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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그렉시트 가능성 고조…유로존의 선택은
국민투표 이후 ECB·독일 대응방향 '주목'
2015-06-30 14:49:27 2015-06-30 15:22:21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충분히 가능성 있는 그림이다."
 
브느와 꾀레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가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에 대한 견해를 공식석상에서 직접적으로 밝혔다.
 
그리스 채권단 수뇌부에서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넘어 그렉시트에 대한 언급까지 구체화되면서 그리스의 향후 운명에 대한 불길한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그리스는 30일 만기가 도래하는 15억유로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차관을 상환하지 못하면 '체납상태'로 들어선다. IMF는 회원국의 채무 상환 실패를 디폴트가 아닌 '체납'으로 분류하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그리스의 채무 상환 지체를 디폴트로 간주하기 힘들다는 시각을 견지하고 있지만 오는 20일 도래하는 35억유로의 ECB 채무 마저 막지 못할 경우, 최종적인 디폴트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유로존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그리스의 향방을 좌우할 핵심 포인트는 국민투표 결과, 유동성을 공급하는 ECB의 대응 방향, 최대 채권국인 독일 메르켈 총리의 역할 등으로 압축되고 있다. 
 
◇돈줄 대는 ECB도 인내심 바닥 드러낼까 
 
그리스 은행들의 주요 유동성 공급처인 ECB의 스탠스 여부에 세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CB는 그동안 그리스 은행권에서 예금 인출이 일어나는 속도에 상응해 이들 은행에 대해 긴급유동성지원금(ELA) 한도를 늘려 왔고 그 결과, 그리스의 ELA 한도는 2월 말 600억유로에서 현재 890억 유로까지 확대됐다. 그리스 정부가 IMF에 대해 디폴트를 내도 취약한 그리스 은행들의 파산은 당분간 면할 수 있다는 뜻이다.
 
ELA의 지급 요건은 그리스 은행들의 지급 능력이 있는지 여부다. 하지만 ECB가 그리스 은행들에 더 이상 지불 능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ELA를 전면 중단 또는 축소할 경우, 그리스의 파산은 불가피하다. 
 
ECB 마저 그리스에게서 손을 뗀다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한편 ECB는 그리스가 IMF 채무 상환 실패로 코너에 몰리자 1일(현지시간) 통화정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그리스에 대한 ELA 지원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힌 상태다. 이를 두고 시장 전문가들은 아직 ECB가 그리스를 버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남아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에발트 노보트니 ECB 정책위원은 "ELA가 그리스 국민투표 예정일 전에 증액할 것인지 여부를 두고 심도 있는 논의를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ECB가 당장 ELA를 중단시키기 보다는 현 수준에서 유지하거나 추가 증액을 고려하면서 오는 5일 예정된 국민투표 결과를 확인한 이후 확실한 대응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물론 오는 20일 그리스가 ECB에 국채상환을 하지 못하거나 그 전에라도 그리스가 또다시 돌발적인 결정을 내린다면 ECB 스탠스가 강경하게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국민투표에서 만에 하나 반대표가 우세해 ECB가 그리스 지원 중단 결정을 내리면 그리스는 디폴트에 이어 본격적인 그렉시트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농후해진다.
  
 
◇메르켈 총리 "협상 가능성 언제든 열어둘 것"
 
한편 일각에서는 독일이 나서야만 그리스 사태를 조기에 매듭지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메르켈 총리가 교통정리에 나서 꼬인 실타래를 풀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실제로 유로존 질서 유지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메르켈은 거듭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시장에서도 유로존 유지를 위해 ECB의 자산매입도 허용해 온 독일이 그리스 파산은 인정해도 유로존 이탈을 허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은 제 2의 그리스에 대한 우려를 야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독일이 손 놓고 두고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로존 자체의 근간이 흔들릴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독일 수출 가운데 60% 가량이 유로존 국가들에게 의존하고 있는 만큼 자국의 이득을 위해서라도 그리스를 내보내는 것 만큼은 필사적으로 막을거라는 것.
 
메르켈 독일 총리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와 관련해 유로화가 좌초하면 EU도 실패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며 "유로화는 단순한 화폐가 아니라 유로존의 상호 신뢰 기반 위에 다져진 운명공동체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어 "끝까지 그리스와 타협점을 찾아나가야 한다"며 "현재로선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 국민투표가 열리는 5일 이후 그리스 정부와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 정부가 국민투표 이후 협상을 요청한다면 그에 응할 의향이 있다"며 "대화와 타협의 가능성은 언제든지 열려있다"고 말했다.
 
김수경 기자 add17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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