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토마토칼럼)'유승민 사태' 뒤집어 보기
2015-07-02 16:01:02 2015-07-02 16:05:25
"난 요즘 유승민이 좋던데?"
 
정치라면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아내가 요즘 자주 하는 말이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맘에 든다는 아내의 이유는 단순하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할말은 하더라' 그리고 '보수진영에 속하는데도 꽤 합리적으로 보이더라'는 것이다.
 
주위에서도 아내와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모인 술 자리에서도 여지없이 화제는 '유승민'이다. 대부분 유 원내대표의 소신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유 원내대표를 인터넷 포털에서 찾아보면 '신보수'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10년지기 박 대통령도 정적으로 돌아버리게 만들었다는 그의 꼬리표에는 기존의 보수와는 다른 '신보수'란는 단어가 항상 따라붙는다.
 
그는 "증세없는 복지는 없다"며 권력의 최정점에 있는 박 대통령에게 대놓고 따졌고, "경제성장과 복지가 함께 가야 한다"며 보수진영에 사상의 전환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제 여당은 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기존의 보수와 유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신보수의 싸움이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분란을 단순한 권력투쟁으로 진단하고 있지만 이 큰 싸움의 기저에는 기존 보수의 가치를 바꿔야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는 개혁보수의 반동이 숨어있는 것으로 읽힌다.
이런 노선경쟁을 보고있노라면 왜 보수진영이 선거에 강한지를 새삼느끼게 된다.
 
새누리당은 위기에 몰릴 때마다 혁신을 외치고, 실제 상상을 뛰어넘는 혁신을 실천해 이를 극복했다.
 
지난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디도스 사건' 등으로 한나라당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렸었다.
 
누란지위에 놓인 한나라당에서는 이른바 개혁파들이 들고 일어났다. 그리고 홍준표 당 대표를 끌어내리고 박근혜 전 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옹립했다. 그리고 '박근혜 비대위'는 이상돈, 김종인 등 개혁적인 보수 인사들을 비대위원으로 영입했다.
 
이렇게 분위기를 바꿔 필패가 예상됐던 총선에서 승리, 제1당의 자리를 지켰다.
 
최근 유승민 원내대표의 반란을 보면서 보수진영의 권력의지를 다시 한번 본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권 전체가 불신받고 있는 상황에서 새누리당도 내년 총선에서 승리를 기약할 수 없다.
 
벌써부터 일부 국민들은 제3 정당의 필요성을 얘기하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비록 대통령과 싸우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보수진영의 승리를 위해 새로운 보수를 기치로 내세우며 다가오는 선거를 준비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다. 요즘 진영을 가리지 않고 많은사람들이 '유승민의 버티기 행보'를 보며 박수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어떻게든 권력을 유지하려는 보수의 치열한 몸부림이 있음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박민호 국회팀장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