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 자료/금융위원회
금과옥조처럼 여겨지던 '은산분리' 규정이 대폭 완화되면서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을 제외한 IT기업 등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소유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산업자본의 보유지분한도를 50%로 높이고 혁신성과 해외진출 가능성 등 인가심사기준과 500억원 규모의 최소 자본금만 보유하면 인터넷은행의 설립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아닌 외부평가위원회를 통해 인·허가 심사를 한다는 계획이어서 객관성도 높였다.
하지만 시범 인가 후 내년 초 본격적인 추가인가에 들어가려면 은산분리 규제를 풀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올 9월 국회문턱을 넘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저축은행·ICT기업·해외자본 등 진입가능…"은행참여 바람직하지 않아"
일단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을 소유할 수 있는 문턱을 대폭 낮췄다.경제력 집중논란이 제기됐던 5조원 이상의 61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제외한 모든 기업이 인터넷은행을 운용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심지어 중국 안방보험 등 해외자본도 진입이 가능하다.
금융위원회는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취지를 감안해 ▲사업계획의 혁신성 ▲사업모델의 안정성 ▲금융소비자 편익 증대 ▲국내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 ▲해외진출 가능성 등을 중점적으로 따질 방침이다.
예를들어 기존 금융관행을 혁신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 건전한 재무상태와 사회적 신용을 갖춘 주주로 구성돼 있는지 여부를 살펴보게 된다.
특히, ‘사업계획의 혁신성’ 평가시 ICT기업, 제2금융권 등 기존 은행권 밖에 있던 참여자의 진입을 촉진해 은행권 경쟁강도를 강화시키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검토한다. 금융위는 이같은 인가심사기준을 포함한 구체적인 인가매뉴얼을 오는 7월에 밝힐 계획이다.
또 영업점포가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보완책도 마련했다. 전산사고가 일어날 경우 대응책, 유동성 부족이 있을 경우 대주주의 자금공급계획이 마련돼 있는지 등도 추가로 검토한다.
도규상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은 "은행이 굳이 최대주주로 참여하면서 같은 모양의 인터넷전문은행을 자회사로 만드는 것은 취지에 맞지 않다"며 "제한적이지만 산업자본이 컨소시엄 방식으로 진입하거나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진입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개인신용대출에 강점을 보이는 저축은행들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지점의 한계를 극복한 인터넷전문은행의 장점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개인신용대출이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을 운영하게 되면 사실상 중금리대출규모가 커져야 하기때문에 여러모로 부담이 있지만 전국적인 영업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국회문턱 넘어야 '인터넷은행' 출범…은산분리 완화 설득 관건
문제는 은행법 개정이다.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는 4%인데 반해 인터넷은행은 50% 수준까지 대폭완화했기 때문이다.
대기업집단의 참여를 배제하긴 했지만 기업 사금고로 전락할 개연성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불가피하다. 예상보다 파격적인 수준의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방안이 나옴에 따라 은행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쉽지 않아졌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가 내놓은 은행법 개정안은 9월 정기국회때 본격적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금융당국은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인터넷은행 성공모델을 검증하는 '테스트 모델' 방식을 택했다.
9월경 예비인가 신청를 받고 심사를 통해 12월에 예비인가를 거쳐 늦어도 내년 초엔 본인가를 해 인터넷은행을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당국은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의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때도 시범적으로 1곳만 인가하고 소비자 반응을 살핀 후 1~2년 뒤에 추가 인가한 사례를 제시했다.
정무위 소속 김기식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은산분리 원칙의 훼손과 관련한 문제점이 있고 영업범위 등과 관련해서도 여러 논쟁 지점이 있다"며 "하반기 법안을 제출하고 올해 안에 개정해달라 요구하는 것은 졸속입법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법안 처리를 저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무위 의원실 한 관계자도 "재벌의 사금고화는 배제됐지만 규제를 우회해서 진입할 수 있는지에 대해 꼼꼼히 따져볼 것"이라며 "금융권 혁신이라는 미명아래 산업자본이 악의적인 의도로 투자할 여지가 있다면 시작부터 막아야한다"고 지적했다.
김민성 기자 kms07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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