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부담, 이제 국가가 짊어져야
입력 : 2015-06-09 16:00:00 수정 : 2015-06-09 16:00:00
출산 및 육아휴직, 탄력근무제, 직장 보육시설, 재택근무까지 맞벌이 부부를 위한 다양한 지원책이 마련됐지만 이들이 체감하는 육아 부담은 여전하다. 우리나라에서 여성은 자녀 돌봄의 일차적 주체로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슈퍼맘이 돼야 한다. 여성은 우리나라에서 어머니이자, 아내로서 ‘두 개의 직장’을 가진 셈이다.
 
지난해 통계개발원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4>를 보면 우리나라 취업모의 74%가 낮 동안 자녀를 보육 기관에 맡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의 육아 부담은 지난 1998년 30.8%에서 2002년 40.2%, 2006년 47.4%, 2013년 48.5%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출산율 저하에도 육아 부담은 오히려 늘고 있다.
 
이는 여성의 경력단절은 물론, 저출산, 노동공급 감소, 소비 악화, 경기 침체, 고령화 촉진, 재정수지 악화 등으로 이어지며 국가 기반을 뒤흔드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낳고 있다.
 
◇주요 국가의 가사영역별 남편과 아내의 역할 분담
(자료/성균관대학교 서베이리서치센터, 한국종합사회조사)
 
실제로 지난해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가구당 1.2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다.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다양한 육아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올해 여성가족부의 정책 추진목록을 보면 ▲맞벌이 가정의 일·가정 양립 지원을 위한 ‘워킹맘·워킹대디 지원센터(가칭)’ 운영 ▲가족친화인증기업 확대 ▲가정·지역사회 양육 지원 강화로 양육 부담 경감 등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우선 4월부터 전국 151곳의 건강가정지원센터 중 6곳(당진·구미·울산·시흥·성남·부산)을 지정해 시행 중인 ‘워킹맘·워킹대디 지원사업’은 개수가 턱없이 부족한 데다, 이마저 상담에 그쳐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에 처했다.
 
‘가족친화인증기업’ 제도 역시 지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976곳의 기업이 인증을 받았지만, 50인 이하 기업을 포함하면 2% 안팎에 불과하고, 100여개 기업이 참여하는 ‘자동육아휴직제’ 역시 강제성 없이 자율에 맡겨 시행하다 보니 현장 적용까지는 갈 길이 멀다.
 
이에 대해 김중열 여성가족부 가족정책 과장은 “여성가족부는 이들 정책에 대해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고, 단기간에 물리적으로 센터를 확대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부터 정부 정책이나 제도가 잘 시행되는지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며 “또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고용부 등 3곳이 (육아정책에 대한) 공동 캠페인을 전개해 사회적 인식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정부가 강제성을 동원해 여성의 출산 및 육아휴직 등을 제도화하고,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기업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여기에 중장기적 관점에서 사회적 인식 변화를 촉진시킬 수 있도록, 그 선두에 공공기관이 자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여성은 아이를 낳으면 직장을 그만둬야 한다' 또는 '육아는 전적으로 여성의 몫'이라는 관습과 편견에 대한 도전은 그리 간단치 않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스웨덴의 복지제도를 단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지난 1990년대 후반 경제 위기로 출산율이 크게 떨어졌던 스웨덴은 지난해 여성 1인당 1.8명까지 늘어났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 역시 87%에 달한다. 그야말로 워킹맘의 천국인 셈.
 
스웨덴은 지난 1975년 세계 최초로 남성 육아휴가 제도를 도입했고, 1995년 육아휴가 16개월(480일) 가운데 남성이 의무적으로 1개월 이상 써야 육아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법을 바꿨다. 호응이 높자 2002년부터 2개월(60일)로 늘렸다.
 
또 지역 탁아소의 75%는 지방정부가, 나머지는 육아공동체 등 민간이 운영한다. 유아교육을 전공한 교사 1인당 5명의 아이를 돌본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역시 방과 후 오후 6시까지 특별활동을 포함해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보육과 교육을 국가가 책임지면서 여성은 마음껏 일터로 나갈 수 있게 됐다.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득대체를 현실화해서 휴직기간 경제적인 생활을 보장하고, 기업이 ‘아빠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육아휴직 장려 및 지원에 적극 나서는 등 사회적 인식 변화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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