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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채식, 내 몸과 지구를 살리는 작은 실천
2015-07-29 12:58:19 2015-07-29 12:58:19
한국의 동물보호단체 연합인 '인도주의행동연합'은 중복인 지난 23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StopIt 복날, 채식하는 날이 되다’ 캠페인을 진행했다. 언론에서는 절기상 개식용 문제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이들은 동물학대산업에 반대하며 “입장 바꿔 생각하면 다른 생명체를 먹을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1980년 설립된 세계적인 동물보호단체인 PETA(동물을 윤리적으로 대우하는 사람들)는 2003년 ‘당신 밥상 위의 홀로코스트'(Holocaust on your Plate)’ 전시회를 열었다. 이들은 “나치에 의해 7년 동안 학살당한 유대인의 수와 지금 미국에서는 4시간마다 학살당하는 동물의 수가 같다”며 “동물과의 관계에서 모든 사람은 나치다”라고 말한다.
 
“종이 다르다고 인간이 동물을 착취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용인될 수 없다”는 위 두 단체의 주장은 과도한 것일까? 양계장에서 사육되는 닭은 한 마리당 0.3㎡가 안 되는 고밀도의 공간에서, 양돈장의 돼지는 '스톨'이라는 가로 1.8m 세로 0.65m의 공간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대량 사육되고 있다. 닭의 대량 산란을 유도하기 위해 성장촉진제와 고단백질 사료공급, 항생제를 투약한다. 돼지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스트레스에 노출된다. 태어나자마자 백신을 맞고 이빨과 꼬리는 철 가위로 잘리고 생후 3주도 안 되어 어미와 격리된다. 수퇘지는 상품가치를 높이고 노린내를 제거한다는 이유로 거세된다. 어미 돼지는 곧바로 인공수정에 들어가고, 쉴 새 없이 임신과 분만을 반복한다.
 
공장형 축산에서 동물은 생명이 아니라 상품이다. OIE(세계동물보건기구)가 지정한 동물의 5대 자유인 갈증·배고픔·영양불량으로부터의 자유, 불안으로부터의 자유, 통증·부상·질병으로부터의 자유, 정상적 행동을 표현할 자유, 두려움과 고통으로부터의 자유는 일절 허용되지 않는다. 공장형 축산은 생명체를 보살피고 기르는 것이 아니라 상품을 생산한다는 의미가 강하므로 출하 전까지 상품성을 유지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공장형 축산은 가축의 면역력을 떨어트리고 신종 바이러스를 창궐시켜 대량 살처분의 악순환을 반복시킨다. 한국에서 구제역으로 인한 살처분 숫자는 2010~2011년 348만마리에서 2014~2015년에는 17만마리였단다. 죄 없는 가축이 생매장 혹은 살처분으로 비명횡사하는 사상 최악의 재앙을 맞이했다. 그 과정에서 생명의 존엄이나 윤리 따위는 경제적 논리 앞에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채식주의자들은 건강한 몸과 지구의 지속가능성은 육식을 줄일 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사실, 고기와 우유에 길든 음식 습관은 우리의 체형을 바꾸어 놓았다. 외형적 체격의 변화는 동물이 섭취한 사료에 포함된 성장호르몬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의 빠른 경제성장이 부의 왜곡과 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하고 있는 것처럼, 짧은 기간에 일어난 인체의 변화는 생활습관병(성인병)이라는 무서운 질병도 함께 불러왔다. 암과 고혈압을 비롯한 심혈관계 질환 그리고 당뇨병 등 각종 생활습관병과 알레르기성 천식, 비염, 아토피성 피부염 등 난치성 질환이 난무하는 것은 동물의 불행을 섭취하는 육식의 과잉으로 인한 결과이다.
 
지나친 육류 소비는 인간의 건강만을 위협하지 않는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각종 이상기후와 생태계 파괴, 대기오염, 빙하 감소, 해수면 상승, 가뭄과 사막화로 우리 삶 자체가 재난에 노출되어 있다. 1인분의 쇠고기를 생산하기 위해서 22인분의 곡물과 4550리터의 물을 소비해온 인간의 어리석은 욕망이 스스로 위기를 자초한 것이다.
 
매초 1200평의 열대우림이 사라지고 있다. 육식하는 인류의 증가가 과도한 가축의 방목지를 요구하고, 그에 따른 산림 파괴 등 인위적 요인이 영향을 가중한다. 이제는 공장형 육류 생산과 소비가 지구의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는지 차분히 생각해봐야 한다.
 
최근, 채식 인구가 꾸준히 증가해 완전채식주의자(비건)는 50만~60만명 정도라고 한다. 환경 파괴나 동물 학대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했건 건강이나 종교적인 이유이건 채식 인구가 많아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곡·채식은 개인의 건강은 물론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 인류가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다. 환경 위기의 시대, 과잉 육식은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영위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참살이란 생태환경과 내 옆의 이웃 그리고 모든 생명체와 함께하는 삶이기 때문이다.
 
이창언 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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