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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국가재정)③'증세 없는 복지' 논란..'중부담-중복지' 부각
세입기반 약해 양극화..'복지 확대'는 딜레마
복지대상 잠재력 고려해 '선별' 정책 추진해야
2015-02-26 17:33:26 2015-02-26 17:33:26
[뉴스토마토 방글아기자] 담뱃값 인상과 연말정산 사태 등의 원인이 사실상 증세를 통해 세수 결손을 메우려는 정부의 꼼수로 드러나면서 '증세 없는 복지'가 불가능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더욱이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 입으로 증세 없는 복지를 말한 적 없다"면서 "복지 컨센서스 형성이 우선"이라고 밝혀 복지 수준을 둘러싼 논란에 불을 지폈다.
 
사실상 증세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증세 없는 복지'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국책 및 민간 연구소와 학계 등 전문가들은 '중부담 중복지'로 가야한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전문가는 26일 "양극화 심화에 따라 복지 확대가 물러설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된 상황에서 이를 증세 없이 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재원이 뒷받침 되지 않는 상태에서의 복지 확대는 재정건전성의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복지수준 OECD 중 '꼴찌'..양극화 심화 
 
◇2014년 기준 OECD 회원국들의 GDP 대비 사회복지비 지출 비중.(자료=OECD)
 
2014년 기준 GDP 대비 사회복지비 지출은 한국이 OECD 28개국 가운데 꼴찌다. 한국의 사회복지비 지출 비중은 10.4%로, 꼴찌에서 두 번째를 차지한 에스토니아(16.3%) 보다도 5.9%나 낮다. OECD 평균(21.6%)에는 절반, 1위를 기록한 프랑스(31.9%)와 비교해서는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복지과잉으로 가면 국민이 나태해진다"고 한 발언에 야당 의원들이 '망언'이라며 비판에 나선 이유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도 당장 '고복지'를 전면에 내세우지 못 하고 있다. 고복지와 함께 추진돼야할 증세가 어려운 상황에서 고복지가 '포퓰리즘'에 그치게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은 각종 비과세·감면이 많고 지하경제의 규모가 커 세입기반이 좁고 약한 편이다. 여기에는 근로자에 견줘 과표현실화율이 크게 떨어지는 자영업자 비중이 한국에서 특히 높은 것이 한몫한다. 
 
◇2013년 기준 OECD 회원국들의 전체 고용 대비 자영업자 비중.(자료=OECD)
 
2013년 기준 전체 고용 대비 자영업자 비중은 한국이 OECD 회원국들 가운데 5위(27.4%)로 상위권이다. 한국 보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나라는 콜롬비아(52.6%), 터키(35.9%), 멕시코(33%), 브라질(31.2%) 등 4곳 뿐이다.
 
◇복지대상 잠재력 등 고려해 우선 순위 채택
 
복지축소에 대한 우려에 "증세는 절대 안 된다"던 정부도 기존의 입장에서 한발짝 물러난 상황이다.
 
최 부총리는 "복지 컨센서스 형성이 우선"이라며 "복지 컨센서스 논의에 겸허히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밝히고 나섰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컨센서스가 어느 정도 모아진 '중부담 중복지'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특히, 중복지로 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복지 정책들 가운데 우선 순위를 정해야 한다는 것.
 
현재 정부가 무상교통 등 다양한 복지 정책들이 포퓰리즘 차원에서 떠오른 뒤 별다른 진단 없이 백화점식으로 나열, 추진하고 있다는 진단에서다.
 
법제연구원 관계자는 "어떤 복지에 어떻게 마련한 재원을 얼마만큼의 비중으로 나눠 투입할지를 먼저 사회적 합의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보편적 복지를 바라 보되, 우선은 구제가 시급한 취약계층과 시장 잠재력이 높은 분야 교육 등 위주로 복지의 우선 순위를 정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일례로, 우선 추진 대상이 될 복지 정책 가운데 하나로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머무를 수 있도록 돕는 육아 지원, 한국의 성장동력 관련 분야 교육비 지원 등이 있을 수 있다. 근로연계성을 강화한 '생산적 복지'다.
 
한국경제연구원의 '2014 정책리스크 쟁점과 평가'에 따르면 OECD 회원국 중 GDP 대비 사회복지비 지출이 가장 높은 프랑스의 경우도, 소득 수준에 따른 차등지원과 소득과 관계 없는 보편적 지원 등 2가지 방식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차등지원책은 주로 부모의 근로소득과 연계해 취업연계형으로 이뤄진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무차별적인 복지 확대에 앞서 복지의 근로유인 감소를 고려해야 한다"며 "복지체계 전반을 고려한 근로유인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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