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2시간을 기다려 커피를 마실까?
가치있는 제품은 소비자들이 스스로 홍보한다
입력 : 2015-07-23 06:00:00 수정 : 2015-07-23 06:00:00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럭셔리함을 내세운 고가 마케팅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유명하지 않더라도 가치 있는 제품이라면 소비자들이 스스로 인터넷에 홍보하고 공유하는 시대가 열렸다.
 
LG경제연구원은 '취향과 체험, 전염성 있는 브랜드 만든다'라는 보고서를 통해 "소비를 강요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는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면서 "자신의 취향을 제대로 읽어내고 이를 제품과 서비스에 세심하게 반영한 브랜드에 열광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들은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역할을 자발적으로 수행해 브랜드의 성공을 돕는다"고 설명했다. 
 
블루보틀 커피숍과 고프로가 대표적인 예다. 지난 2월 도쿄에 아시아 1호점을 낸 블루보틀 커피숍 앞에는 매일 커피를 마시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다. 들어가려면 2시간 이상 기다리는 데다 주문 후 30~40분 후에나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주문을 받고 나면 볶은 지 48시간 이내의 신선한 원두 적정량을 전용 저울로 재는 것부터 시작해 원두를 갈고, 이를 슬로우 드립 방식으로 내리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2시간 이상 기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블루보틀커피는 커피 애호가 제임스 프리먼이 지난 2002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작은 가게로 시작했다.
 
손님이 커피를 주문하면 그때서야 커피콩을 저울에 달고 갈아서 한 잔씩 만드는 핸드 드립 방식을 고수했다. 그럼에도 가격은 스타벅스와 비슷하게 책정해 커피 애호가들에게 지지를 받기 시작했다.
 
수요가 늘면 빠른 성장을 위한 전략을 구사하기 마련이지만 블루보틀커피는 장인정신을 고수했다. 대신 자사 원두를 다른 커피숍에 공급하는 B2B사업을 확대해 수익성을 확보했다. 커피숍에 붙어 있는 '저희는 블루보틀 커피에서 제공하는 원두를 씁니다'라는 문구가 소비자들이 커피숍을 고르는 기준이 된 것이다.
 
블루보틀 커피숍은 2012년 구글 벤처스 등으로부터 2000만달러, 지난해 모건스탠리로부터 4600만달러, 올해 피델리티 등으로부터 700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고프로는 전통적인 카메라 제조사들이 수십 년 동안 지배해 온 비디오 카메라 시장에서 독보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은 14억달러, 영업이익은 1억9000만달러에 달한다.
 
고프로는 지난해 액션캠 세계 시장 점유율 57%를 확보하며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증시 상장에도 성공, 6월 기준 시가총액은 8조원을 상회했다.
 
고프로 창업자 닉 우드만은 2002년 호주에 서핑 여행을 갔다가 자신이 서핑하는 모습을 근접 촬영할 수 있는 장비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스트랩에 연결해 몸에 장착할 수 있는 카메라 시장의 가능성을 인지했다.
 
2006년 그가 시장에 내놓은 몸에 장착이 가능한 소형 카메라 '디지털 히어로'는 동영상 촬영 가능 시간이 10초 밖에 안되지만, 서핑·패러글라이딩 등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소수 커뮤니티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커뮤니티의 회원들이 고프로로 촬영한 영상들을 유튜브 등에 올리고, 이 영상들이 다시 페이스북 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유되면서 고프로 판매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블루보틀커피나 고프로는 처음에는 작은 브랜드에 불과했다. 마니아 취향에 정조준한 제품을 내놓았고, 여기에 사용 경험·매장 방문 등의 체험이 결합되는 과정을 통해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다. 비츠 오디오, 인텔리겐치아, 이탈리, 러시 등도 비슷한 맥락의 브랜드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늘고 있다. 커피 리브레, 테라로사 등의 국내 커피 전문점들은 커피 마니아들 사이에서 확보한 주류커피 브랜드 못지 않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매장을 늘려가고 있다.
 
한 지방 도시의 제빵점인 성심당이 서울 백화점에 입점하자 빵을 사기 위해 소비자들이 긴 줄을 서는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보고서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작은 것도 충분히 아름다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며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해서 제품이나 서비스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기업이 주장하는 장점보다는 제품을 사용해 본 경험이 있는 다른 소비자들의 의견에 기반해 구매를 결정하는 때가 왔다"고 판단했다.
 
즉, 취향 선도자들이 자발적으로 추천하는 제품은 믿을 수 있는 데다 상대적으로 희소한 정보와 경험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공유한다. 이를 통해 지인들의 관심과 부러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회적 소비로서의 동기부여가 높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그러면서 "취향과 경험, 브랜딩의 환경을 바꾸다 개인의 취향을 보여주는 제품에 대한 소비는 꾸준히 있었다"며 "취향에 기반한 소비 이면에는 개인의 정서적 만족을 위한 부분에 더해 자신을 사회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욕망의 요소 또한 존재한다는 것이 무리한 주장은 아닐 것"이라고 부연했다.
 
과거에는 고가의 상품을 통해 자기 취향을 과시함으로써 다른 사람보다 높은 지위에 있음을 보여주는 수단으로 활용했지만 최근에는 제품 가격이 브랜드의 희소성을 담보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가격보다 우월한 정보력과 취향을 상징하는 덜 알려진 마니아 제품에 대한 선호가 사회적 소비의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보고서는 "이는 입소문이나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쉽게 확산돼 다른 사람의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특징을 지닌다"며 "소비자들간의 연결이 촘촘해지면서 작아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자신의 취향을 제대로 읽어내고 이를 제품과 서비스에 세심하게 반영한 브랜드들에 열광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취향 기반 제품의 속성은 전염성을 지닌 제품 속성과 부합한다. 입소문이나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쉽게 확산돼 다른 사람들의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특징을 지니는 것이다.
 
보고서는 "전염성이 강한 제품은 소비자들 이 제품을 사용함에 있어 정서적·감정적인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속성과 제품의 사용 여부를 다른 소비자들이 쉽게 인지할 수 있거나 제품이나 브랜드 정보로서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해 관심을 끌기 쉽다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수액션캠 '고프로 히어로4'를 장착하고 서핑하는 모습을 촬영한 장면. 사진/ 고프로
   
임애신 기자 vamo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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