궈온 것 자체가 기적이나 마찬가지다.
 
한국 경제가 걸어온 길을 올바로 보여주는 건 정치다. 대통령이 어떤 경제 정책을 펼쳤고, 결과가 어땠는지를 통해 성적표를 가늠해볼 수 있다. 광복 이후 70년간 역대 대통령들의 경제 정책을 돌아봤다. 10명 가운데 재임 기간이 짧았던 윤보선(1960~1962)·최규하(1979~1980) 전 대통령은 제외했다.
 
◇농지개혁과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일제강점기를 겪은 한국은 경제 기틀조차 다지지 못했다. 1940년대 말 제조업체의 한국인 소유분은 6%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생산 시설은 군수물자를 조달하기 위한 것이었고, 일본인들 차지였다. 미국 경제지 <비즈니스위크>는 1947년 한 기사에서 "한국 경제의 재건은 영원히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승만 정부는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했다. 종잣돈은 미국 원조였다. 1945년~1965년 사이약 120억달러에 이르는 돈이 지원됐다. 미국 원조는 동전의 양면이었다. 대외 의존에 치우치며 자생력을 갖추려는 노력이 늦어진 것이다.
 
이승만 정부는 농지개혁에 힘을 기울였다. 당시 농민은 남한 인구의 70%에 달했다. 정부는 1950년 3월 법안을 만들어 '유상매입 유상분배' 원칙을 내세웠다. 지주는 반발했고, 농민들도 '무상분배'하는 북한과 비교하며 불만을 터뜨렸다. 하지만 개혁 끝에 37% 정도였던 자작농은 90%를 넘어섰다.
 
산업화를 이끈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4·19 혁명으로 들어선 장면 내각은 1961년 5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발표한다. 5·16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박 전 대통령은 이 계획을 물려받는다. 자립경제 기반을 다진 1차 계획을 시작으로 1970년까지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10%에 가까운 고도성장을 이어간다.
 
1970년대에는 철강·조선 등 수출 주도의 중화학공업으로 영역을 넓힌다. 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도 이때부터 본격화했다. 수출액은 1970년 10억달러에서 1977년 100억달러로 급등했고, 18년에 걸친 개발독재로 이어졌다.
 
박정희 정권은 전반적으로 고도성장을 이뤘지만, 경기 과열과 냉각을 반복했다. 경제에 제동이 걸리지 않으면서 1970년대 후반에는 물가 불안과 국제수지 악화를 겪었다. 압축성장의 후유증도 남았다.
 
◇3저 호황이 건설한 아파트 공화국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미 1980년대 초반부터 한국 경제에 힘을 미쳤다. 1970년대 후반 무리한 경기부양은 IMF의 구제금융을 불러왔다. 1980년 물가상승률은 28.7%에 달했고, 무역적자 규모도 당시 외환보유고의 2배에 가까웠다. 한국은 1980년대 중반까지 20억 달러가량의 구제금융 자금을 받으며 IMF가 요구하는 긴축재정에 들어간다. 과잉설비도 구조조정하며 산업합리화 조치가 이어졌다.
 
전두환 정권은 압축성장 과실에 더해 긴축정책으로 선순환 구조에 들어선다. 3저(저금리·저유가·저환율) 호황으로 1986년부터 1988년까지는 10%가 넘는 성장을 이뤘다.
 
1970년대 중반 시작된 부동산 투기가 열풍으로 번진 것도 이 무렵부터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80년 9월 취임하자마자 '주택 500만호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전국 주택이 530만호일 때였다. 정부는 '택지개발촉진법'을 제정하며 신도시 개발에 열을 올렸다.
 
노태우 전 대통령도 호황이 후퇴하는 추세에 접어들자 '주택 200만호 건설'을 내세워 경기 부양에 나선다. 1989년 분당·일산 등 수도권 신도시를 건설하며 부동산 투기를 부추겼다. 국민소득이 5000달러를 넘어서며 중산층이 튼튼해지고,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가 내집 마련에 뛰어들던 때였다. 정부는 토지공개념 도입 등으로 투기를 잠재우려고 했지만, '강남불패' 신화는 '아파트 공화국'에 뿌리내리고 말았다.
 
◇샴페인 취한 신경제, 펴보지 못한 대중경제론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압축성장의 그늘이었다. 한국산은 제값을 받지 못했고, 기업 이미지도 평가절하되기 일쑤였다. 1993년 출범한 문민정부가 세계화 물결에 합류한 배경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신경제'를 건설한다며 개혁·개방을 앞세웠다. 1993년 8월12일 전격 발표된 금융실명제가 대표적이다. 금융실명제는 투명성을 높이고, 부정부패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금융 감독 기능은 제자리였고, 기업들은 대규모 차입경영에 치우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으로 샴페인을 터뜨린 문민정부 말기, 국내 주요 기업들은 자본의 4배에 가까운 채무를 안았다.
 
정부는 국제수지 적자가 쌓이고, 외환보유고가 바닥을 드러내자 외채를 끌어오기 바빴다. 그 결과는 외환위기였다. 1997년 말 한국은 2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으며 IMF 관리체제로 편입된다.
 
'준비된 대통령'을 자임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외환위기 극복에 모든 걸 쏟아부었다. 기업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를 통해서였다. 2만여개에 이르는 기업이 사라졌고, 200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혹독한 정책은 1년 6개월 만에 외환위기 극복이라는 성과를 낳았다.
 
그러나 복지와 균형개발을 바탕으로 김 전 대통령이 주창했던 대중경제론과는 정반대 방향이었다. 그는 2000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시행하는 등 '생산적 복지'에도 힘을 기울였지만 양극화라는 후유증을 없애진 못했다.
 
◇복지·경제민주화를 부른 양극화
 
2002년 대선 정국에선 가계부채가 이슈로 떠올랐다. 이른바 '카드대란' 탓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사용을 억제했지만, 오히려 내수가 침체되면서 가계부채의 함정에 빠졌다.
 
집값을 잡으려던 정책도 소용이 없었다. 대출 규제와 세금 강화에 나섰지만 집값은 큰 폭으로 올랐다. 2003년 2월 문민정부 출범 이후 2006년 10월까지 수도권 아파트값은 평균 54.5%나 뛰었다.
 
노 전 대통령은 2006년 8월 복지사회로 가는 '비전 2030'을 제시하고 분배 정책을 펴고자 했다. 하지만 구체적 재원 조달 방법을 내놓지 못하면서 공감을 얻지 못했다. 임기 말로 접어들며 힘도 잃은 상태였다.
 
'경제 대통령' 이명박은 '747'(7% 성장, 4만 달러 국민소득, 7대 경제강국) 공약을 꺼내들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바탕으로 감세, 규제 완화 등 친시장 정책을 펼치며 성장을 우선시했다. 그러나 결과는 3%대 저성장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녹색성장(2008), 친서민 중도실용(2009), 공정사회(2010) 등 해마다 새로운 구호를 내세우며 '갈지자' 행보를 보였다. 급기야 2011년 광복절 축사에서 '공생발전' 개념을 선보인다. 세계 금융위기로 기업 투자가 줄어들고, 양극화가 심해지자 성장 담론에서 한발 물러난 것이다. 분배를 향한 국민적 요구도 한몫했다. 2012년 대선 후보들이 너나없이 '경제민주화'에 목소리를 높인 배경이다.
 
이순민 기자 soonza00@etomato.com
 
◇자료: 통계청 '통계로 본 광복 70년 한국사회의 변화'(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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