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기획)판교, 은평뉴타운 판박이?
(판교는 지금)②거리에는 인적 없어 `썰렁`
기반시설 부족..투자자·실수요자 동시 만족 실패
"판교, 우선 인프라 갖춰야"
2009-04-23 06:00:00 2009-04-23 06:00:00
[뉴스토마토 우정화기자] "남자인 저도 가끔 밤에 나갈 때는 무섭기도 합니다."
 
22일 저녁 서울 은평뉴타운에서 만난 주민 이찬우(27)씨는 저녁 8시만 지나도 인적이 드물다며 이곳의 썰렁한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가 판교와 함께 수도권 주택개발지구의 하나로 야심차게 내놓은 은평뉴타운은 입주율이 지극히 저조해 이미 '실패작'이란 딱지가 붙은지 오래다.
 
실제 은평뉴타운 1단지에 있는 모 아파트의 한 동은 저녁 9시가 다 된 시간에도 46가구 중 15가구만 불을 밝혔다.
 
다른 아파트 단지도 상황은 비슷했다.
 
SH공사에 따르면 은평뉴타운 1지구의 입주율은 90.12%, 2지구의 입주율은 70.1%를 기록해 2지구는 30%가 아직 입주를 못한 상황이었다.
 
아파트 관리를 맡고 있는 한 경비원은 "지금은 그래도 처음보다는 사람이 많이 입주를 한 편"이라며 "초반에 사람이 없을 때는 정말 아파트 단지가 썰렁했다"고 말했다. 
 
◇ 웃돈 붙고, 도로 좁고..투자자·실수요자 동시만족 '실패'
 
이렇게 은평뉴타운이 외면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은평뉴타운이 금융불안과 정부의 정책실패가 어우러진 '합작물'이라고 잘라말한다.
 
입주를 시작한 지난해 6~7월쯤은 금융불안이 막 시작되던 시기여서, 입주예정자들이 잔금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입주율이 저조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민간택지의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면서 은평뉴타운 잔여물량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미 ‘웃돈’이 형성돼 은평뉴타운의 가격메리트가 사라져 투자자들의 관심이 멀어졌다.
 
판교와 마찬가지로 기본 편의시설이 부족한 점도 실패의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은평뉴타운의 경우 교통시설 미비가 가장 큰 문제점이다.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에서 은평뉴타운 1지구로는 자동차로 평균 10분은 소요되는 거리인데다, 이 지역은 북한산과 가깝게 안으로 더 들어가 있어 사실상 자가용 없이는 생활이 어렵다.
 
구파발역에서 아파트단지까지 지선버스가 하루 4대 운영되고 있고 향후 3대가 증편될 예정이지만, 이 정도로는 생활의 불편을 해소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또 뉴타운 내 아파트 단지를 둘러싼 도로들이 대부분 '왕복 2차선'이어서, 앞으로 입주율이 높아진다면 교통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문제들이 얽혀 은평뉴타운은 '투자자'와 '실수요자'의 어느 쪽도 만족시키지 못한 것이다.
 
◇ 판교, 은평뉴타운을 '타산지석'으로.."인프라부터 갖춰야"
 
판교신도시가 은평뉴타운과 같은 사례로 남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해당 지역의 인프라를 갖추는 일이 시급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은평뉴타운이 지리적인 여건 상 실수요자들을 끌어들이는데 한계가 있는 반면 강남, 분당과의 접근성 등 장점이 있는 판교신도시는 인프라만 갖춰진다면 애초 계획대로 '자족형 신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김규정 부동산114 부장은 "판교신도시와 은평뉴타운 모두 인프라를 갖추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초기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아 현재 판교신도시 주민들이 감내하는 고통이 큰 만큼 이 부분이 빨리 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우정화 기자 withyo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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