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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금융전도사' 나선 금투업계 CEO.."귀를 연 60分"
박종수 회장 "해외취업 적극 권장..통역 'No', 2개 이상 외국어 직접 구사해야"
'맞춤형', '삶의 조언형', '사례형' 등 다양한 강연..업계수장 릴레이 재능기부 큰 호응
2014-12-23 09:36:52 2014-12-23 09:37:01
[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워렌버핏의 연간 리포트를 반드시 읽어볼 것."(이대병설미디어고에서 이석재 얼라이언스번스틴자산운용 대표)
 
"국내 금융시장에서 여성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특히 자산관리(WM) 부문에서의 활약이 기대된다."(서울여고에서 진재욱 하나UBS자산운용 대표)
 
"펀드매니저를 목표로 둔 젊은이가 줄어 안타깝다. 10년 뒤 국내 기간산업은 금융업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명덕외고에서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현직 금융투자업계 최고경영자(CEO) 18명이 '금융교육 전도사'로 나섰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릴레이 강연을 통해 재능기부를 실천한 것이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19일까지 진행한 '금융투자업계 CEO 릴레이 재능기부'는 그 무대가 됐다.
 
금융투자업계 대표 리더로 구성된 연사들은 서울과 수도권 소재 19개 고등학교를 방문해 국내 경제와 금융흐름 뿐만아니라 금융업 현장의 생생한 경험담과 성공 사례 등을 전달하며 업계 비전을 제시했다.
 
금투협 관계자는 23일 "현직 인사로 꾸려진 연사들의 강연이 업계 현장을 그대로 전달하는데 초점이 맞춰진 결과 한 시간의 강의는 부족했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로 뜨거웠다"고 말했다.
 
박종수 금투협 회장은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직접 강연에 나섰다.
 
박 회장은 지난 16일 서울여상에서 "저금리 저성장으로 국내 취업이 갈수록 좁아지는 만큼 젊은 세대들은 적극적으로 해외취업을 고려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장했다. 또 "이를 위해 외국어 능력은 필수"라며 "영어 외에 한 두가지 언어를 익혀둬야 장차 다양한 영역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연사들의 '맞춤형', '삶의 조언형' 강연은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진행됐다.
 
'투자의 귀재' 워렌버핏에 대한 내용은 빠짐 없이 등장했다. 전용배 프랭클린템플턴자산운용 대표는 지난달 24일 교하고에서 "워렌버핏은 10년을 볼 주식이 아니면 10분도 소유하지 말라는 말을 했다"며 "열정을 갖고 선택한 일에 인내를 갖고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열정을 갖고 다양하게 체험하되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한우물을 파야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윤규 LS자산운용 대표는 지난달 25일 경기국제통상고에서 "대학진학과 기업선택에 있어 특성화고 혜택을 이용할 수 있는 만큼 빠른 적응을 통해 도전적인 일에 나설 것"을 추천했다.
 
같은 날 이석재 얼라이언스번스틴자산운용 대표는 이대병설미디어고에서 취업과 진학을 앞둔 고교생들에게 사례 위주의 강의를 통해 "세계로 나가라,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사람이 돼라, 결혼해서도 남편에게 의지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홍원식 이트레이드증권 대표는 지난달 26일 상일여고 강의를 통해 '채용면접을 진행하며 느낀 몇 가지 팁'을 제시했다. 홍 사장은 이날 "허투루 졸업을 늦추지 말고 차라리 전공을 심화하거나 부전공에 공을 들여라. 자격증에 지나치게 목매달지 말라"는 등의 내용을 담아 강연했다.
 
상고 졸업 후 박사학위 취득까지 실제 자신의 사례를 들려준 CEO도 있다.
 
정도현 아시아자산운용 대표는 지난 2일 동일여상에서 과거 동화은행 퇴출 후 늦은 나이(40세)에 미국공인회계사 시험 도전 일화를 통해 '포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은 국제고양고에서 자신을 펀드매니저로 소개하고 업계 내에서의 소명에 관해 설명했다. 강 회장은 작은 섬에서 보낸 어린시절 일화를 소개하며 "고립된 환경이었지만 오히려 라디오와 지도를 통해 키운 상상력이 인생의 큰 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대표도 지난 17일 서울금융고 강연에서 최연소 CEO와 최장수 CEO가 되기까지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강연했다.
 
김석규 지에스자산운용 대표는 '윤리와 지식, 장기적 관점'을 세 가지 중요한 덕목으로 꼽았다. 박천웅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대표는 지난 5일 광운전자공고에서 '경제환경 변화와 금융리더의 인재상'에 대해 설명하고 협업을 위한 팀플레이어, 변화를 주도하기 위한 도전정신, 열정적 에너지, 의사결정이 가능한 결단력, 아이디어를 실현할 능력 등 5가지 인재요건을 밝혔다.
 
김신 SK증권 대표는 지난 9일 경기 군서고에서 '시간'과 '돈'의 중요함을 역설하고 끼와 꿈, 깡, 끝(마무리)이 성공의 거름이 된다는 내용의 강의를 펼쳤다.
 
신인석 자본시장연구원 원장은 16일 저동고 강의에서 "성공을 위해서는 현재에 충실하라.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사람의 경제적 본능(이기심)을 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투자업계가 처한 현실을 고교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전달하는 자리도 있었다.
 
최만연 블랙록자산운용 대표는 지난 2일 수명고에서 "가장 힘들 때가 곧 기회"라며 "지금 가장 어려운 금융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나중에 큰 결실을 볼 것"으로 내다봤다.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금융위기 이후 투자에 부정적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금융투자업계 전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만연해졌다"는 점을 꼬집고 "나라 발전을 위해서는 금융업과 제조업이 상생해야 한다. 금융업에서의 젊은 역량 발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진심어린 긍정적 조언을 꺼낸 CEO도 있었다.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은 '스트레스를 즐겨라, 휴식할 줄 알아야 한다. 포기하지 말아라'는 등의 '삶의 살아가는 조언' 6가지를 제시했다. 사회생활에 불가피한 스트레스는 잘 관리하면 즐길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이다.
 
양호철 모건스탠리증권 대표도 19일 신목고 강연을 통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개인 성격유형에 맞는 직업탐색을 참고해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김용원 한국토지신탁 사장도 영동고 강연에서 "'을'의 자세의 풍성한 인생, 베푸는 인생이 곧 행복한 인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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