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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령 망언’은 위안부 희생자에 대한 테러입니다
미쓰비시 강제징용 피해 배상 소송 대리인 최봉태 변호사
2015-08-10 06:00:00 2015-08-10 06:00:00
“박근령씨 위안부 발언은 용납할 수 없는 망언입니다. 위안부 피해자들과 그들을 위해 고독하게 투쟁해 온 평화 운동가들에 대한 테러입니다.”
 
최봉태(54) 변호사는 박근혜 대통령 동생인 박근령(62) 아시아문화콘텐츠연합 총재의 ‘위안부’ 발언을 테러로 규정했다. 박씨는 최근 일본 포털 사이트 니코니코와의 특별대담에서 “일본에 위안부 문제 사과를 계속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신사참배 비판에 대해선 내정간섭이라고 했다. 일왕을 ‘천황폐하’라고까지 했다. 최 변호사는 “이런 시대착오적 역사관을 가진 특수 기득권자들이 활보하게 된 이유는 우리 사회가 해방 후 친일반민족주의자들 처단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암버섯이 아직 남아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최 변호사는 일제치하 강제징용 피해자 등에 대한 배상을 위해 23년여 변호사 생활 대부분을 오롯이 바친 법률가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미쓰비시를 상대로 한 소송만 해도 15년째 진행 중이다. 박씨 망언은 비수가 되어 최 변호사나 그와 노력을 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평화운동가들, 특히 위안부 희생자들의 가슴을 헤집고 있다.
 
대통령 친동생이 일본 만행을 두둔하는 망언을 쏟아내 어지러운 한국은 곧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있다. 희미해지는 광복의 의미와 일제치하 피해자의 아픔을 최 변호사를 만나 되새겨 봤다.
 
 
최봉태 변호사.사진/신지하 기자
소송은 어떻게 진행 중인가.
 
2000년 5월 제소해 2년 뒤 대법원에서 원고 승소취지 판결을 받았다. 1년 뒤 부산고법에서도 승소했으나 미쓰비시가 재상고했다. 승소한다면 강제집행을 해서 채권을 확보할 수 있다. 미쓰비시가 한국에서 아리랑3호 발사 용역 사업을 한다. 이 채권을 압류하면 된다. 현실성이 있느냐는 의문이 있는데 중국은 피해자 3700명에 대한 배상문제를 일괄 해결했다. 중국은 해주고 우리는 왜 안 해주나. 한국법을 무시하는 전범기업이 우리나라에서 돈 벌 생각을 못 하도록 전 국민들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게 정상적인 나라의 국민이다. 미쓰비시 관련 기업들에 대한 불매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그런 노력이 있다 보면 미쓰비시도 빨리 해결하려고 할 것이다. 다만 대법원 판단 전에 한국과 일본이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
 
 
법적투쟁에 투신한 계기는 무엇인가.
 
일본에서 1994년부터 3년간 유학했다. 동경대 대학원에서 노동법 석사를 받았다. 당시 한국인 피해자들이 법정투쟁을 하고 있었다. 일본 시민들과 변호사들이 헌신적으로 돕고고 있었다. 미안하고 부끄럽고 고마웠다. 그래서 이 일을 시작했다. 일본에서는 한국인 피해자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이 상당히 있다. 우리보다 훨씬 성실하고 집요하다. 변호사들만 200~300명 이상이다. 우리 생각보다 훨씬 층이 두껍다.
 
소송 중 어려운 점은 없나.
 
없다. 다만 15년째 되다보니까 고령이신 원고 6명이 재판 도중 모두 돌아가셨다. 가슴이 아프다. 또 피해자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 부족으로 일본 기업들이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도 아쉽다.
 
아베 총리의 안보법 제·개정 추진을 어떻게 보나.
 
