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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오부치 선언’,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에 재조명 활발
양국 갈등 해소의 본보기…대외전략 ‘큰 그림’ 있어야
2015-06-28 15:15:01 2015-06-28 15:15:01
한국·일본 정상들의 국교정상화 기념식 교차 참석에도 불구하고 양국 관계 앞에 놓은 숙제는 여전히 많은 상황에서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상당수의 한일관계 전문가들은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정신과 내용을 계승하는 ‘박근혜-아베 선언’이 절실한 때라고 강조한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98년 10월 김대중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해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발표한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을 위한 공동선언’이다. 이 선언을 통해 오부치 총리는 “일본이 과거 한때 식민지 지배로 인하여 한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주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에 대해 통절히 반성하고 마음으로부터 사죄한다”고 말했다. 식민지배를 반성하고 사죄한 1995년 무라야마 담화를 인용하는 형식이 아니라 오부치 총리가 직접 사죄하는 형식을 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이에 김 대통령은 “일본 총리의 역사인식 표명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평가하며, 이제는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화해·협력에 입각한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발전시키기 위해 서로 노력하는 것이 시대적 요청”이라고 화답했다.
 
특히 두 정상은 사상 처음으로 상대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말을 주고받았다. 김 대통령은 일본이 전후 평화헌법 아래에서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해 온 점을, 오부치 총리는 한국이 어려운 여건에서도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지켜온 점을 언급한 것이다. 두 정상은 한·일 관계의 청사진을 담은 5개 분야 43개항으로 된 ‘행동계획’을 채택해 경제·사회·문화 교류를 확대하기로 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하시모토 내각이 한·일 어업협정을 일방적으로 페기하고, 교과서·위안부·영토 문제가 불거지는 등 현재 한·일 사이에 있는 쟁점의 대부분이 그때도 있었다”라며 “그 어려운 상황을 뚫고 발표된 김대중-오부치 선언에서는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라는 표현을 처음으로 썼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그같은 선언이 가능했던 배경에 대해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총리의 국내정치적 리더십이 있었고 ▲IMF 상황에 놓인 한국 입장에서 일본과의 경제협력이 절실했으며 ▲한·일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함으로써 대북정책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 낸다는 큰 전략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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