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어주는기자)부모가 '위험 전문가'가 돼야 하는 시대
<재난 반복 사회> 김석철 지음 | 라온북 펴냄
2015-08-07 09:04:41 2015-08-07 09:04:41
책의 제목처럼 국내에서는 재난이 반복되고 있다. 멀리 되짚어보면 삼풍백화점 붕괴가 있고, 대구 지하철 화재사고가 있다.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아픈 기억인 세월호 침몰 참사, 올해에는 메르스 사태까지 소위 '후진국형 재난'이 연속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실패의 자산화'라고 해서 실패를 통해 경험을 쌓지만 박근혜 정권은 유형만 다른 재난 앞에서 똑같은 실패를 되풀이하고 있다. 어쩌다가 우리 사회는 반복되는 사회적 재난과 미숙한 사후수습으로 인한 신뢰감 상실로 이어지는 위험사회에 직면하게 된 걸까.
 
이 책의 저자 김석철 박사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근무한 국내 (핵)안보 전문가로서 국가에서 이러한 재난이 반복되는 이유와 대책에 대해서 날카롭게 분석하고 그에 대한 방안을 거침없이 정리했다.
 
▶전문성 : 이론뿐 아니라 IAEA와 후쿠시마 원전 사태 상황실 근무 등 실무적인 경험이 풍부한 저자는 재난 반복의 이유와 대책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하게 짚어준다. 또 세계 각지의 재난과 그 후속대책이 정확히 분석돼 있고, 이를 통해 안전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설득력 있게 담았다.
 
▶대중성 : 재난과 관련한 다소 여러운 전문적인 이야기들을 누구나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법한 예시와 적절한 비유를 섞어 설명한다. 중학생들도 크게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참신성 : 저자는 재난이 반복되고 있지만 이민을 간다 하더라도 고생하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뚜렷한 계획이 없다면 국내에서 위험 전문가가 되길 권유한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부모들도 위험 전문가가 되야 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 요약
 
한국에서 후진국형 대형 안전사고가 반복되는 요인으로는 지난 반세기 동안 폭발적으로 경제를 성장시킨 근대화 과정에서 발생한 생명 경시, 사회정의 몰락, 집단이기주의와 경직된 관료 체제에 있다. 안전에 비용을 투입하기 보다는 차라리 리스크를 감수하고자 하는 조직문화가 팽배하다는 점이다.
 
국가 차원의 재난이 발생한 경우에는 신속한 정부 대처가 필요한데, 각 조직마다 체계가 있는 기관 간에 공조체제를 이끌 수 잇는 컨트롤 타워와 전문 인력, 각 조직원의 재난 훈련도 미흡하다.
 
아울러 저자는 소통보다는 방송만 있어 불량스러운 지식을 확대재생산하면서 사회불안을 조장하는 언론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한다. 확실하지 않은 정보를 자신있게 말하는 전문 과학자들의 주장도 신뢰감이 가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광우병 괴담에 따른 촛불집회를 이러한 측면의 예로 들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한국을 떠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다면 과연 이민은 정답이 될 수 있을까. 오스트리아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는 저자는 이민 생활은 복지나 인종차별, 언어의 장벽, 한국에 비해 굉장히 느린 서비스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본이나 미국도 비교적 탄탄한 안전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지만, 안전에 완벽히 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게 저자의 표현이다.
 
결국 이 책의 주제는 국가가 우리 모두를 지켜줄 수는 없으며, 스스로 한국의 부모이자 가장으로서 위험관리의 전문가가 돼야 한다고 밝힌다.
 
저자는 위험의 확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위험요인을 제거하거나 최소화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 회자된 1:29:300의 하인리히 법칙처럼 인재의 경우에는 사전 조짐을 통해 예방이 가능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 화재와 같은 사고 발생시에는 소화, 피신 등 완화조치를 통해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고 마지막으로 적절한 사후관리, 즉 건강 관리나 외상후 스트레스에 관한 심신 미약도 처방해야 한다고 밝힌다.
 
저자는 우리나라의 대책의 경우 다른 부분보다는 사후관리만 신경쓰기 때문에 같은 실수가 반복된다고 지적한다.
 
끝으로 저자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이야기를 토대로 안전에도 공짜가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결국 안전을 위한 조직문화, 교육 등 사람들에 대한 다양한 투자가 필요하며, 제도화보다는 의식을 고취시키는 문화 의존형 대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 책 속 밑줄 긋기
 
"가래로 막을 것을 호미로 막자."
 
"현명한 사람은 들으면 알고, 똑똑한 사람은 봐야 알고, 미련한 사람은 당해야 알고, 정말 답답한 사람은 망해봐야 안다."

"사고는 멀리 있지 않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개인이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안전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만이 지긋지긋한 후진국형 재난 반복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재난이 일어난 후 몇 달이 지나면 들끓었던 우려와 아타까움은 기억의 뒤편으로 퇴장하고 우리는 다시 미련한 사람으로 남는다."

 
 
"복합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현대 재난 특성에 맞는 재난 전문가는 현장의 상황정보와 가용한 자원을 토대로 주어진 시간 내에 적절한 전략과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재즈 연주가'가 돼야 한다."
 
■ 별점 ★★★
 
■ 연관 책 추천
 
 
<환경재난과 지역사회의 변화> 김도균 지음 | 한울아카데미 펴냄
<재난시대 생존법> 우승엽 지음 | 들녘 펴냄
<세월호와 대한민국의 소통> 김왕근 지음 | 미래를소유한사람들 펴냄
 
 
함상범 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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