일본 시모노세키 법원은 1998년 4월 고노 담화가 나온 이후 3년 안에 입법을 통해 한국 위안부 문제를 사죄하고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일본 최고재판소도 2007년 4월 한국 강제 징용자에 대해 일본 정부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책임을 이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무시했다. 사법부 판단과 헌법까지 무시해 온 것이 결국 전쟁 법안까지 만드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일본 내 평화를 사랑하는 시민들과 연대해 평화헌법을 지키고, 전쟁피해자인 일제 피해자들에게 정의를 돌려줘 전쟁의 무서움과 평화의 소중함을 공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박근령씨 '위안부 발언'이 큰 논란이다.
 
박씨 발언은 용납할 수 없는 발언으로 그야말로 망언이다.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독하게 투쟁해 온 평화 운동가들에 대한 테러다. 이런 시대착오적 역사관을 가진 특수 기득권자들이 활보하게 된 이유는 해방 후 친일반민족주의자들 처단에 실패했기 때이다. 암버섯이 아직도 남아있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일본도 독일과 똑같이 했어야 한다. 독일은 히틀러가 자살했다. 죽게 만들었다. 일본은 히틀러에 준하는 전쟁 책임자가 일왕이다. 같은 논리라면 일왕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 또 독일은 동서로 나눠서 전범들을 다 정리했다. 일본도 남북으로 나눠서 전범들을 청산했어야 했다. 그렇게 했다면 이런 문제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우리가 분단 됐다. 그러는 사이 일본은 한국전쟁과 베트남 전쟁을 통해 경제적으로 일어섰다. 지금 일본은 전범 세력들이 사회 지도층으로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일본 패전의 대가는 독일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다.
 
광복 70주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우선 일제 치하 독립 운동가들이 목숨을 걸고 투쟁하면서 만들려 했던 공동체와 현재 우리 모습을 보면서 그 분들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되새겨야 한다. 이런 점에서 광복 70주년은 통일된 민주국가를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정부의 대일 정책·기조를 어떻게 평가하나.
 
우리 정부, 특히 외교부가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 1965년 당시 충분히 사죄 받고 배상을 받았어야 했다. 나름대로 협상을 잘 해서 일부분 보상을 받아 왔다고 정부가 주장하는 바람에 꼬이게 됐다. 이후 일제 피해자 문제도 제대로 해결 못하고 있다. 일본의 계속적인 도발도 억제 못하고 있다. 심각한 반성과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일본이 평화헌법을 준수하고 법치주의, 민주주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피해자 문제 해결이 관건이 된다. 이것을 인식시켜 한일 양국이 공동 번영의 길로 나아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난 7월30일 '근로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과 양금덕 할머니 등 피해자들이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범기업 미쓰비시의 한국만 배제한 강제징용 사과는 피해자는 물론 대한민국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제품불매 운동 촉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쓰비시가 미·중 강제노역자 들에게 사과·배상을 약속했다.
 
이런 이중 플레이는 일본 외무성의 고질적 병폐다. 법적 상황이 다르다는 것도 근거가 없다. 일본 사법부 판단에도 반한다. 이런 차별적, 민족 멸시적 태도는 결국 전쟁을 부르는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한일회담 문서를 공개해야 한다. 작성된 지 50여년이지만 공개를 않고 있다. 그 진실을 일본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그래서 일제 피해자 문제 해결이 일본 사회를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사회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점을 잘 설득시켜야 한다. 한편 미쓰비시가 정부와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또 사람들 끌고 가서 일을 시켰으면 그 노임을 줘야 한다. 법 이전에 상식적인 문제다. 노동을 착취하고 임금을 주지 않는 이런 악덕 기업은 없애는 것이 일본의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좋다. 중국인은 포로였고 조선인들은 자국민 상태여서 법적으로 다르다는 주장도 말이 안 된다. 똑같이 일 시키고 임금을 안 줬다면 똑같이 사죄하고 배상해야지 다를 이유가 없다.
 
소송 외에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없나.
 
이미 대한변호사협회와 일본변호사연합회가 대안을 만들어 놓았다. 한국에서 대한변협이 2014년 '일제강제동원피해자인권재단 설립에 관한 특별법률안'을 만들어 공청회까지 마친 상황이다. 조속히 이 법률안을 통과시켜 포괄적으로 신속하게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렇다 할 반응이 없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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