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 가기 싫은 날이면 나는 집 밖으로 나갔다. 이내 걸려올 학원 선생님의 전화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나간 김에 잠시 돌아다니다가 들어왔다. 30분 정도 걷다 들어오면 집 안은 조용했다. 그 때부터 부모님이 돌아오실 때까지는 생각의 시간이다.
생각하는 동안 온갖 감정들이 불규칙하게 생겨났다 없어졌다. 불안, 죄책감, 원망과 원인 모를 수많은 감정들. 좀 더 크고 나서야 나는 그 감정들에 이름을 붙일 수 있었지만, 그 때의 내 안에는 부정적인 감정들이 잔뜩, 덩어리져 들어있었다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이를 품고 있는 느낌은 썩 좋은 것이 못된다. 답답하고 어려웠다.
누군가는 이런 답답한 마음을 표현하는 데 성공한 모양이다. 학원 가기 싫은 마음을 표현한 시 한 편이 화제다. 시에서 사용한 표현은 과감하다. 학원에 가기 싫은 날, 엄마를 온갖 잔인한 방법으로 먹겠다는 내용을 담은 이 시는 그 내용이 충격적인 만큼,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독자의 내면에 뭔가를 일으키고, 그것들이 모여 반향을 만들어내는 것이 시가 가진 기능이라고 한다면, ‘학원 가기 싫은 날’은 그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
시를 읽으며, 하기 싫은 것이 강제되는 순간에 화자가 가졌던 순수한 분노, 충동과 같은 것들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런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화자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이내 서로 느꼈던 생각과 감정들을 바탕으로 논쟁이 이어졌다. 사교육과 스트레스 문제, 예술적 표현의 자유, 출판 주체의 도덕적 책임 등 다양한 주제 하에 다양한 의견들이 오고 갔다.
MBN 뉴스 영상. 캡쳐/바람아시아
그 내용이 충격적인 만큼, 비난 여론과 함께 격렬한 논란이 일어났다. 결국 출판사는 이 시를 담은 동시집 <솔로 강아지>를 회수,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지은이의 부모는 서울중앙지법에 폐기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지난 10일 이를 취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은이의 아버지는 “일부 크리스천들이 이건 사탄의 영이 지배하는 책이라고 심한 우려를 표현하고 계신다.”, “크리스천으로 심사숙고한 결과, 더 이상 논란이 확대 재생산되는 것을 원치 않아 전량 폐기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전량 회수’를 선택한 배경은 안타깝다. 이 동시집을 두고, 더 많은 것을 이야기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시간이 지나면서 원색적인 비난과 지나친 염려 대신, 작품 자체에 대해, 그리고 작품이 가리키고 있는 세계에 대해 좀 더 생각할 기회를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전량 회수, 폐기가 결정된 지금, 우리는 이런 기회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솔로강아지’의 일부 내용이 표현 자유의 허용 수위를 넘어섰고 어린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의 항의와 질타를 많은 분들로부터 받았다”
“이를 수용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도서 전량을 회수하고 갖고 있던 도서도 전량 폐기하기로 했다”
(출판사의 사과문 일부)
출판사가 이런 결정을 황급히 내린 데에는 ‘학원 가기 싫은 날’이 ‘동시’라는 점이 한 몫 했다. 출판사의 사과문에서도 드러나듯, 이 시는 어린이가 썼으며, 어린이들이 읽는 ‘동시’이기 때문에 표현 자유의 허용 수위를 넘어섰고, 어린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이기 이전에, 글로 된 표현으로 봐야하지 않을까. 표현에 자유라는 것이 있다면, 우리는 합당한 비판을 통해 작품을 평해야 한다. 그 표현이 예술로 인정받든, 사회적?도덕적으로 부적절한 것으로 여겨지든, 그 과정은 작품의 말소가 아니라 비판의 과정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원 가기 싫은 날’은 단지 어린이가 썼고, 어린이들이 읽는다는 이유로 삭제될 것을 주문받았다. 동시라는 이유로, 이 시는 작품이 마땅히 누려야할 대우를 받지 못한 것은 아닐까.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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