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동형 문장은 되도록 쓰지 마라. 수많은 글쓰기 교본을 보면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이야기다. 우리말에는 본디 수동 문장이 거의 없고 무생물 주어도 없기에, 능동문으로 쓰는 것이 원칙이라는 이유에서다. 피동형 문장이 많이 쓰이는 것을 외래어의 영향으로 보고, 이 문제를 우리말 바로쓰기의 측면에서 바로잡아야 한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피동형 문장이 어디에서 많이 쓰이며, 왜 많이 쓰였는지를 따져보면 이게 비단 우리말 바로쓰기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피동형 문장은 그 이전에 책임의 문제이기도 하다.
피동문을 조심하라는 글쓰기 교본. 사진/바람아시아
피동형 문장이 쓰이는 이유는 다양하나 우리나라에선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사유로 많이 쓰인다. 첫째는, 행위 주체를 감추고 싶거나 불분명할 때. 둘째는, 행위의 책임을 회피하고 싶을 때다. 이런 피동형 문장은 특히 언론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다. 알려졌다, 전해졌다, 주목된다, 기대된다, 등 다양한 방식으로 쓰이는데, 문제는 이것이 객관보도를 해치는 무책임한 보도의 전형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피동형이 주어를 감추어 책임의 소재를 불분명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이용해 습관처럼 남용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인 김지영은 그의 저서 『피동형 기자들』에서 피동형 문장이 많이 쓰이게 된 이유를 80년대의 군부독재에서 찾는다. 5공화국은 정권을 안정되게 유지하고자 언론통제에 노력을 기울였다. 이 속에서 기자들은 소신껏 기사를 작성할 수 없었다. 하지만 능동형 문장으로 5공화국을 정당화하거나 옹호하는 기사를 쓰는 것도 내키진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마치 자신의 의견이 아닌 것처럼 피동형 표현을 많이 쓰기 시작했다. 일종의 책임회피였던 것이다.
저자는 피동형 문장 뒤에 숨어 무책임한 기사를 내보내는 언론을 비판했지만, 이제 피동형은 언론을 넘어 사회에 만연해 있다. 글쓰기 교본마다 피동형을 지적하고 언급하는 이유는 그만큼 사람들이 많이 사용한다는 이야기다. 언론에서 빈번하게 사용하는 피동형 문장이 그들의 무책임을 방증하듯, 사회에 만연한 피동형 문장은 사회의 무책임을 방증하는 게 아닐까. 이미 책임감 없는 사회는 각종 문제를 노정하고 있다. 피동형 문장에 뒤로 숨어 책임을 전가하기에 바쁜 정치권과 언론은 말할 것도 없다. 세월호의 선장,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설계 담당자 등 그 구체적인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그렇다면 책임감 없는 사회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걸까?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면, 그것은 책임의 소재를 흐리는 일이 될 것이다. 언론의 역할, 즉 언론은 현실을 재구성한다는 사실을 생각해본다면 책임의 화살은 언론에게 향해야 하지 않을까? 신문, 공공 방송의 언어는 한국에 거주하는 모든 시민들의 언어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미디어를 시청하는 사람들에게 무의식적으로 언어학습을 시키기 때문이다. 세월호와 함께 침몰했다는 언론, 이제는 피동형 문장 뒤에 숨은 무책임한 보도는 삼가야하지 않을까.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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