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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래터 FIFA 회장 사임..축구계·스폰서 '환영' 메시지 잇따라
2015-06-03 10:21:15 2015-06-03 10:21:15
◇제프 블래터(Sepp Blatter). (사진=로이터통신)
  
세계 축구계를 쥐락펴락한 팔순 거물도 측근 비리 의혹에 따른 전방위적인 사퇴 압박에는 방어할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17년 간의 철권 통치는 마무리됐다.
 
지난달 30일(이하 한국시간) 제65회 FIFA(국제축구연맹) 총회를 통해 회장 5선(選)을 이룬 제프 블래터(79) 회장은 3일 새벽에 긴급 기자회견을 직접 요청해 회장직 사의를 밝혔다. 회장직 연임이 확정되고 불과 나흘 만에 나온 사의 표명이다.
 
블래터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FIFA 회원국 지지를 얻어 권한을 부여받았지만 내가 FIFA의 회장직을 계속 맡은 것에 대해 국제 축구계 모두가 찬성하는 것은 아니었다"며 "FIFA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회장 사퇴의 변을 전했다.
 
그는 이어 "지난 40년간 나의 인생과 회장직을 되새겨보고 고민했고 그 결과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FIFA 조직과 전 세계 스포츠인 축구"라며 "FIFA를 위해 그리고 축구를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회장 선거는 개최 시기가 곧 결정될 임시 총회를 통해 진행된다. 총회의 개최 시기는 올해 12월에서 내년 3월 사이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래터 회장은 "FIFA 집행위원회에 최대한 이른 시일에 후임자를 선출할 수 있도록 FIFA 강령에 따라 임시 총회를 열도록 할 것"이라며 "훌륭한 후보자들이 충분하게 캠페인을 할 수 있는 시간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제프 블래터(Sepp Blatter)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3일 오전(한국시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의를 표명한 후 밖으로 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측근 비리 의혹이 몰락 원인..당선 후에도 비난 잇따라
 
블래터 회장은 회장에 재선되고도 나흘만에 자진 사퇴하는 불명예스런 입장에 처했다. 이는 그의 측근들이 최근 FIFA와 관련된 비리 의혹에 휩싸인 점이 작용됐다.
 
블래터 회장은 지난달 30일 스위스 로잔 FIFA 본부에서 열린 회장 선거에 입후보, 총 209표 중 133표를 얻어 73표에 그친 알리 빈 알 후세인(40) 요르단 왕자(FIFA 부회장)를 제치고 다섯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공고한 입지를 재확인하며 다섯 번째의 임기를 보장받은 것이다.
 
하지만 블래터 회장은 선거 전부터 측근 비리로 많은 공격을 받았다. 
 
공격은 블래터 회장 본인을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스위스 경찰이 FIFA 간부 7명을 수뢰 등의 혐의로 스위스 취리히서 체포한 데 이어 미국연방수사국(FBI)도 FIFA 전·현직 간부와 스포츠 마케팅 회사 임원들을 뇌물 수수와 돈세탁 혐의로 전격 체포했다. 수사 칼끝이 사실상 블래터 회장을 향한 것이었다. 
 
잇단 사건으로 FIFA는 2018·2022 월드컵 개최지의 선정 과정에서 나온 뇌물 스캔들은 물론 FIFA 마케팅 및 중계권 협상 과정에서 총체적 비리가 있었음이 널리 드러났다.
 
블래터 회장은 궁지에 몰렸고 선거 연기와 사임 압박을 받았다. 하지만 선거는 강행됐고 블래터 회장의 연임으로 확정됐다. 각각 54장과 35장의 표를 보유한 아프리카축구연맹(CAF)과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은 블래터와 신뢰가 두터웠고 몰표로 이어졌다. 이번 선거는 회원국 모두 1표의 권리가 있다.
 
그러나 블래터 회장은 연임 확정 이후에도 잇단 비난 언사를 들었다.
 
당초 회장 선거에 출마 의사를 밝혔다가 중도 사퇴했던 포르투갈 국가대표 출신의 피구는 블래터 회장이 연임하자 "이번 선거는 세계 축구를 이끌 수 없는 사람을 회장으로 뽑았다. 블래터 회장은 FIFA를 이끌 능력이 없다"며 "양심이 있다면 조만간 사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FIFA가 이끄는 월드컵과 실질적 위상의 차가 적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을 개최 중인 유럽축구연맹의 사퇴 압박도 컸다.
 
