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입구역 인근에 지난 1월 오픈한 뷰티프리즘(사진=뉴스토마토)
27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홍대역) 주변 도로변. 수대의 관광버스가 수십여명의 사람을 내려주고 빠르게 출발했다. 인근에서 작은 옷가게를 하는 이모씨는 "매일 수십대의 버스가 정차하면 중국인 관광객들이 우르르 내려 물건을 사간다"고 익숙한 듯 설명했다.
홍대역 주변이 요우커(중국인 관광객)들의 새로운 쇼핑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김포·인천공항과 가깝다는 지리적 요건이 서울 명동과 비슷하지만, 게스트하우스 등 숙박업소와 맛집이 즐비하다는 장점이 요유커들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상권도 이들에게 맞춰 변모하고 있다.
홍대역 9번 출구 인근 에스쁘아(espoir), 에뛰드하우스, 아리따움, 미샤, 이니스프리 등 주요 뷰티 브랜드숍에 들어선지 오래다. 매장 앞에는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중국어 안내판과 상품 설명이 쓰여져 있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어 요커들의 주요 쇼핑지로 떠오르고 있음을 실감케 했다.
화장품 외에도 H&M, 유니클로 등 SPA 브랜드를 비롯해 다바걸, 스타일난다 등의 패션 매장이 인근에 밀집돼 있어 한 눈에 화장품과 패션 브랜드를 둘러보는 것이 가능하다. 제2의 명동이라 불리는 이유다.
A 화장품 매장 직원은 "중국인 관광객들은 대량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성향이 있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서 "최근 홍대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크게 늘어 이들을 상대로 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장 최근에 눈에 띄는 변화는 요우커 전용 쇼핑몰의 확산이다. 홍대역 1번 출구 인근에 있는 한 쇼핑몰은 건물 외벽에 국내 화장품 브랜드 간판과 모델 사진이 걸려 있어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해당 건물은 올해 1월 오픈한 '뷰티프리즘'이다. 요유커들에게 인기있는 국내 중저가 화장품 매장을 한 곳에 모아놓았다.
건물 1층에는 네이처리퍼블릭, 더페이스샵, 바닐라코, 클리오, 이츠스킨, 숨, 다나한, 로얄스킨 등 10여개의 브랜드가 입점돼 있으며, 매장 직원 20여명 모두 중국, 대만, 태국 등 중화권 출신이다.
2층은 특이하다. 한국문화체험관을 마련돼 있다. 매장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한복을 입고 전통혼례 등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매장에서 제품을 5만원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구매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매장 관계자는 "제품 판매뿐만 아니라 한국의 문화를 체험하고 싶은 외국인들의 니즈를 반영해 이 같은 공간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홍대에는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들이 많아 이러한 쇼핑몰들이 수년전부터 생겨나기 시작했다"면서 "최근에도 계속 생겨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뷰티프리즘은 관광객은 물론 내국인도 이용이 가능하지만 인근 일부 쇼핑몰 등은 한국인을 들여보내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쇼핑몰은 홍대 인근에 3년전부터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으며 현재 25개가 넘는 것으로 인근 상인들은 추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홍대 인근 쇼핑몰 가운데 내국인은 아예 출입하지 못하게 하는 곳이 대다수"라면서 "보통 여행사와 연계해 관광객들을 버스로 데려오는데 예약된 팀이 끝나면 문을 닫고 가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볼멘소리를 터뜨리는 국내 쇼핑객들도 나오고 있다. B쇼핑몰을 방문했다 빈손으로 나온 대학생 김모(23)씨는 "화장품 브랜드가 한 곳에 있어 물건을 사러 들어갔는데 중국인들이 대다수고, 대용량 제품과 중국어 설명이 많아 그냥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물건사러 매장을 방문했는데 소외감이 들기는 처음"이라면서 "이런 쇼핑몰이 있으면 편의상 자주 방문할 것 같은데 왠지 다시 못 올 것 같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유지승 기자(raintr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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