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난으로 일컬어지는 롯데그룹 경영권분쟁이 점입가경이다.
정부는 롯데그룹에 대한 압박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롯데 해외 계열사 조사에 착수하고 국세청과 관세청은 각각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때마침 진행되고 있는 면세점 특허권 갱신도 주목받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난 6일 당정협의를 갖고 기존재벌그룹의 순환출자 등에 대해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하기로 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는 이번 롯데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필요하면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와 자금흐름을 관계 기관이 엄밀히 살펴볼 방침”이라고 경고했다.
새정치연합을 비롯한 야당은 때를 놓칠세라 고기가 물 만난 듯 연일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소리 높여 주장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롯데사태가 아니라도 재벌들의 소유·지배구조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은 그동안 수없이 제기돼 왔다. 그럼에도 쉽사리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순환출자 등으로 얽히고설킨 소유·지배구조를 정리하려면 엄청난 자금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쉽사리 이룰 수도 없는 난제 중의 난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국가미래연구원(이사장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과 경제개혁연구소(이사장 장하성 고려대 교수)·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지난 7월27일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재벌의 소유·지배구조는 기업·국가경쟁력에 독인가, 약인가’를 주제로 주제발표와 토론회를 가졌다.
이날의 주제발표와 토론 내용을 중심으로 이번 롯데 드라마에서 제기된 재벌의 소유지배구조의 문제점과 대책방안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한국형 소유지배구조의 모색’이란 주제발표에 나선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지배주주의 회사 주식에 대한 직접지분이 클수록 기업가치가 높아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배주주의 간접지분이 높으면 높을수록 대리인 문제가 심화되고 반대로 직접지분이 높을수록 대리인문제가 완화되기 때문이다. 대리인문제는 경영자가 회사나 주주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는 경영을 하는 것을 말한다.
김 교수가 제시한 한국형 기업지배구조의 재설계 방안은 우선 지배가문이 상장지주회사의 안정적 지분을 직접 보유하고 나머지회사들이 모두 이 상장지주회사의 100% 자회사가 되는 형태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또 김 교수는 지분보유와 경영참여를 분리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사적 편익을 축소하고 특히 후대의 직접경영참여 유인을 완화하면서 대주주와 이사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사회와 기관투자가들의 역할을 대폭 강화해서 주요 경영진 선임시 검증을 강화하고 연금사회주의 현상 등에 대해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논란이 되고 있는 차등의결권 등 추가적인 경영권 보호 장치 도입은 소유지배 괴리 및 이에 따른 대리인 문제의 심화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보다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재벌문제의 본질은 소유구조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이를 통해 야기되는 터널링(tunneling) 등 기업가치를 침해하는 사적 편익의 추구 문제이다.
터널링은 회사의 지하에 터널을 뚫어놓고 회사재산을 빼돌린다는 뜻의 학술용어로 예컨대 스웨덴 등은 재벌 중심 경제구조이면서도 투명경영으로 터널링 효과 등은 미미하며 독일의 BMW는 지배주주가 이사회를 통해 경영을 간접참여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우리사회에서 터널링이 절도행위라는 사회적 인식이 매우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적 편익 추구가 제한 없이 허용될 경우 소유구조에 대한 어떠한 사전적 규제에도 불구하고 소유와 지배의 괴리현상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앞으로 기업집단정책의 방향은 터널링 등 사적편익 추구를 제한하고 축소시키는데 집중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이날 ‘재벌의 소유·지배구조, 그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표한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재벌소유구조의 문제점으로 소수지배를 지적했다.
기업인수에서 다른 나라는 지분 100%를 인수하는 데 우리나라에서는 부분인수를 한다. 부분인수를 하기 때문에 다단계 출자나 순환출자, 그리고 교차출자 등의 복잡한 지배구조를 형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소수지배구조는 수많은 계열사를 지배가능하게 함으로서 경제력 집중을 강화시키고, 부당내부거래를 가능하게 하며, 높은 내부지분율로 인해 외부주주견제 기능이 부재한 결과를 가져온다.
이는 소액주주들의 의견이 무시되고 피해를 입히는 결과를 초래한다. 뿐만 아니라 부채구조가 심화되는 결과도 가져온다.
김 교수는 재벌소유구조 개선방안의 하나로 의무공개매수제도 부활을 제의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7년 1월 증권거래법 개정을 통해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도입하였으나, 외환위기 직후(1998년 2월) 인수합병을 통한 대규모 기업구조조정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 폐지한 바 있다.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도입하면 기업을 지배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잔여주식 전부에 대해 공개매수를 제의해야 하고 50%+1주 이상을 취득하지 못하면 원상복귀 시켜는 것이다.
이로 인한 기대효과는 잔여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고 부분매수가 아닌 전량매수를 유도함으로서 소수지배구조를 완화하는 부수효과도 거둘 수 있다. 재벌지배구조의 문제점은 한마디로 이사회가 없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점이다.
사외이사의 독립성 결여, 최고경영자에 대한 성과평가 및 보상 기능 부재, 기존 최고경영자 교체 및 새로운 최고경영자 선임 기능 부재, 가족 임원에 대한 터무니없는 보수 지급 그리고 수감 중임에도 불구하고 경영개입, 사면 후 경영복귀 등은 모두 내부견제장치의 미흡에서 나오는 문제들이다.
재벌기업에 대한 외부견제 장치도 작동되지 않는다. 적대적 인수 합병(M&A)이 사실상 전무한 데다 주주행동주의에 있어서도 외국인에 국한되고 ‘애국 프레임’으로 진실이 호도되는 것이 현실이다.
집중투표제 배제와 감사위원회 위원의 일괄 선출로 인해 독립적인 사외이사 선임 불가능, 필요 지분 요건과 원고의 입증책임 등으로 주주대표소송 제기가 힘들고 이중대표소송이 인정되지 않고 있다.
또 법원의 보수적인 판결, 특별사면 남발, 가석방 등 도 문제이다. 더 큰 과제는 임감몰아주기의 과징금이 실효성이 없는 등 행정규율도 작동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지배구조 개선방안으로는 ▲금융보험사 보유 비금융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제한 ▲감사위원의 분리 선출 ▲집중투표 및 전자투표 의무화 ▲독립성 강화를 전제로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 강화 및 대표소송 제기권 등 주주권 행사 등이 제시됐다.
또 ▲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 ▲증권집단소송법 상 자격요건 및 허가요건 등 완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에 대한 형량 강화 ▲사면심사위원회 등을 통해 대기업 지배주주 경영자의 중대범죄에 대하여 사면권을 엄격하게 상신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내용이다.
특히 이는 박근혜대통령의 후보시절 공약사항에 모두 들어있는 내용이다.
국가미래연구원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의 당사자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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