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맛지도 (대학생의 마음을 동하게 한 맛집 지도)
새내기, 학교의 곳곳을 돌아다니기에 여념이 없다. 맛집을 찾는 것도 그 중 하나다. 그러나 입학 후 처음 찾아간 대학가는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들이 늘어져있었다. 숙대에 와야만 맛 볼 수 있는 음식집을 기대했던 나는 그 적은 수에 아쉬워했다. 그래서 선배들이 추천해주는 숙대의 맛집을 돌아다니기도 여러 번. 이제는 찾아 갈 맛집이 없다고 여겨지던 어느 날이었다.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학식은 먹기 싫다고 생각할 쯤, 동기언니의 권유로 ‘엄마손떡볶이’에 들어가게 되었다. 자주 다니던 거리에 있었음에도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던 곳이었다. 숙대 근처 아기자기하거나 화려한 외향의 가게들과 다른 단순한 겉모습 때문이었을까? 단지 갈 곳이 없어 찾아갔던 그곳을 몇 개월이 지난 후 다시 찾게 되었다. 이번에는 동기언니가 아닌 숙대 주변에 사는 친구와의 목적 있는 동행이었다.
◇사진=바람아시아
◇사진=바람아시아
여느 분식집과 같은 메뉴다. 떡볶이, 순대, 튀김, 라면, 김밥, 만두 등. 특별한 건 없다. 나와 친구는 떡볶이와 튀김을 시켰다. 다른 메뉴도 시키려 했으나 이미 배가 불렀던지라 시킬 수 없었다. 5분이 지났을까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먹기도 전에 음식과 가게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으니 주인아주머니께서 관심을 보이셨다.
맛집 기사를 쓰기 위해 사진을 찍고 있었다고 대답했다. 아주머니는 여기는 맛집이 아니니 다른 곳을 취재하라고 하셨다. “다른 곳은 인터뷰하면 잘해주겠지만 우리는 아냐. 뭐 그냥 떡볶이 파는 곳이지.”호의적인 반응을 기대했던 건 아니지만 아주머니의 귀찮은 듯한 목소리에 멋쩍은 웃음밖에 짓지 못했다. 그대로 포기할 수 없었던 나는 궁금했던 질문을 은근슬쩍 던지기 시작했다. 아주머니는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이 싫다고 말씀하면서도 하나하나 답변을 해주셨다.
- 이곳이 꽤 오래된 떡볶이 집이라고 들었어요. 운영하신지 얼마나 되었나요?
한 17~18년 된 것 같아.
(아주머니는 인터뷰 내내 친근한 말투를 사용하셨다. 기사형식으로 바꾸자니 아주머니의 어감이 살아나는 것 같지 않아 그대로 사용하게 되었음을 밝힌다.)
- 정말 오래되었네요. 요즘 대학가 근처의 가게들은 금방 사라지는 것 같은데 이렇게 오랜 시간 한 곳에서 가게를 운영할 수 있었던 비법이 궁금해요.
특별한 건 없어. ‘한 우물을 파라’는 말이 있잖아. 내가 하던 일을 계속 하는 거지. 멈추지 않고 하다 보니 손님이 생기고 그렇게 만든 인연이 계속 이어지는 거고. 근데 요즘은 썩 잘되지 않아. 옛날에나 바글바글 했지.
IMF 이후, 그리고 학생식당이 커진 후에는 예전 같지 않지. 지금은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밖에서는 기껏해야 커피나 디저트를 주로 사먹으니 가게가 잘되어서 한다기보다 그냥 하는 거야. 학생들도 워낙 바쁘다보니 학교 밖으로 잘 나오려고 하는 것 같지도 않고 또 요즘은 밥보다 커피를 많이 마시잖아?
17~18년이라는 세월동안 숙대에서 떡볶이 집을 운영했다는 아주머니. 그녀는 전보다 규모가 커진 학생식당, 학생들의 생활과 식습관의 변화가 근처에 있던 많은 밥집과 분식집 문을 닫게 했다고 생각했다.
그에 따라 밥보다는 카페와 간식거리가 많이 생긴 것이 요즘 숙대 거리의 모습이라고 말씀하셨다. 숙대에 카페가 많은 원인이 학생 식당이 될 수 있다고 떠올려 본적은 없었지만 직접 오랜 시간 가게를 운영해온 분은 그런 점을 꼬집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질문을 이어나갔다.
- 오래된 만큼 단골손님도 있을 것 같아요.
