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시론)중국발 드론쇼크
2015-06-07 18:17:01 2015-06-07 18:17:01
◇ 심현철 카이스트항공우주공학과 교수
1957년 10월 미국인들은 난데없는 공포에 떨게 되었다. 과학기술이 크게 낙후된 줄만 알았던 소련이 세계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닉 1호를 성공적으로 궤도에 진입시켜 하루에 몇 번씩 미국 상공을 지나가면서 정체불명의 신호를 쏘아대는 것이었다. 실제 궤도에 진입된 위성은 카메라도 없이 아주 제한적인 측정만이 가능한 장치였으나 미국인들이 느낀 안보, 그리고 2차 대전 이후 그들이 가졌던 우월감은 여지없이 짓밟히게 되었다. 2015년 오늘, 우리나라는 DJI라는 신생중국의 드론회사 등으로 인해 드론 쇼크를 겪고 있다. 과학기술분야에서 일본과 선두를 겨룬다고 생각하였는데 갑자기 등장한 중국회사로 인해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분야 경쟁력에 대한 근본적 회의를 가지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최근까지도 전 세계 7위권의 무인기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신하고 있었다. 사실 우리나라는 1990년대나 그 이전부터 기초적인 무인기 관련 연구가 진행되었고 2000년대 이후에는 대학이나 국방과학연구소, 항공우주연구원 등에서 여러 가지 무인기 연구가 진행되어 최근에는 수직이착륙·수평비행이 가능한 스마트 무인기를 2002년부터 970억원의 예산으로 탐색개발하고 2016년부터 약 3천억원을 들여 체계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는데, 최근 급속히 발달한 소형 전자기술에 힘입어 가시권내에서 수동조작으로 비행하는 멀티로터드론이 급속도로 보급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지만 고성능 무인기에 장착되는 각종 센서들은 매우 고가라서 기본적인 자율비행장치를 구성하려면 수백만원정도의 비용이 소요된다. 그런데 최근 급속히 보급된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초소형 관성센서와 임베디드 CPU등을 활용하여 불과 수만원 정도의 하드웨어 비용이면 상당한 성능의 비행이 가능한 조종장치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소형 드론분야에서 가장 선두를 달리고 있는 DJI사는 2014년 5천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고 올해에는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예상하는 등 엄청난 규모의 시장을 창출해 내어 전 세계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다. 사실 소형 무인기에 들어가는 부품은 스마트폰과 연관도가 매우 높고 우리나라는 세계 최상위권의 스마트폰 기술국임에도 불구하고 기술 관련도가 상당히 높은 무인기 분야에서는 중국에게 그 선수를 빼앗기게 된 것이다.
 
소형드론에서 우리나라가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기술력 자체가 약하다는 것이다. DJI사 제품이 널리 보급되기 전 국내에도 소형 드론 관련 제품들이 출시된 적이 있으나 성능이 미비한 경우가 많았다. 특히 소형드론 기술은 연구실에서 개발된 기술이 신속히 제품화되는 특징이 강하고, 항공기술 뿐만 아니라 전자기술, 최근에는 UX를 강조하는 추세로 인해 전산부분의 기술이 융합되어야 하는데 산-학-연 사이, 분야 사이의 높은 칸막이로 인해 DJI나 프랑스 Parrot사 제품과 같은 우수한 성능과 완성도, 편리한 UX를 갖춘 제품의 등장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실제로 DJI사의 창립자인 Frank Wang은 홍콩과기대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학생때부터 헬리콥터의 자동제어기를 학교 캡스톤 디자인과목을 두 번이나 수강하는 열정을 보였고 여기서 나온 제품을 상업화하는데 학교 및 민간투자의 도움을 받아 성공적으로 제품화한 사례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분야 간, 산학연간 높은 벽이 존재하며 비현실적인 평가시스템으로 인해 교수들은 실용화되기 어려운 성과위주 논문 및 특허만 남발하고 산업계는 각종 리스크로 인해 과감한 도전을 하지 못하고 정부 예산이 풀리기만 기다리고 있으며, 국책연구소는 연구비 수주에만 관심이 있고 실용화는 외면하는 실정이다. 1990년대 후반 도입된 SCI 기준 평가시스템 이전에는 교수들이 실용화 연구에 무척 많은 노력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미국은 스푸트니크 쇼크 이후 교육 산업 관료 체계를 모두 혁신하여 초반 각 부처에서 지리멸렬하게 추진하던 우주개발을 새롭게 개편된 NASA의 관리하에 통합하여 추진하고 교육 분야를 혁신하였으며, 이를 통해 1969년에는 인류최초의 달 착륙에 성공하고 우주개발분야에서 소련을 능가하여 결국 1990년 구 소련의 붕괴까지 이끌어내었다. 2015년 오늘, 우리가 중국 등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은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이시간이 다 지나가기 전 과연 우리는 1957년 미국과 같이 혁신을 이룰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110년 전같이 현명한 판단을 하지 못하고 영원한 이등국가로 남을 것인지. 각종 제도의 간소화, 현실화를 통해 연구현장의 생기를 되찾아 아래로 부터의 혁신이 간절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심현철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