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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와 피츠버그, 좋은 결과 이룰까
2014-12-23 11:05:25 2014-12-23 11:05:34
◇강정호. (사진제공=넥센히어로즈)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강정호(27·넥센히어로즈)와의 우선 협상권을 따낸 팀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로 확인됐다. '코리안특급' 박찬호가 선수 생활 후반기에 잠시 뛰던 팀이다. 다만 많은 전문가들이 의외의 입찰 결과로 바라보면서 향후 협상 결과에 의문을 내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23일(한국시간) 넥센 히어로즈의 강정호의 포스팅 금액(500만2015달러) 수용을 전하면서 피츠버그를 우선 협상권 획득 야구단으로 발표했다.
 
강정호의 입찰에 참여한 의외의 팀이 있을 것이란 전망은 꾸준히 제기됐다. 또한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하지만 피츠버그는 내야의 전력 누수가 없고 다른 팀보다 자금이 풍족해 다수 백업을 두는 구단도 아니다. 최다액 입찰결정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관심을 보인 것은 맞다
 
피츠버그가 시즌 초부터 강정호에게 관심을 보인 구단이라는 점은 맞다. 그간 한국에 스카우터를 파견해 올해 강정호의 기량을 살펴보고 상태를 점검했다.
 
올해만 봐도 한두 번이 아니다. 강정호가 '유격수 최초 40홈런'을 터트렸던 17일 목동 경기는 물론 포스트시즌 경기 중에도 피츠버그 스카우터는 강정호를 관찰했다. 특히 한국시리즈 때엔 선임급 실무자가 직접 찾아와서 경기를 보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물론 피츠버그만 그를 오랜 시간 눈여겨봤던 것은 아니다. 애틀란타와 샌디에이고, 뉴욕 메츠 등이 한국에 스카우터를 보내서 강정호를 꾸준히 지켜봤다.
 
또한 스카우터를 파견했다고 해도 계약이나 응찰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빈번하다. 강정호를 향한 피츠버그의 오랜 '관심'은 인정하지만 다양한 상황상 둘의 조화를 예상한 전문가들은 많지 않았다.
 
◇이미 좋은 내야라인을 갖춘 피츠버그, 강정호의 자리는
 
미국 CBS스포츠의 기자 존 헤이먼은 피츠버그가 강정호의 우선 협상권을 땄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피츠버그 준수한 내야진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강정호를 영입할 후보군이 아니었다. 피츠버그가 놀라움을 줬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그렇다. 피츠버그 내야진은 강정호의 영입이 간절했을 정도로 허술하지 않다.
 
우선 강정호의 현재 포지션인 유격수엔 조디 머서가 버티고 있다. 머서는 올해 149경기에 나서 '12홈런 55타점, 타율 2할5푼5리(506타수 129안타), 출루율 3할5리, 장타율 3할8푼7리' 성적을 써냈다. 최고는 결코 아니지만 메이저리그 유격수들의 평균(타율 2할5푼1리, 장타율 3할8푼7리)은 상회했다. 올시즌 홈런도 12개나 쳐냈다.
 
미국 언론은 강정호의 수비력에 물음표를 찍었다. 미국 진출시 포지션 전향 가능성도 언급했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포지션은 2루와 3루다.
 
2루는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는 닐 워커가 확고히 버틴다. 워커는 지난 2004년 아마추어 드래프트 당시 1라운드 전체 11순위로 지명됐을 때부터 화제를 모았고 이후 2009년 9월 이뤄진 확장 로스터 때 데뷔해서 2010년부터 빅리그에 안착했다. 올해는 '23홈런 76타점, 타율 2할7푼1리'를 기록했다. 홈런 수는 브라이언 도저(미네소타 트윈스)와 함께 2루수 공동 1위다.
 
3루는 실력 하나로 기존 3루수 페드로 알바레즈를 밀어낸 신예 조쉬 해리슨이 맡고 있다. 올시즌 137경기에서 기록한 성적은 '13홈런 52타점, 타율 3할1푼4리'. 올해 개인 최초로 3할을 넘겼다. 2루, 3루, 유격수, 외야까지 모두 경험했던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더군다나 피츠버그는 월초에 탬파베이의 유틸리티 플레이어인 션 로드리케스 영입을 확정했고 유격수 백업인 클린트 바메스는 성장이 또렷하다.
 
이처럼 피츠버그의 내야 구성은 결코 나쁘지 않다. 강정호에게 거금인 500만 달러를 지급하면서 데려가려 하는 이유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피츠버그는 스몰마켓 팀도 아니지만 빅마켓 팀도 아니다. 이미 견고한 내야를 더 견고히 하기 위해 팀의 여윳돈을 투자할 여력은 부족하다.
 
다만 변수를 생각하면 기존 선수의 FA 계약이다.
 
그런데 이 변수도 강정호의 영입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진 않는다. 워커와 머서, 해리슨은 각각 2017년, 2019년, 2018년이 되어야 FA 자격을 얻는다. 강정호의 빅리그 적응 기간을 3~5년으로 길게 보고 내린 결정일까.
 
◇강정호. ⓒNews1
 
◇견고한 우승 다지기, 강정호의 영입이 시작일까
 
그동안 피츠버그는 장기간 '하위권팀'이란 인상이 강했다.
 
하지만 피츠버그는 지난해 94승68패로 모처럼 포스트시즌 진출권을 거머쥐었다. 올해는 88승74패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의 2위를 거둬,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최근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것이다.
 
이에 따라 피츠버그의 강정호 영입 시도가 전력 보강과 포스트시즌 진출 목적 카드란 해석도 나온다. 설령 백업이더라도 주전을 위협하고 언제든 주전 진출을 꾀할 선수란 것이다.
 
미국의 야구 전문 매체인 '베이스볼아메리카'는 포스팅 팀이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로 확인되자 강정호에 대한 스카우팅 리포트를 크게 게재했다. 이 매체는 한국에서 강정호를 분석한 스카우터 평가서를 인용해 '주전 내야수로 자리잡기에는 부족하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카우터들은 강정호가 "주전으로 뛸 경우 한 시즌에 홈런 15~20개를 칠 수 있는 장타력을 보유했다"면서도 "주전 내야수가 되기는 힘들다"고 의견을 모았다.
 
물론 속단 하기엔 아직 이르다. 미국에 가서 더욱 나아질 수도 있고 소속팀 내에서 잘 적응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만들 수도 있다.
 
지난 21일 오후 목동야구장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강정호는 "아직 꿈을 이뤘다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부터 시작이다"는 말로 메이저리그 도전 각오를 밝혔다. 강정호의 빅리그 도전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아직 갈 길이 상당히 멀고 도전의 끝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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