옛날 생각나서 찾아오는 사람 있지. 숙대 다니다가 결혼해서 가족들이랑 오기도 하고. 한 번 왔다가 자주 오는 사람도 있고. 그런 거 생각해서 말하려면 머리아파. 질문 그만하고 식기 전에 떡볶이 먹어. 식으면 맛없어진다.
내가 질문에 정신을 뺏겨 아주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친구는 맛있게 음식을 먹고 있었다. 그녀는 TV프로그램처럼 숟가락 개수로 맛을 표현한다면 5개 만점에 4개라고 하였다. 매워지려는 순간 느껴지는 떡볶이의 달콤한 맛과 깔끔하게 떨어지는 맛이 친구의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다른 떡볶이 집은 음식을 먹고 난 후 입안에 남는 맛이 있는데 이곳은 그렇지 않아서 좋다는 말도 덧붙였다. 다만 튀김옷이 두꺼워 숟가락 1개를 뺐단다.
◇사진=바람아시아
◇사진=바람아시아
한국인이라면 눈에 익은 비주얼. 빨간 국물에 길쭉길쭉한 떡과 너부데데한 얼굴같이 큰 어묵. 딱 전형적이다. 내겐 그저 떡볶이 맛이었다. 내가 무뎌서 그런지 몰라도 특별히 ‘이곳은 맛집이 틀림없어.’할 정도는 아니었다. 튀김도 마찬가지였다. 특징이라고 할 점은 다른 떡볶이 가게에 비해 달달하다는 점과 쌀떡볶이만을 판다는 점이었다.
- 여기는 다른 곳에 비해 맵지 않고 단 맛이 더 강한 것 같아요. 그리고 쌀떡볶이만 판다는 것도 눈에 띄고요.
매운 떡볶이가 유행해서 다른 집도 매워진 게 아닐까? 여기 근처 떡볶이집도 예전에는 매운 곳이 아니었어. 점점 매워진 거지. 우리 가게는 원래 하던 것을 밀고 나가는 거야. 자기만의 방식이 있는 거 아니겠어? 잘 된다고 따라가기보다 18년 동안의 맛을 유지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해.
쌀떡볶이도 원래 했던 거여서 지금도 하는 거야. 옛날에는 초등학교 앞에서나 밀떡볶이를 먹었지, 여기 근처에서는 안 팔았어. 지금에서야 잘 되는 거지. 결론은 ‘원래 하던 거 하자.’는 생각이야.
‘18년의 맛을 유지하자’는 점이 이곳의 비결이었을까? 흔한 메뉴지만 흔들리지 않고 뚝심 있게 자신의 맛을 지켜내는 것. 바로 그것이 떡볶이 집의 명맥을 이어가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때였다. 한 남성이 아주머니와 정답게 인사하며 들어왔다. 그는 이곳이 익숙한 듯 자리에 앉아 떡볶이 1인분을 주문했다. 떡볶이를 맛깔스럽게 먹으며 아주머니와 자녀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에 본능적으로 그가 이 가게의 단골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사진=바람아시아
그는 2000년도부터 엄마손떡볶이를 찾아왔다고 한다. 적잖이 놀랐다. 아내와 연애할 때도 왔었고 종종 생각날 때마다 온다는 가게. 그 분에게 이 떡볶이는 다른 떡볶이와 다른 맛을 가지고 있는 음식이었다. 흔한 메뉴지만 집에서 먹는 느낌 그대로 떡볶이 맛을 오랜 세월 유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말로 표현하기 힘든 여러 이유가 있어 이곳에 발길을 끊을 수 없다고 했다.
그 분 외에도 오늘 가게에서 본 손님 모두 단골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역시 오래된 곳은 무언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그들은 단순히 떡볶이만을 먹는 게 아니라 추억을 먹는 것 같아 보였다. 아주머니와 다정히 나누던 이야기들이 이를 느끼게 했다.
시간이 지나 다시 이곳에 찾아왔을 때, 내가 머물렀고 누군가와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고 즐거웠고 때로는 힘들었음을 기억할 수 있는 곳. 그런 기억을 상기시켜줄 수 있는 곳. 아직 얼마 살지 못한 내가 가슴 깊이 느끼기에는 부족할 수 있다. 그 감정이 어떤 감정인지 온전히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다시 돌아올 장소가 있다는 따뜻함과 반가움은 하루가 달리 바뀌어가는 사회 속에서 느끼고 싶은 감정이지 않을까.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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