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 경제 규모 3만배 커져도…노동 여건 개선은 '거북이 걸음'
임금노동자 2배 늘었지만 노조조직률 절반으로 떨어져
싼 노동비용이 노동 여건 개선의 '장벽'…교육으로 풀어야
2015-08-12 19:43:50 2015-08-12 19:43:50
광복 이후 한국 경제를 관통하는 3개 키워드를 꼽자면 정부 주도 개발, 수출 대기업 주도 성장과 외환위기(IMF)다. IMF 이후 한국 경제는 크게 변했지만 아직도 과거 정부와 수출 대기업이 주도한 '고성장 향수'에 젖어 있는 사람들이 많다.
 
'더 빠르고, 더 크게'를 강조해 온 이 과정에서 노동자의 권리는 더 많은 이윤 앞에 뒷전이 되기 일쑤였다. 세계 13위 경제대국 수준에 걸맞지 않은 낮은 수준의 최저임금과 장시간 근로 등이 이를 여실히 드러낸다.
 
◇임금노동자 2배 느는 동안 노조조직률 절반으로 '뚝'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63년부터 2014년 현재까지 전체 국민 가운데 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비율은 31.5%에서 73.2%로 2배 이상 높아졌다. 반면에 노조조직률은 1977년 25.4%에서 2013년 10.3%로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턱없이 낮은 노조조직률로 인해 대다수 국민의 노동 여건은 더디게 개선되고 있다. 노조는 협상력이 없는 개별 노동자들이 기업과 협상이 가능하도록 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기업과 대응할 노조의 약세로 인해 광복 이후 발생한 굵직한 노동 관련 사건·사고는 관련 법의 부재라기 보다 '과소집행'에 의한 것이 대다수였다. 광복 이래 노동 문제와 관련한 인물로 가장 잘 알려진 전태일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라는 외침과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청소년이 일하는 업소 10곳 중 4곳이 노동관계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사실은 '전태일 시절'이 아닌 2015년 오늘의 일이다.
 
◇88년도 첫 최저임금 '462.5원' 명목상 11배 급증했지만…
 
대표적인 근로자 보호수단 중 하나인 최저임금은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에 따라 법적 근거를 갖추고도 33년이 지나서야 법제화했다. 시행은 '경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로 2년 더 늦은 1988년부터 이뤄졌다.
 
1988년 첫 최저임금은 1그룹과 2그룹에 대해 각각 462.5원과 487.5원으로 결정됐다. 지난해 최저임금(5210원)과 비교해 보면 물가수준 등을 고려하지 않은 명목 값을 기준으로 11배 늘어난 수준이다.
 
그러나 커진 경제 규모를 고려하면 보면 거북이 걸음마 정도다. 같은 기간(1988~2014년)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144조730억원에서 1485조780억원으로 10배 커졌다.
 
이처럼 크게 나아지지 않은 최저임금 수준은 소득불평등에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인 소득불평등 측정지표 지니계수가 집계되기 시작한 1990년도부터 지난해까지 도시 2인 이상 가구 지니계수는(세전소득 기준) 0.266에서 0.308로 올랐다. 지니계수는 0과 1사이 값으로 1에 가까울수록 경제 불평등도가 높음을 의미한다. 이 기간 상위 소득계층 20%와 하위 20% 간 소득 격차는 3.93배에서 5.67배로 더 넓게 벌어졌다.
 
◇싼 노동력 값, 근로시간 감소 어렵게 하고 맞벌이 늘려
 
노동에 지불하는 비용이 낮은 탓에 장시간 근로 여건 개선도 느리게 이뤄지고 있다. 한국 제조업 종사자들의 월평균 노동시간은 지난 1970년 232시간에서 지난해까지 186.7시간으로 총 45.3시간 감소하는데 그쳤다. 2013년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2071시간으로, 독일(1312.9시간), 일본(1746시간)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견줘 훨씬 길다.
 
싼 노동 값은 아이러니하게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외벌이만으로는 생계 유지가 힘든 탓에 일자리를 찾고 나선 여성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높아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에 따른 개선만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관련 첫 통계가 작성된 1963년부터 지난해까지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37%에서 51.1%까지 올랐다. 하지만 고위직 등 많은 이들이 원하는 일자리에서 여성의 모습을 찾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실제 올해 한국 30대 기업 임원 중 여성 비율은 1.8%에 불과했으며, 4급 이상 고위직 공무원에서도 이 비율은 4.5%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해법은 '교육'…초중고교서 노동권 가르쳐야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노동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광복 이래 '노동' 과목이 정규 교과목으로 다뤄진 적은 없다. 실제 지난해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한국 중·고교생 10명 중 1.6명만이 학교에서 노동 관련 설명 또는 교육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와 독일 등 국가에서 각각 '시민 법률 사회교육'과 '인간과 정치' 등 과목을 통해 노동 교육이 고교 공통과정으로 학습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와 관련해 전태일의 여동생인 새정치민주연합 전순옥 의원은 지난 4월 노동 관련 교육을 초·중·고교에서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하는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 법안은 소관 상임위에서 계류 중이다. 전 의원은 법안을 발의하며 "유럽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노동권에 대한 사회적 이해도가 떨어져 교육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방글아 기자 geulah.b@etomato.com
 
출처=통계청, 자료=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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