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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대결로 위험해진 동북아…'안정의 열쇠'는 남·북한 손에
"한반도, 위기의 진원이자 갈등 해결의 중심지"
6·15 선언 15주년 학술회의서 한반도 전문가들 한목소리
2015-06-14 09:59:08 2015-06-14 09:59:08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과 공동선언은 한반도의 외교적 이니셔티브의 가능성을 실증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 6·15 정상회담이 보여주듯이 지역협력 외교의 중심에 남북관계가 위치하고 있다.”(이종원 일본 와세다대 교수)
 
2000년 김대중-김정일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6·15 공동선언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현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7년 반 동안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두 정권은 6·15 선언과 그 실천강령인 2007년 10·4 남북정상선언에서 맺은 약속을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두 선언을 사실상 폐기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6·15 선언의 처지가 그렇다 하더라도 그 의미와 교훈만큼은 무시할 수 없는데, 특히 현재의 동북아시아 상황에서 더 되새겨봐야 한다는 진단이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과 대결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현 상황의 해법을 6·15 선언 이후의 정세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지난 9일 김대중평화센터 등이 주관한 6·15 선언 15주년 기념 학술회의에 온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주장이었다.
 
조선족 출신인 진징이(김경일) 중국 베이징대 교수는 중국의 부상과 오바마 미 대통령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으로 인한 미·중 갈등이 현재 동북아의 지정학적 위기라고 규정하면서 그 진원은 한반도라고 분석했다.
 
“지정학적 위기가 한반도 분단에서 에너지를 보충받는다”고도 말했다.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과 북한의 생존전략으로 불거진 북핵게임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오늘의 동북아 국제정치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힘과 힘의 합력이 북한의 세차례 핵실험이라는 ‘사건’을 만들어 내고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건’으로 동북아를 크게 요동치게 한 것이다. 그 결과 한·미·일 삼각 동맹관계가 전례없이 강화되고, 그에 힘입은 미국의 아시아 회귀 선언이 이어졌다 하겠다.”
 
이어 진 교수는 “한반도가 지정학적으로 그 가치가 아무리 높더라도 분열 상태가 아니면 대국들이 한반도에 개입할 이유가 없게 된다”며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동북아에서 새로운 지정학 위기를 극복하는 결정적 요소는 남·북한에 있다”고 강조했다.
 
“남북의 화해와 협력 또는 평화적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북한과 미국, 일본과의 ‘대립의존관계’가 사라지게 될 것이며 미국과 일본의 전략 지향도 개변될 수 있을 것이다.(…) 대치 및 충돌의 전략 지향이 협력의 전략 지향으로 전환될 수 있는 것이다. 그 원인은 한반도 문제가 해결됨에 따라 한반도가 갖고 있는 극히 중요한 지경학적 가치가 부각되기 때문이다. 그때에 가면 중국과 러시아와 한반도의 경제협력 관계는 전폭적으로 향상될 것이며, 그것은 미국과 일본의 전략 지향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남북의 화해·협력이 지역 안정에 기여한 사례는 6·15 선언 이후의 정세가 대표적이다. 홍석률 성신여대 사학과 교수는 “(6·15 선언 이후부터) 2001년 부시 대통령의 집권 전까지 한미관계는 북한과 대치하는 방향이 아니라 긴장을 완화하는 방향에서 돈독한 협력이 이뤄졌다”며 “한편 남한과 중국의 관계도 한반도의 긴장 완화로 말미암아 협력이 한층 강화되었다. 2002년부터 중국은 남한의 최대 수출시장이자 투자대상국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6·15 선언으로 남북관계도 개선되고 한반도 주변 국제관계도 전반적으로 상호 화해와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선순환적 흐름이 발생했다. 이는 물론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한국인 스스로의 주도권을 강화시키는 것이었다. 6·15 선언 이후 한반도의 냉전·분단구조는 주변 강대국의 영향과 자장 속에서 더욱 내재화·장기화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내부에서 형성된 화해와 협력의 흐름이 외부에 영향을 미쳐 뒤집혀 해체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종원 와세다대 교수는 “갈등이 고조되는 동북아 지역정세 하에서 기본적으로 한국이 지향해야 할 것은 ‘지역통합자’로서의 역할”이라며 6·15 선언 이후의 시기에서 보듯 지역협력 외교의 중심에 남북관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협력 외교에 대해 이 교수는 “2000년대 초반 김대중 대통령이 아세안+3(한·중·일)를 무대로 당시 일본 오부치 수상과의 전략적 협조 하에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을 주도하고 한·중·일 정상회담을 실현시킨 예에서 보듯 가능하고 효과적인 외교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이같은 6·15 선언 이후의 상황을 재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의 성사를 위해 김대중 대통령의 특사로 활동했던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제시했다. 박 의원은 기조연설에서 “(천안함 사건 이후 대북 제재를 위해 내린) 5·24 조치를 해제하는 등 담대한 실천으로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어 “한국형 통일모델인 개성공단을 활성화하고 확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북핵 문제 해결에도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북은 핵을 폐기하고 미국은 북과 수교하고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꾼다’는 내용의 2005년 9·19 공동성명 원칙을 ‘행동 대 행동’으로 실천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는 이날 발표한 인사말을 통해 북한 방문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이 여사는 이미 박근혜 대통령의 승인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초청이 있었음을 강조하며 “나의 방북은 지체되고 있다. 남북 당국의 협조 속에 반드시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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