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외면 받고 있는 농작물재해보험
출시 15년 됐지만 가입률 8.3%…특정 작물만 대상 등 현실 반영 못해
1년짜리 소멸형 아닌 종합위험 보장으로 전환해야
2015-06-17 14:55:58 2015-06-17 14:55:58
농작물 재해보험이 출시된지 15년이 됐지만 오히려 농민들은 가입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분석한 ‘2014년 회계연도 정부 재정사업 성과평가서’에 따르면 국내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률은 지난 2009년 5.52%, 2010년 5.27%, 2011년 6.88%, 2013년 9.38%로 상승 추세를 보였지만 지난해에는 전년대비 약 6000 농가가 감소하면서 8.34%로 저조한 실적을 나타났다.
 
가입면적으로 본다면 지난해는 전년도 보다 줄어든 16.2%를 기록해 전체 대상의 약 84%가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하고 있지 않은 상태다.
 
태풍과 장마철을 앞두고 예측하기 힘든 기상이변에 올해도 농작물 피해가 우려되지만 가입률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전체 보험료의 75~90%를 지자체와 정부가 부담하고 있음에도 농민들이 가입을 꺼리고 있는 이유는 뭘까.
 
국회예산정책처는 농민들이 농작물 재해보험의 가입을 꺼리는 이유로 가입대상이 되는 농작물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농작물 재해보험은 총 43개 작물을 대상으로 재배면적 기준 약 70%만 보험가입이 가능하다.
 
나머지 재배면적의 30%의 경우에는 가입자체가 불가능해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
 
또 감자나 감귤같은 기타 작물들은 보상기준이 모호해 지역별, 품목별 특성을 반영한 차별화된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보험상품이 충분치 못하다.
 
예를 들어 사과는 90.2%, 배는 73.5% 가입률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감귤은 0.2%에 불과하다.
 
감귤은 낙과가 쉽게 발생하지 않아 감귤농가는 낙과를 기준으로 하는 현 재해보험에 가입했을 때 피해보상은 커녕 오히려 손해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라남도 고흥군의 한 농민은 “보험을 드나 마나다. 이것 따지고 저것 따지고 실제 보험을 들어봐야 빚만 늘어난다”며 “낼 때는 몇백만 원씩 내지만 몇푼 되지도 않는 보험금 타느라 몇 번씩이 피곤하게 왔다갔다 하느니 가입 안하는 게 낫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이유로 실제 수확철에는 보험금을 더 타기 위해 황당한 일도 벌어진다고 조언했다.
 
농가에서 관리를 잘 해왔다는 증거를 남겨야 하기 때문에 상품성이 떨어지는 과실에도 급기야 봉지를 씌우는 등 보상기준이 모호하고 까다롭다는 것.
 
농민들이 농업재해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이유 중 또 다른 하나는 1년 단위로 소멸성 보험에 가입해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혜택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처는 "농가에서는 다양한 재해가 발생함에 따라 특정위험만 보장하는 방식으로부터 종합위험 보장방식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자연재해에 따른 실손보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농가의 보험가입을 늘릴 수 있도록 보험상품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농가에서는 태풍 등 큰 재해는 줄었지만 기상이변에 따른 한파와 폭설, 일조량 부족, 집중호우 등이 크게 늘고 있다며 작물 특성에 맞는 보험상품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자연재해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재해보험 가입 필요성은 훨씬 더 높아졌지만 보험상품구조가 이를 따라가지 못해 생기는 현상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재해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농작물의 종류를 좀 더 확대하고 보험상품을 개선해 가입률 향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농림부 관계자는 “재해보험의 인지도와 미가입 이유 등 가입률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 설문조사로 분석해 상품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충청북도 괴산군 한 농가가 태풍으로 쓰러진 수수를 일으켜세우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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