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사각지대' 방치..車 아닌 '외줄' 타는 주차원들
대리근무 중 사망해도 산재적용 힘들어
손님 '딱지' 막으려다 범법자 되기도
2015-01-07 06:00:00 2015-01-07 06:00:00
[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주차원들은 매일매일 외줄을 탄다. 손님이 고가의 외제차라도 몰고 오면 행여 흠집이나 날까 노심초사다. 아차하다가는 급여를 날리기 십상이다. 자동차를 다루는 직업이다 보니 다칠 위험은 항상 있다. 다쳐도 그나마 산업재해로 인정받기 어렵다. 주차위반 '딱지'를 피하려다가 억울하게 전과자 신세가 되기도 한다. 7일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주차 노동자들의 사연을 판결을 통해 들여다봤다.
 
◇사라진 포르쉐..배상은 누가하나
 
주차원 김모씨는 손님의 차량이 사라지는 바람에 수천만원을 배상할 뻔했다. 포르쉐를 몰던 외국인 D씨는 2010년 7월 김씨가 일하던 카페를 방문했다. 김씨는 포르쉐를 주차하고 실수로 시동을 끄지 않고 내렸다. 포르쉐는 사라졌다.
 
보험사는 D씨에게 도난당한 포르쉐의 차값 6590여만원을 지급한 뒤 이 돈을 배상하라며 김씨의 업주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법원은 김씨의 과실을 인정해 업주가 4610여만원을 보험사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비슷한 일을 하던 지모씨도 주차장에서 사라진 시가 1억원이 넘는 벤틀리 승용차에 대한 배상책임을 다행히 모면했다.
 
그러나 김씨와 지씨가 차량도난 사건에 대한 책임을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업주가 사고를 낸 직원을 상대로 소송을 내면 문제는 달라진다. 선앤문파트너스 법률사무소의 선종문 변호사는 "일단 보험사는 자금력이 있는 업주를 상대로 먼저 소송을 내는 것으로 보인다"며 "과실의 정도에 따라 직원이 업주에게 배상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주차 딱지 막으려다 전과자 딱지 붙어
 
손님 차에 주차위반 딱지가 붙는 것을 막다 보면, 오히려 자신에게 전과자가 딱지가 붙는 경우도 있다.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주차원으로 일하던 박모(31)씨는 지난해 9월 가게를 찾은 손님의 벤츠 승용차를 인도에 주차했다. 주차공간이 부족해 어쩔 수 없었다. 박씨는 불법주정차단속을 피하고자 벤츠 번호판을 종이로 가렸다. 검찰은 박씨를 자동차관리법위반 혐의로 기소했고, 법원은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박씨가 업주 지시로 법을 어겼을 가능성이 적지 않지만 업주는 형사처벌을 피했다. 업주가 벌금을 대신 내 주는 선에서 합의했을 가능성도 있다. 서울에서 일하는 한 법관은 "검찰은 주인이 직원에게 번호판을 가리라고 지시한 점을 입증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사회정의에 부합하지는 않지만 굳이 두 명을 다 처벌할 필요는 없다고 본 듯하다"고 말했다. 
 
◇"고령 주차요원, 업무상 재해 인정 어려워"
 
다쳐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중년을 넘긴 주차원들은 한두 가지 질병은 달고 살아왔다. 이들이 일하다가 아프면, 지병이 도진 것으로 보인다.
 
주차관리업체 소속으로 사무용 빌딩에 파견돼 일하던 김모씨는 2009년 6월 병원에 가야 할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았으나 퇴근하지 못하고 동료대신 일을 해야 했다. 빌딩 측이 김씨의 회사에 주차요원의 결근이 잦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으름장을 놨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날 근무를 서다가 심장마비로 숨졌다. 당시 나이 52세였다.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유족들이 소송을 냈지만 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법원은 김씨가 평소 당뇨와 고혈압 등을 앓아 온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박모(58)씨도 2012년 7월 주차일을 하다가 허리를 삐끗해 요추 추간판탈출증(디스크) 판정을 받았지만 법원은 퇴행성이라는 이유 등으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또 다른 법관은 "업무상 재해의 인과관계는 의료감정을 참고하기 마련인데, 중년에 접어들면 퇴행성 질환이 업무상 질환을 인정하는 데 방해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는 경우도 있다.
 
발레파킹을 하던 이모씨는 2011년 4월 주차시설에 다리가 끼어 하반신 마비가 오는 사고를 당했다. 동료 황모(46)씨가 주차타워에서 쉬던 이씨를 발견하지 못하고 기계를 작동시킨 탓이었다. 다행히 이씨는 업무상 재해가 인정돼 근로복지공단에서 2억740여만원을 탔다.
 
그러나 황씨는 이씨의 사고를 유발한 책임으로 사업주와 함께 근로복지공단에 1억4100여만원을 배상할 처지가 됐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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