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투자에 돈 넣고 싶어요"
마포구에 있는 A증권사 지점에 주부 배모씨(42세)가 대체투자를 하고 싶다며 찾아왔다. 연기금들이 대체투자를 늘린다는 기사를 읽었다며 이(대체투자)만한 게 없으니 투자하는 거 아니겠냐며 관련 상품을 추천해달라는 것이다.
◇증시 과열우려…대체투자 문의 늘어
주요국 양적완화에 힘입어 국내외 증시가 연중 최고 수준에 올라서면서 추가 상승 에 한계를 느낀 투자자들이 대체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체투자란 주식과 채권이 아닌 다른 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는 저금리와 저성장이 장기화되면서 전통적인 투자방식으로는 만족할만한 수익을 얻기 힘들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여의도 증권사 객장 직원은 "해외에서 오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주가가 오르면서 뒤늦게 참여하는 고객들이 주로 대체투자를 문의한다"며 "주식이나 채권은 투자하기 부담스럽고 다른 대안투자를 찾아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국민연금과 연기금이 대체투자 비중을 적극 늘리기로 했다는 방침이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한층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대체투자에 대한 비중을 확대하는 것은 수익률 제고와 투자처 다변화 차원에서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이미 해외 운용사들은 대체투자를 적극 확대하고 있다. 그 대상도 초기 부동산과 원자재에서 이제는 선박과 예술품, 사모펀드, 헤지펀드, 벤처기업까지 다양하다는 분석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자산운용 회장인 래리 로렌스 핑크는 싱가포르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과거에는 금이 위기에 자산가치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지금은 금을 대신할 투자수단과 방법(대체투자수단)이 많아지고 있다"며 "뉴욕과 런던의 아파트와 예술작품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그가 주목한 맨해튼의 아파트 가격은 지난 1분기 130만달러로 6년 만에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중국 큰 손들도 적극적으로 해외 부동산을 사들이고 있다. 경제 성장 부진 우려로 자국 자산가치가 하락할 것을 우려해 미국과 유럽의 건물을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안방보험이 뉴욕 호텔을 사들였고 핑안보험은 영국 런던가의 로이즈보험 건물을 구매했다. 수익률도 주식을 능가한다. 언론 재벌 루퍼트머독이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아파트매물의 희망가격은 7000만달러인데 예상대로 팔린다면 1년 수익률이 25.8%에 달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대체투자, 부동산·인프라펀드 '주목'
물론 개인투자자가 이 같은 투자에 나선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나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등 간접투자상품을 통해 투자할 수 있기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부동산·원자재·헤지펀드·구조화상품 등이다. 대체투자상품 중 하나인 특별자산 펀드는 전체 펀드의 50% 이상을 특별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다. 특별자산이란 증권과 부동산을 제외한 투자대상인데 선박·예술품·유전·지하철·광산·탄소배출권 등을 말한다.
MLP는 벨레로에너지(사진/로이터통신)와 같은 인프라 시설에 투자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대체투자 상품으로는 원자재와 에너지펀드, 부동산펀드 등이 있으며 지난해에는 인프라펀드가 큰 인기를 얻었다. 인프라펀드는 투자자로부터 모집한 자금을 기업의 주식이나 채권이 아닌 사회기반시설을 운영하는 사업체에 투자하고 여기에서 나오는 수익을 배분하는 펀드다.
인프라기업의 특징은 사회기업인 만큼 진입장벽이 높아 매출이 안정적이다. 다시 말해 수익이 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이기 때문에 경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실물자산에 투자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양은희 러셀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저금리 저성장에서 인프라투자는 대체투자 수단으로 수요가 커질 것"이라며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만큼 분산투자 관점에서 위험을 배분한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셰일에너지펀드 '한국투자미국MLP'펀드와 '한화에너지인프라MLP'펀드가 이목을 끈 대체투자상품이다. MLP는 셰일에너지 운송과 배송 저장 등을 위한 인프라에 투자해 배당 수익과 주가 시세 차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설정 당시 이목이 쏠렸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출시 후 유가가 하락하면서 고전했으나 최근 연간 수익률이 9.4%와 8.6%로 올라섰다.
◇기대수익 높지만 투자금 묶일수도
대체투자 자산을 포트폴리오에 배분할때 비중은 20%내외로 두는 게 일반적이다. 이유는 부동산이나 미술, 선박 등이 고수익을 노릴 수 있긴 하나 위험이 크고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최근 공제회의 잇따른 투자부실 원인이 대체투자를 늘린 데 반해 운용역량이 부족했다는 점이 꼽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체투자는 기대수익률이 높지만 유동성이 적다는 단점도 있다. 따라서 투자자가 원하는 시기에 현금화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양은희 러셀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유동성이 낮아 급하게 돈이필요할 경우 자산을 돈으로 전환하는 데 시간이 오래걸리고 공모형이라도 만기까지 환급이 어려운 상품이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부동산 펀드는 투자자금이 장기간 묶일 수 있기 때문에 유동성 관리가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인프라펀드의 경우 대체투자 대상이 정책과 환경 변화에 영향을 받는 일이 많으므로 투자할 때 주의해야한다며 상품에 가입했다면 꾸준히 성과를 점검하고 투자 환경 변화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지점의 PB팀장은 "거액 자산가들은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원금을 훼손하지 않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대체투자를 고려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개인투자자들은 대체투자를 한다면 펀드를 통해 분산투자하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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