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유지승기자] 금융당국의 실적 압박 속에 기술금융 대출이 빠른 속도로 늘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성과 위주의 정책으로 '도덕적 해이'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술금융은 은행이 중소·벤처기업에 담보만이 아닌 기술력을 평가해 돈을 빌려주는 제도로, 전망은 있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됐다.
금융권의 보신주의를 타파해 유망한 중소기업을 키우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지금처럼 성과에 집착한다면 제2의 모뉴엘 사건, 더 나아가 지난 2011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가 또다시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부실대출 발생시 책임소재 '불분명'
최근 발생한 모뉴엘의 수천억대 대출사기 사건도 정부의 기술금융 확대 정책에 대한 우려를 확산시킨다. 기술평가 인프라가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은행들이 모뉴엘 사태처럼 무역보험공사 보증서만 믿고 대출을 해줬다가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금융의 경우 기술신용평가기관(TCB)이 작성한 기업 실사보고서를 참조해 은행이 대출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다. 따라서 TCB의 평가서가 왜곡되면 모뉴엘 사건처럼 금융사가 대책없이 속을 여지가 있다.
책임소재도 문제다. 모뉴엘 사건의 경우 현재 은행과 무역보험공사 간 책임소재를 두고 치열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은행은 금액을 부풀린 수출 서류를 무역보험공사가 보증을 해줘 부실대출이 이뤄졌다고 주장하는 반면, 무역보험공사는 은행이 발급한 수출입 서류를 믿고 보증을 선 것인 만큼 은행에도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외환위기 이후 벤처붐이 일었을 때도 파산하거나 부실화된 기업이 늘면서 대출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은행들도 덩달아 침체기에 빠졌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술금융이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 문제로 이어졌을 때 과연 누가 책임을 질것인지는 논란이 될 수 있다"면서 "결국 이러한 점들이 건강한 금융질서를 해칠 가능성이 있다는게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우수 직원에 인센티브..부실대출 책임은 면제?
부실대출을 사전에 막기 위한 견제 수단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는 기술금융 확대를 위해 대출을 취급한 직원에게 부실대출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도록 하는 한편, 실적이 우수한 은행과 직원에게는 인센티브 등을 제공할 방침이다. 이에 대출 심사시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 직원 개개인이 책임을 면하더라도 결국 손실 책임은 모두 은행이 져야해 부실 위험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술금융의 경쟁적 취급은 돈을 빌린 사람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 일으키고, 은행의 대손비용 급증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술금융 추진시 단순히 은행의 충성경쟁을 유도하기 보다는 전문인력 양성 등 관련 인프라 정비를 통해 위험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정착을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도 "부실 대출이 발생했을 때 직원 개인의 책임은 묻지 않겠다고 했지만, 부담이 없을 수 없다"면서 "무엇보다 은행 자체적으로 부실인지 아닌지를 가려낼 수 있는 시스템이 정비돼야 직원들도 안정적으로 대출 추진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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