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메릴린치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헨리 폴슨 전 재무장관이 인수가 성사되지 않으면 BOA 경영진을 퇴진시키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폴슨은 또 인수절차 종료에 앞서 메릴린치의 부실이 예상보다 더 큰 것을 확인한 BOA에 대해 이 같은 사실을 주주들에게 알리지 말라는 압박도 가한 의혹도 받고 있다.
메릴린치의 과도한 보너스 지급 등을 수사중인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 검찰총장은 23일(현지시간)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케네스 루이스 BOA 회장의 지난 2월 26일 진술을 토대로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고 CNBC 등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쿠오모 총장의 서한에 따르면 BOA의 메릴린치 인수 작업이 진행 중이던 작년 12월21일 당시 재무장관이던 폴슨은 루이스 회장에게 인수가 성사되지 않으면 BOA의 경영진과 이사진들을 퇴진시키겠다고 협박했다.
폴슨은 이와 관련 검찰에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폴슨은 또 루이스 회장에게 BOA가 메릴린치 인수에서 발을 빼면 '구조적 위험'을 불러올 것이라며 이를 발설하지 말라는 압박도 가했다. 구조적 위험이란 주요 금융회사가 무너질 경우 다른 회사의 연쇄몰락을 야기하는 도미노 현상을 말하는 것으로, 이런 압박은 재무부와 FRB가 최악의 금융위기에서 금융시스템 붕괴를 크게 우려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루이스 회장은 또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메릴린치의 손실을 공개치 말도록 지시받았다고 진술했다. 이는 BOA 주주들이 이 사실을 알 경우 메릴린치 인수를 반대하고 나서는 상황이 벌어질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루이스 회장이 정부의 압박을 받던 때는 BOA가 메릴린치의 부실 급증 때문에 인수를 취소할지 여부를 고민하던 때다.
BOA는 작년 9월 메릴린치를 인수하기로 합의했으나 12월 초 내부 집계결과 메릴린치는 10∼11월 2개월간 133억달러에 달하는 세전 손실을 기록했고 12월은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추산이 나왔었다.
이러자 루이스 회장은 폴슨 장관 등을 만나 메릴린치의 문제를 설명하고 BOA가 계약을 포기할 수 있는 근거도 갖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폴슨 장관이 이를 압력을 통해 무마했다.
당시 BOA 이사회는 12월22일 회의에서 정부의 퇴진 압력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으나 루이스 회장은 메릴린치 인수를 취소하는 것과 관련해 폴슨의 압박 때문에 마음을 바꿨음을 인정했다고 쿠오모 총장은 서한에서 밝혔다.
결국 BOA는 이런 과정을 거쳐 정부로부터 200억달러를 추가로 지원받는 대신 메릴린치를 인수키로 하고 지난 1월1일 인수 절차를 마쳤다.
BOA 대변인은 검찰의 이런 조사 내용과 관련, 메릴린치 인수는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밝혔다.
또 정부 관계자는 버냉키 의장이 은행이나 루이스 회장에서 부실 공개 문제 등에 관해 조언하지 않았고 정보를 공개하지 말라는 요구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한편 메릴린치 인수와 주가 하락 등으로 주주 등의 퇴진 압력을 받아온 루이스 회장은 정부 압력으로 인해 메릴린치 부실에 입을 닫은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오는 29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더 큰 시련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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