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가 아니다
오늘 부는 바람은
2015-05-06 09:39:55 2015-05-06 09:39:55
어린이날이다. 수많은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은 발 빠르게 어린이를 위한 행사와 이벤트를 내놓았다. 극장가에서는 여러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어린이 고객을 끌기 위한 각축전을 벌였고, 몇몇 영화채널은 어린이날을 맞아 특선영화를 선보였다. 외출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씨인 것 같습니다, 기상캐스터의 말에는 행복이 가득했다.
 
어린이를 위한 날, 어른도 즐겁다. 노동절과 샌드위치 데이를 곁들인 긴 연휴는 바쁜 일상 속, 하나의 작은 휴가로 자리매김했다. “엄청 붐비더라.” 금요일 오전, 회사 업무로 지방에 잠시 다녀온 지인은 말했다. 국내뿐일까, 4박 5일 황금연휴를 노려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어린이가 아니더라도 어린이날이 흥겨울 수 있는 이유다. “5월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어린이를 위한 날, ‘우리’는 어린이에서 어린이였던 이까지 그 범위를 넓힌다.
 
반면, ‘우리’에 끼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터키의 모하메드는 매일 아침 8시 반부터 공장에서 일한다. 실을 묶고 푸는 작업을 되풀이하기가 여러 번, 모하메드가 공장을 나서는 시간은 저녁 7시 반이다. 당연히 그는 학교에 가지 못한다. 가족 부양을 위해 공장에서 종일 일하는 모하메드는 12살이다.
 
인도네시아의 라트나는 매일 새벽 5시부터 한밤중까지 집안일을 한다. 밖을 마음대로 거닐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주인이 몸에 끼얹는 뜨거운 물을 감내해야 한다. 반항에는 폭력이 뒤따른다. 밤에는 방에 갇혀 있어, 생리적 욕구도 해결할 수 없다. 매일 가사에 쫓기며 감시와 학대를 받는 라트나는 13살이다.
 
브라질의 타티안은 매일 아침 거리로 나선다. ‘미산가’라 부르는 실 팔찌를 팔기 위해서다. 가끔 집에 들고 갈 돈이 하나도 없으면, 타티안은 낯선 사람을 따라 호텔로 간다. 그는 제대로 된 삶을 살기 위해 공부가 하고 싶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몸을 팔아야 하는 타티안은 12살이다.
 
이들은 어리지만, 어린이의 삶을 박탈당했기 때문에 어린이가 아니다. 또한, 스스로 어린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에 어린이였던 적도 없다. 어린이다운 삶을 살지 못하며, 가혹한 노동 현장으로 내몰리는 이들. 국제노동기구(ILO) 조약 제138호, 제182호는 어린이 노동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국제노동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3억 5,200만 명의 아이들이 경제 활동에 종사하는 가운데, 가혹한 노동을 하는 어린이는 1억 7,800만 명에 이른다. 이는 한국과 일본의 전체의 인구수를 웃도는 수준이다. 가혹한 형태의 어린이 노동을 하는 아이 중 대부분이 강제노동과 매춘을 하거나 포르노 제작의 도구로 사용된다.
 
어린이 노동이 존재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먼저, 어린이 노동자의 입장에서 살펴본 원인은 빈곤이다. 어린이 노동이 존재하는 수많은 나라는 대부분 가난에 허덕인다. 경제적 황폐화는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를 노동현장으로 내몬다. 실제로 어린이 노동 비율은 평균 소득에 반비례하는 경향이 강하다.
 
또 다른 원인은 교육 기회의 박탈이다. 적지 않은 어린이들은 학교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노동 현장으로 가는 경우도 많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의무교육을 하는 것과 달리 적지 않은 개발 도상국에서는 정규 제도교육이 자리 잡지 못하거나 학비가 비싸다. 부모가 교육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자식을 노동현장으로 이끄는 경우도 허다하다.
 
고용주의 입장에서는 어린이가 어른보다 여러모로 편리하므로 어린이 노동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어린이는 어른과 달리 명령에 잘 복종하고, 단체를 조직하여 반항하지도 않는다. 가끔 반항하는 어린이도 반복적인 학대와 억압을 견디지 못하고 순종적으로 바뀐다. 또한, 임금도 저렴하여 국제 경쟁력 있는 상품 생산하기가 쉽다. 인도에서 6,500만 명의 어른이 실업 상태에 있는 반면, 6,000만 명의 어린이가 노동 현장에 있다는 사실은, 고용주의 어린이 노동 선호를 여실 없이 드러낸다.
 
어린이 노동으로 어린이가 감내해야 하는 고통의 크기는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먼저, 가혹한 어린이 노동은 평균 수명을 단축한다. 고된 일을 끊임없이 반복하면서 성장기를 보낸 수많은 어린이가 미처 꽃을 피우지도 못하고 세상을 등진다. 어린이가 겪는 정신적 고통은 더욱 크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폭력을 행사하는 감독관 밑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어린이는 폭력적인 성향을 띤 사람으로 자란다. 이로써, 자신의 고통을 물려주는 악순환은 반복된다. 교육 기회를 박탈당해, 훗날 자식에게 가혹한 노동을 대물림하는 것도 어린이가 겪는 고통 중 하나다.
 
 
나는 묶여 있는 아이들의 분노를 세상을 향해 부딪쳐 보고 싶어.
나는 학대받는 소녀의 아픔을 세상을 향해 소리치고 싶어.
나는 버려진 아기의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을 세상에 소리치고 싶어.
나는 혹사당하고 학대당하는 아이들의 공포와 떨림을 세상에 소리치고 싶어.
나는 이 모든 것을 세상에 소리치고 싶어.
하지만 누가 나와 함께 소리쳐 줄까.
 
- 13살 어린이 노동자, 미카엘이 쓴 시
 
 
어린이날이다. 1923년 5월 1일, 어린이날 선언문이 “완전한 인격적 대우를 허용하고”, “연소노동을 금지하며”, “즐겁게 배우고 놀 수 있는 가정과 사회시설 보장할 것.”을 요구한 이후, 어린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존재를 충분히 증명받는, 여전히 큰 가치를 지닌 날이다. 하루 동안, 수많은 어린이는 어린이를 위한 눈에 보이는 화려한 행사와 이벤트의 주인공이 되어 온갖 즐거움을 누린다.
 
그러나 ‘아동인권보장’을 촉구한 어린이날 선언문의 내용을 고려할 때, 어린이날의 가치는 조용히 눈물을 흘리며 분노, 아픔, 슬픔, 공포를 겪는 아이들의, 보이지 않은 고통 속에 있다. 함께 소리쳐 주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동행하지는 못할지라도 어린이 아닌 어린이들의 애절한 고통을 모른 척하지 않을 때, 어린이날의 가치가 진정으로 통용될 수 있지 않을까? 놀이터에서 마음껏 소리 지르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를 더욱 많은 곳에서 들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하석영 기자 www.baram.asia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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