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로 부동산 시장을 살리겠다던 정부 정책이 위험 대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이 위험 수위까지 치달으면서 불안을 키우는 것이다. 가계부채가 1300조원이 넘을 정도로 '빨간 불'이 켜진 상황에서 정부가 '땜질식 처방'만 반복한다는 지적이다.
23일 정의당 박원석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47조8000억원으로 1년 만에 31조5000원 늘었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60%를 넘는 대출은 87조9000억원에 달한다. 1년 전(60조9000억원)보다 27조원이나 늘어난 규모다. 이는 총 주택담보대출 증가분의 85%에 이른다.
LTV는 주택 가격에서 담보를 어느 정도까지 인정해주는지 보여주는 비율이다. LTV가 60%면 아파트가 1억원일 때 6000만원까지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LTV가 높은 대출이 많을수록 부실 위험도 크다는 얘기다.
위험 대출 급증에는 정부의 규제 완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은행권에서 50~70%를 적용하던 LTV를 70%로 일괄 완화했다.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한다는 이유로 가계에서 대출받을 수 있는 한도를 늘린 것이다.
실제로 LTV가 60%를 초과하는 대출이 급증하는 동안 50~60% 구간 대출 잔액은 2조4000억원 줄었다. 기존 규제 틀에 묶여 있던 대출이 위험 구간으로 갈아탄 셈이다.
백주선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 실행위원(변호사)은 "부동산 거품이 여전한 상황에서 규제를 풀면서까지 비싼 주택을 빚을 내서 사라는 것은 현 정부만 폭탄을 피해가겠다는 단기적 처방"이라며 "가계부채가 1300조원을 넘어선 현실을 고려하면 LTV를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 빚을 늘리는 방식의 경기 부양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2일 '가계부채 종합관리 방안'을 내놓으면서도 LTV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대신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분할 상환을 유도하는 우회로를 택했다. 가계부채를 줄이는 대책으로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 시스템 전반의 불안정성을 키울 거라는 목소리도 크다. 박 의원은 "경기를 부양하겠다며 대출 규제 완화를 주도하면서 가계에서 한도 끝까지 빚을 늘리도록 한 최경환 경제부총리야말로 위험 대출 증가의 주범"이라며 "정부는 가계부채를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대출 억제보다 관리에 중점을 두겠다는 한가한 소리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순민 기자 soonza00@etomato.com
정부의 규제 완화 이후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60%를 초과하는 대출이 1년 만에 27조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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