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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 없는 복지' 논쟁..정부, 인구·재정 전망 '실패' 탓
고령화·저출산으로 정부 지출 증가→조세부담률 상승
국가채무 경고에도 '노력하고 있다'는 원론적 답변
2015-02-03 15:45:00 2015-02-03 15:45:00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증세 없는 복지논쟁'이 올해 국정 운용의 최대 이슈로 부상한 가운데 이번 논쟁은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정부의 재정전망 실패가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령화·저출산에 따라 국가 생산성은 떨어졌고 어르신과 피부양자 수가 급증했는데도 정부는 이에 따른 조세·재정부담 증가에 미처 대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3일 열린 2월 임시국회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고 이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의 연설은 "지하경제 양성화와 경제적 약자를 돕는 세정을 통해 증세 없이도 복지재원을 조달하겠다"고 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기조를 더 유지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여당에도 퍼졌음을 보여준다.
 
아닌 게 아니라 지금 정부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국정과제대로 복지를 늘리자니 돈은 없고 세금을 올리자니 박 대통령은 이미 증세가 없다고 못 박았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사실상 증세효과를 내는 '공공요금 인상', '담뱃값 인상', '연말정산 세액공제 전환' 등을 통해 국정과제를 번복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우왕좌왕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사진=청와대)
 
이런 국정난맥에 대해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재정전망에 실패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고령화·저출산으로 일할 인구가 줄어 국가 생산성은 떨어졌고, 부양해야 할 사람은 많아졌고 부양할 사람이 적어졌는데 정부가 이에 제대로 대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우리나라 총 인구는 4941만명에서 2030년 5216만명까지 늘었다가 2060년 4396만명 수준으로 다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저출산이 고정화돼 인구증가율이 역전되는 것. 또 2018년에는 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되는데 이럴 경우 일할 사람이 부족해져 국가 생산성 하락은 불가필 것으로 관측됐다.
 
또 기획재정부와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4년 기준 65세 이상 어르신은 전체 인구의 15.7%, 14세 이하는 13.2%였다. 15세부터 64세까지 일할 인구는 전체의 71.1%였다. 
 
◇인구구조 변화의 파급경로(자료=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도별로 보면 15세~64세는 지난 2010년 72.8%에 비해 1.7%포인트 감소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65세 이상 어르신이 8.7%포인트 늘고, 14세 이하가 7.9%포인트 줄었다. 단순히 나이별 인구증감률만 비교해도 인구구조 변화는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일할 인구가 줄어 생기는 조세수입 감소는 국가 재정부담을 높이는 형태로 진행된다. 국가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고령화와 저출산에 따른 사회보장지출 확대는 2008년에서 2020년까지 37% 증가하는 반면에 조세수입은 1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세 없는 복지의 문제는 바로 이 점이다. 정부의 국정과제에 따른 복지정책 비용은 5년간 최소 153조원이나 되는데 정부는 재원확보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복지공약을 내세웠다. 결국 일하는 국민의 조세부담만 높이는 방향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지난해 7월 출범한 최경환 경제팀은 40조원을 시중에 푸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공언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이만큼 돈을 쓰면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로 재원확보는 편성된 나몰라라 한 탓에 앞으로 국민의 조세부담률 상승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심지어 정부는 세수 감소와 사회보장지출 확대에 따른 국가채무 급증 경고에도 안이한 반응을 보이는 등 장기 재전건전성 확보를 위한 대안 마련에 손을 놓은 모습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14년~2060년 장기 재정전망'을 보면, 2060년 국가채무는 1경4612조원, 재정적자는 7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국민의 조세부담율이 현수준과 같고 복지지출이 꾸준히 늘어난다고 할 때를 가정한 경우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국회예산정책처의 장기 재정전망은 고령화와 저출산에 따른 복지지출 등이 장기적으로 증가함을 보여준다"며 "그러나 장기 재정전망은 각종 거시지표의 변화에 따라 큰 차이가 있고 정부는 지하경제 양성화, 비과세 감면 등으로 국가채무를 줄이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하는 데 그쳤다.
 
이에 대해 박명호 조세재정연구원 장기재정전망센터장은 "고령화·저출산 등으로 건전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낙관하기 어렵다"며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재정의 영향을 파악하고 장기 재정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선제적 정책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는 대외충격에 취약한 소규모 개방경제인 데다 통일이라는 재정 위험성도 안고 있으므로 재정여력의 충분한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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