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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천하로 끝난 롯데그룹 '장자의 난'
신격호 총괄회장 퇴진…신동빈 체제 강화
2015-07-28 18:02:11 2015-07-28 18:02:11
롯데그룹 장남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의 '반란'이 실패했다.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더 이상의 '쿠데타'가 발생되지 않도록 '아버지'를 끌어내렸다.
 
28일 일본언론과 롯데그룹 등에 따르면 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일본롯데홀딩스는 이날 오전 긴급 이사회를 열어 신격호 대표이사 회장을 전격 해임하고, 곧바로 명예회장으로 선임했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의 경영권 승계는 신격호 총괄회장 체제에서 차남 신동빈 회장 체제로 사실상 정리됐다.
 
앞서 지난 27일 신격호 총괄회장은 신동주 전 부회장,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직무대행 등 5명의 친족들과 함께 전세기 편으로 일본으로 건너가 총 7명의 일본롯데홀딩스 이사 중 자신을 제외한 6명을 해임했다. 해임된 인사 중에는 신동빈 회장도 포함됐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고령으로 거동과 말이 불편한 신격호 총괄회장을 무리하게 이동시켜 일방적으로 임원 해임을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일본롯데홀딩스 이사회도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은 이 결정에 대한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28일 정식이사회를 통해 일본롯데홀딩스의 기존 임원들을 복귀시켰다.
 
또 일본롯데홀딩스 이사회는 신격호 총괄회장을 일본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 자리에서 내리고 명예회장으로 추대했다. 불과 이틀만에 부자(父子)가 서로를 '자르는' 웃지 못할 상황을 만들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 같은 결정은 경영권과 무관한 인물들이 '대표이사'라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법적 지위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고, 신 총괄회장의 부담을 덜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이번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지난 15일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된 신동빈 회장의 한·일 원톱 체제가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장자의 난'에 실패한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이미 지난해부터 롯데그룹의 주요 계열사에서 자리를 내놓으며 후계자 자리에서 뒤쳐지는 모습을 보였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지난해 12월26일로 열린 긴급 임시이사회에서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을 일본롯데 계열사 3곳에서 해임한 바 있다. 이어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 1월8일 일본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롯데홀딩스에서도 해임돼 일본롯데의 경영에서 손을 떼게 됐다. 롯데상사, 롯데리아 등 한국 롯데그룹에서도 신동주 전 부회장의 지위가 속속 사라졌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직접 일본을 방문해 스스로 해임건을 진행하는 등의 행보를 보인 것을 두고 아직 후계자에 선정에 대한 신 총괄회장의 정확한 속내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동주 전 부회장을 해임하고 신동빈 회장을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앉혀놓고선 지난 27일 신 회장을 일본롯데홀딩스 이사에서 해임하는 등 상반된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측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고령임을 강조하며 신동주 전 부회장의 무리한 행보임을 주장하고 있다.
 
한편 향후 누가 '왕'의 자리에 오를지에 여부에 따라 여러 인사들의 거취 또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을 장악할 경우 신동주 전 부회장과 동행한 '누나' 신영자 사장, 신동인 구단주 직무대행 등에게도 '숙청의 칼날'이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왼쪽)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오른쪽). (사진제공=롯데그룹)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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