미셸 플라티니(60)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이 "블래터의 당선이 확정된다면 월드컵을 보이콧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그를 강하게 비판했고, 총회로 블래터 당선이 확정되자 FIFA 집단탈퇴 및 월드컵 보이콧 등 대응책을 심도깊게 논의했다.

블래터 회장을 향한 축하와 찬사는 적었다. 궁지에 몰렸다. 결국 나흘만에 회장직을 사임하며 최근 FIFA를 내홍을 스스로 매듭지었다.
 
◇제프 블래터(Sepp Blatter). (사진=로이터통신)
 
◇세계 축구계 "바른 결정, FIFA를 바꿀 새로운 리더십으로 이어지기를"
 
블래터 회장의 갑작스런 사의 표명이 나오자 세계 축구계는 환영과 기대감 그리고 안타까움이 잇따른 모습이다. 사퇴 결정에 따른 반응은 다소 달라도 향후 FIFA와 축구에 대해선 "축구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기본에 의견이 모인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블라터 회장의 결정을 전적으로 존중한다"면서 "이번 일이 축구계에 필요한 개혁의 시발점이 되고 FIFA를 변화시키는 새로운 리더십으로 이어지기를 기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회장 선거 후보로 나왔다가 중도 사퇴했던 미카엘 판프라흐 네덜란드 축구협회장도 "매우 기쁜 소식"이라며 반겼고, 역시 후보 등록 후 중도 사퇴한 피구는 자신의 SNS를 통해 "FIFA와 축구에 있어 좋은 날이다. 마침내 변화가 왔다"며 "나는 블래터 연임이 확정된 날도 조만간 '이런 날'이 온다고 밝힌 바 있다"라고 일갈했다.
 
미셸 UEFA 회장은 "어렵고 용감한 결정이었으며 올바른 결정"이라고 평가했고, 브라질의 축구 스타 호마리우는 "최고의 뉴스"라며 "블라터의 사퇴로 세계 축구는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됐다"고 기뻐했다.
 
알란 한센 전 덴마크 축구협회장과 함께 월드컵 보이콧은 물론 월드컵에 대적할 대회 창설을 논했던 그레그 다이크 잉글랜드 축구협회장 역시 "블래터 회장이 '일부 잘한 일'도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이 부정 토대에서 진행된 것이고 그것은 오늘로 마무리됐다"는 내용이 담긴 성명서를 발표하며 블래터의 사의 표명을 환영했다. 
 
블라터 회장과 선거전을 치러 1차 투표까지 겨룬 알리 빈 알 후세인 부회장(요르단 왕자)가 협회장인 요르단 축구협회의 살라 사브라 부회장은 "알리 왕자는 언제든지 FIFA를 맡을 준비가 됐다"고 후계 구도를 연급하기도 했다.
 
◇제프 블래터(Sepp Blatter)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5선에 성공한 제65회 FIFA 총회가 5월30일 오전(한국시간) 진행됐다. (사진=로이터통신)
 
◇주요 후원사 "변화 위한 결정 환영..신뢰 회복 계기로 삼아야"

FIFA의 주요 후원사들도 이번 블라터 회장의 사퇴 의사에 대해 입장을 표명했다.
 
연간 3000만 달러(한화 약 334억원)을 후원해오는 것으로 알려진 코카콜라는 "축구와 축구 팬들을 위해 긍정적인 변화"라고 평가하며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FIFA와 축구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코카콜라와 같은 수준의 후원을 하는 스폰서이자 "FIFA 부패 혐의가 계속될 경우 후원을 철회할 수도 있다"는 공식입장을 내놨던 비자카드는 "신뢰 회복을 위한 의미 있는 첫 번째 발걸음"이라면서도 "하지만 앞으로 많은 일이 남아 있다"며 "조직 내부의 윤리를 강화하는 등 전 세계 팬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조치를 신속히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포츠 브랜드 회사인 아디다스도 "변화를 위한 결정을 환영한다"며 "오늘 이 소식은 FIFA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맥도날드도 "이번 일로 FIFA의 긍정적인 변화가 생겨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신뢰를 다시 얻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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