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은 여건이 안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보험 하나씩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보험 가입률은 97.5%에 달하며 보험산업 규모도 세계 8위 수준이다.
반면, 보험에 대한 만족도는 최하위 수준이다. 글로벌 컨설팅사 캡제미니(Capgemini)가 내놓은 '2015 보험 보고서'를 보면 주요 30개국 가운데 우리나라의 보험 소비자경험평가지수(CEI)가 25위를 기록했다. 또 우리나라 보험 소비자의 긍정적인 경험에 대한 응답률은 15%로 30개국 중 최하위였다. 소비자들은 보험설계사의 말을 듣고 고가 보험에 덜컥 가입했지만 실제 사고가 나면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원하는 보장을 받지 못한다는 불만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보험가입자가 늘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는 보험료와 보장내용이 적정한 수준인지 여부다. 전문가들은 보험료도 엄연한 비용이라며 매월 비싼 보험료를 내고 있는데 보장내용이 애매하다면 리모델링을 통해 불필요한 지출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종신보험, 사망기간 정해놓은 정기보험으로 갈아타자
먼저 가장들이 가족을 위해 가입하는 사망보험에 대해 알아보자. 대표적인 것이 종신보험인데 가장에게 무슨 일이 닥쳤을 때 남겨진 가족을 위해 가입하며 각종 특약이 붙어 보험료도 매우 비싼 편이다. 그런데 이 비싼 보험료의 대부분은 사망시 남은 가족을 위한 보장에 맞춰져있다. 따라서 가장이 아니라면 굳이 종신 보험에 가입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다.
또 가장이라 해도 종신보험이 무조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입할 때 사망보장기간을 종신으로 할 필요가 있는지 따져봐야한다. 프라임에셋의 재무상담사는 "가장이 30~40대에 사망할 경우 가족의 생계가 어려워질 수 있으나 80대에는 자녀가 모두 성인이 되어 직장을 갖게 되므로 가장의 죽음이 생계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며 "자녀가 성인이 되는 60세까지 제한하는 정기보험으로 바꾸면 된다"고 말했다. 정기보험은 일정기간 사망에 대해 보장하는 것으로 보험비 부담이 훨씬 낮아진다.
예를 들어 34세 남 자가 사망보험금 1억원을 종신으로 가입할 경우 보험료로 17만원 내야하지만 60세로 제한하는 정기보험으로 바꾸면 월 보험료로 4만원이면 충분하다. 온라인 보험사이트 인슈밸리 관계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기저기 가입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물건을 살 때도 비싸고 좋다고 무조건 사지 않는 것처럼 보험도 지급 여력이나 보장 조건 등을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도한 특약 경계..월 4만원 실비보험으로 충분
실비보험도 특약없이 단독 실손 보험만으로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실비보험이란 실제 치료비, 입원비 등 비용이 들어간 내용에 대해 보장을 받는 것으로 최근에는 중대한 질병과 수술까지 보장한다는 CI보험에 많이 가입하는 추세다. CI보험은 갑작스런 사고나 질병으로 인해 중병 상태가 계속될 때 보험금의 일부를 미리 지급함으로써 보험 가입자의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그런데 실상 CI보험은 우리가 흔히 아는 암이나 심근경색을 보장하지 않는다. 일반 암이 아닌 중증 암을 보장하는 보험으로 암세포 크기가 일정 수준이상이어야 한다. 또 뇌졸증으로 보장을 받는다면 가입자가 걷지 못하거나 음식물 섭취가 불가능할 정도가 되어야 보장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비싼 보험료를 내고도 제대로 된 보장을 받지 못할 수 있다.
고액의 암 진단비를 포함하는 특약도 불필요하다는 시각이 많다. 박종호 유퍼스트 교육실장은 "진단비는 1000만원 정도 내외면 충분하다"며 "60세 이전에 암 발병률이 10%미만인데 몇 십년 후에는 화폐가치 하락으로 보상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회사에서 단체 보험 형식으로 의료비를 보장 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실비는 중복보장이 되지 않는 만큼 개인적으로 의료 실비 보험을 가입할 필요는 없다고 귀띔했다.
100세만기 꼭 들어야 하나..실질 화폐가치 고려해야
100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태아보험의 만기를 100세로 변경하는 부모들이 많은데 이 역시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화폐의 실질 가치를 고려해야한다는 지적이다. 보장액이 3000만원이라도 자녀가 80세가 되었을 때 실질 화폐가치를 고려하면 7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박 실장은 "건강 보험의 보장 대상이 확대되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한다"며 "암처럼 고액의 치료비가 들어가는 경우 건강보험에서 95%까지 보장을 해준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암 환자가 있으면 집안살림 거덜난다고 했지만 이제는 수백만원 선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명로 푸르덴셜생명 라이프플래너도 "우리나라 의료 환경상 보험은 필요하지만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에 대한 기준을 알지 못한다"며 "불안한 마음에 이것저것 가입했지만 해지하자니 아깝고 유지하자니 부담스러운 보험료라면 한 번 쯤 점검해봐야한다"고 말했다. 단, 모든 병이 보험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의료비를 보험에만 의지하지 말고 노후 의료비를 따로 준비해야한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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