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우산
연재
2015-02-10 09:05:00 2015-02-10 10:01:09
집을 나설 때부터 날씨가 심상치 않더니 오후쯤 되자 비가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카페 창 밖에 맺히는 빗방울을 보면서 우산을 챙기지 않은 나를 자책했다.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고 약속 시간은 다가오는데 집에 들렀다 갈 시간이 없었다.
 
근처 편의점에 들러 우산을 사기로 했다. 이럴 때마다 사다놓은 우산이 서넛은 족히 될 것이다. 불쾌한 지출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편의점에 도착하니 우산 진열대가 전면에 나와 있었다. 평소에는 어디 있는지도 몰랐던 것이 비가 오자 기세등등하게 상석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색색의 우산들이 늘어서 있는 모습이 준비성 없는 나를 환영하는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이렇게 갑자기 비가 오는 날, 단연 잘 팔리는 우산은 투명 비닐과 어설픈 살로 이루어진 일회용 우산이다. 당장 우산이 필요하지만 집에 쌓아둔 우산들이 있고, 오늘 하루만 비를 막으면 되는데 비싼 우산을 사기는 돈이 아깝다. 쉽게 쓰고 버릴 수 있는 일회용 우산이 오늘 같은 날씨에는 제격이다.
 
우산을 준비하지 않은 사람들은 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인지 편의점 우산 진열대에는 일회용 우산이 모두 팔려나가고 없었다. 칠천 원짜리, 만 원짜리 우산이 많이 남아있었지만 그 정도 돈을 쓰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비를 맞기로 했다. 잠시 서서 버스 정류장까지 비를 가장 적게 맞을 수 있는 경로를 생각하고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긴 레인 코트를 입고 온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1회용 우산(사진=바람아시아)
 
저녁 약속을 마치고 집에 돌아올 쯤에는 비가 잦아들었다. 우산을 안사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걸어가는데 집 앞 편의점 우산진열대가 눈에 들어왔다. 그 진열대에서도 일회용 우산은 모두 팔려나가고 삼단우산만 남아 있었다. 더 좋은 재질로 더 오래 버틸 수 있도록 만든 비싼 우산은 그 날의 시장에서 팔릴 기회를 얻지 못했다. 추운 날씨에 걸음을 재촉하면서도 그 우산들에 눈이 갔던 것은 그 남아있는 모습과 내 주위의 상황이 맞아떨어진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얼마 전 읽었던 대졸자 실업에 관한 기사가 생각났다.
 
지난 6일,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표한 ‘학력 지표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년층 고학력자 비율이 2000년 37%에서 2012년 65.7%로 30%포인트 가까이 급증했다. 같은 기간 OECD 회원국 평균도 26%에서 40%로 늘었지만 우리나라의 증가폭이 훨씬 높았다.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녔던 나와 내 친구들에게 대학은 ‘당연히 가는 곳’이라고 여겨졌던 것 같다. ‘학벌주의 사회’, ‘간판을 중시하는 사회’ 따위의 말들을 항상 접할 수 있었고 이는 학생들을 공부하게끔 자극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대학에 가지 않으면 사회에서 도태된다는 식이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학력을 갖추고 내가 원하는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면 당연히 취업에 도움이 되는 줄 알았다. 여기서 말하는 학력은 실력과 동의어였다. 좋은 학력은 좋은 실력을 의미했고 수능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양질의 노동력을 갖추는 발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대졸자 실업 운운하며 청년들이 각성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학력은 공허한 이름일 뿐이요,
 
취업을 위해서는 실력을 키워야 할 때라는 것이다. 비싼 돈 들여서 대학을 가고, 대학원에 진학하기보다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많은 것을 바라지 말고 취업하여 실무 경력을 쌓으라고 한다. 그리고 종종 이러한 조언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에 대한 진지한 고찰로 이어진다. 묵묵히 이 조언을 들으면서 일회용 우산은 모두 팔려가고 비싼 삼단우산만이 남아있는 진열대를 떠올리는 것은 심성이 꼬인 나의 지나친 상상일까.
 
조응형 기자 www.baram.asia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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