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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정책포커스)다시 점화되는 '망중립성' 논쟁
미국 "오픈인터넷 지지" vs EU "특수서비스 인정"
2015-07-08 15:11:16 2015-07-08 15:11:16
현재 인터넷·미디어 업계에서 가장 핫한 기업은 '넷플릭스'다. 다양한 콘텐츠로 무장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앞세워 유료방송으로 대표되는 전통 미디어 시장을 잠식해 가고 있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전세계 가입자 수는 6200만 명. 올해 첫 3개월 동안에만 490만명의 신규 가입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넷플릭스에게도 곡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우스 오브 카드' 등 인기 작품을 본 고객들이 전송 속도에 문제를 제기한 탓에 2014년 초 컴캐스트, 버라이즌 등 주요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와 상호접속의 일종인 '피어링' 계약을 체결했다. 고객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위해 해마다 수 백달러의 추가 비용도 감수하는 선택을 했지만, 넷플릭스는 이 과정에서 컴캐스트 등이 유료 계약을 위해 고의로 망 혼잡을 초래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는 '콘텐츠제공자(CP)가 ISP에게 별도의 통신망 이용료를 지불해야 하는가'라는 망중립성 논란으로도 이어져 전세계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미국 ISP, 기간통신사업자 수준 규제 받는다
 
오픈인터넷이라고도 불리는 망중립성은 ISP가 소비자들에게 모든 합법적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을 동등한 기반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원칙을 말한다. 특정 콘텐츠를 편애해서도,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접근을 방해해서도 안된다. 다시 말해 망중립성이 인정된 상황에서는 동영상, 오디오 등 어떠한 인터넷 서비스에 대해서도 같은 환경에서 접근하는 것을 보장해 줘야 한다. ISP가 특정 사업자에 대해 대량의 트래픽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별도의 과금을 할 수 없는 것. 이에 따르면 통신사는 데이터 트래픽 증가에 따른 망 투자 비용을 소비자들의 통신 요금을 통해서만 충당할 수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최근 결정은 망중립성 원칙을 보다 공고히 하는 배경이 됐다. 지난 2월 말 열린 전체회의에서 ISP를 통신법 제706조에 의거, 기간통신사업자(타이틀2)로 분류한다는 내용을 통과시킨 것. FCC는 인터넷 접속서비스가 ISP의 부가서비스 제공보다는 단순 전송기능이 중요해졌다는 점을 재분류의 사유로 제시했다. 소비자들이 인터넷 접속서비스를 활용해 제3자가 제공하는 이메일, SNS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ISP도 전송품질 등을 마케팅 포인트로 부각시키고 있는 현실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전체 5명의 위원 중 톰 휠러 위원장을 포함해 3명이 찬성표를 던진 이 규정에 따르면 ISP는 이용자에 대한 비합리적 차별 금지, 이용자와의 분쟁 발생시 FCC의 조사권 발동, 장애인에 대한 서비스 제공 의무 등 기간통신사업자에 준하는 강력한 규제를 받게 된다. 이에 통신사들은 "FCC의 망중립성 규정 시행을 연기해달라"며 연방항소법원에 소를 제기했으나 지난달 12일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상원의원 시절부터 오픈인터넷 정책을 지지해 왔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FCC의 결정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는 "FCC의 결정은 미래 기업들의 혁신과 창의성을 보장할 수 있게 했다"며 "공정하고 평등한 인터넷 환경 구축을 위해 FCC에 의견 개진을 한 시민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고 말했다. 앞서 작년 11월 오바마 대통령은 공개 연설을 통해 "FCC가 ISP를 기간통신사업자로 재분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U "혁신서비스 위한 예외 상황 인정해야"
 
지난달 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비공개 3자회담을 통해 "새로운 EU 망중립성 규칙은 오픈인터넷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조건 아래 특수서비스나 혁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고 결정했다. 큰 틀에서는 "오픈인터넷에서 돈을 받고 우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금지한다"며 "모든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 공급자들은 최종 사용자들과 접속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고 규정했지만 예외 상황을 인정하며 사실상 망중립에 반기를 든 것. 이를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커넥티드 카 등 사물인터넷(IoT) 영역이 확대될 경우를 염두해 둔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유럽에서의 망중립성 논의는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 마련된 법안에서는 특수서비스를 허용하는 등 망중립성 기본 원칙과 배치되는 내용이 상당 부분 포함됐으나 작년 3월 유럽의회는 특수서비스 조항을 제거한 망중립성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 같은 원칙은 1년만에 다시 뒤집혔다. 인터넷 접속 차별 금지 조항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고속 인터넷 접속에 필요한 특별 서비스를 일부 허용하는 안이 힘을 받은 것. 이에 오픈라이트그룹(ORG) 등 유럽 내 디지털 권리 옹호 조직들은 "ISP들이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면서 돈을 벌어들일 수 있게 됐다"며 망중립 원칙을 지켜줄 것을 호소했다.
 
이 과정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망중립 원칙 반대측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디지타이징유럽 컨퍼런스'에서 "디지털 경제를 위한 일부 핵심 서비스들은 안정적인 전송 품질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른 데이터와 다르게 취급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짜 인터넷과 특별서비스를 위한 별도의 인터넷으로 분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는 "혁신 친화적인 인터넷은 특별 서비스에 대해 안정성을 보장해 주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 같은 서비스는 예측 가능한 품질 기준을 손에 넣을 수 있을 때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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