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국제전문기자가 분석하고 전망한 글로벌 뉴스입니다. 한 주 동안의 핵심 글로벌 이슈를 총 정리해 보여드립니다.>
국제 유가 하락에 울고 웃는 한 주가 이어졌다. 미국이 유가 하락에 따른 소비증가 기대감으로 쾌재를 부르는 동안 러시아나 베네수엘라 같은 산유국은 줄어든 수익에 몸서리를 쳤다. 그럼에도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원유 공급가를 인하하며 유가 하락세를 자극했다. 일본은 소비세 인상 조치를 뒤로 미루다 무디스로부터 신용등급 강등이란 된서리를 맞았고 홍콩은 민주화 시위에 이어 경기침체 위기에 직면했다.
■미국
▶국제 유가, 40% 하락.."40달러까지 떨어질 수도"
국제 유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이후 지금까지 40%나 하락한 유가는 4일에도 또 한 번 하락 폭을 키웠다. 이날 서부텍사스산(WTI) 1월물 가격은 전일보다 0.9% 하락한 배럴당 66.81달러를 기록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아시아 원유 공급 가격을 낮춰주겠다고 밝힌 탓이다. 유가 폭락으로 인한 손해를 감내하겠다는 뜻이다. 사우디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부의 반대에도 이런 행동을 보이는 이유는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함이다. 미국이 셰일오일 붐을 타고 석유 시장의 강자로 등장하자, 사우디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현재 미국의 원유 생산은 하루 900만배럴로 올라서 수십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공급 증가로 유가 하락세가 이어지자 정유사들은 수익감소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반면, 연료비 절감 효과를 본 항공사는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전문가들의 유가 전망은 엇갈린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유가 전망치를 70~75달러 수준으로 잡았고 사우디는 유가가 60달러 선에서 안정을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 분석가들은 40달러 선까지 곤두박질칠 것으로 전망했다.
▶美, 고질병 극복..민간 고용 '확장세'
미국 경제가 거침없이 성장하고 있다. 성장에 발목을 잡던 고용시장까지 회복세로 접어든 것이다. 3일에 발표된 연방준비제도(Fed)의 베이지북을 보면 미국 기업들은 전방위적으로 고용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공인회계사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25%에 해당하는 기업이 채용을 늘릴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13%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런 확장세를 감안한 800개 기업 경영진은 미국 경제가 계속 성장하리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국제 유가도 미국 경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70%가 소비에서 발생하는 미국에게 유가 하락은 엄청난 호재다. 유가 하락세로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늘어나면 민간지출이 늘어난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유가가 이 수준으로 1년간 이어지면 미국이 1520억달러의 이득을 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미국 GDP의 0.92%에 달하는 액수다. 저유가는 글로벌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유가가 10% 하락할 때마다 세계 경제 성장률이 0.2%씩 오르리라고 분석했다.
■유럽
▶ 인색해진 드라기 "부양 효과 기다려야"
유럽중앙은행(ECB)의 바주카포는 없었다. ECB는 지난 4일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수준인 0.05%로 동결했다. 기대를 모았던 국채매입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바다. 문제는 마리오 드라기가 이전과 달리 아무런 '립서비스'도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드라기는 국채매입 시점이나 규모뿐 아니라 여타 추가 부양책에 관한 언급을 일절 하지 않았다. 드라기가 이처럼 과묵해진 이유는 기존의 부양책이 효과를 거두는지 지켜보기 위함이다. 실제로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내년 초쯤 부양책을 재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 하락이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려는 의도도 숨어있다. 유가 하락이 장기화되면 소비심리가 회복되면서 경제가 살아난다. 재정 위기에 직면한 그리스와 스페인, 포르투갈도 저유가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이에 따라 국채매입 시점이 뒤로 밀릴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내년 1월에 바로 도입될 것이란 주장도 적지 않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내년 2월, 3월을 국채매입 시기로 본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사진=로이터통신)
▶러시아, 리세션 가시화..아시아, 변수로 남아
러시아 경기침체(리세션)가 가시화됐다. 러시아 경제부는 내년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마이너스(-) 0.8%로 수정했다. 종전에 제시했던 1.2%에서 대폭 하락한 수치다. 서방의 연이은 제재와 유가 하락으로 수익이 감소하자 전망치를 대폭 수정한 것이다. 에너지 수출은 러시아 재정수입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다. 그런데 유가가 6월 대비 40%나 급락하자 러시아 정부는 예산 부족에 직면했다. 서방 제재에 묶여 있는 러시아 은행들은 돈이 필요해도 꿀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기존의 강경노선을 이어갈 방침이다. 푸틴의 이런 자신감은 아시아 시장과의 공조에 근거한다. 푸틴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으로 대량의 에너지를 수출할 심산이다. 그의 계획은 맞아떨어지고 있다. 동시베리아와-태평양 송유관을 통과하는 러시아산 가스가 늘어나는 추세다. 러시아 정부는 오는 2018년이 되면 이 관을 통해 일 년에 8000만톤의 가스가 유입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는 올해 예상치인 5000만톤을 훌쩍 웃도는 규모다.
▶시에라리온, 에볼라 늪에서 못 벗어나
시에라리온이 에볼라 바이러스의 마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라이베리아나 기니가 안정세로 진입한 것과 대조된다. 4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 21일간 시에라리온에서만 1455명의 감염자가 발생했다. 기니와 라이베리아는 각각 306명, 278명에 그쳤다. 이처럼 에볼라가 누그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500만명에 달하는 시에라리온 아이들은 학교에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시에라리온 주재 유엔 의료원 원장인 카르그보 박사는 에볼라 양성 판정을 받아 군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시에라리온에만 유독 감염자가 많은 이유는 부족한 병원시설과 인프라, 미흡한 예방 활동 탓이다. 감염자 격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다. 반대로 다른 지역에서는 희소식이 들려왔다. WHO는 지난 2일 스페인에서 에볼라 발병이 종료됐다고 공식 선언했다. 지난 3일 독일에서는 에볼라에 감염됐던 한 의사가 치료를 마치고 퇴원했다. 한편, WHO는 지난 28일 기준으로 에볼라 사망자가 6002명에 이르렀다고 보고했다.
■아시아
▶무디스, 일본 국가신용등급 '강등'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Aa3'에서 'A1'로 한 단계 낮췄다. 일본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된 것은 지난 2011년 8월24일 이후 처음이다. 무디스는 일본 정부가 부채 감축 목표를 이행할지 불투명하다고 보고 있다. 일본의 국가부채는 이미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24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런 와중에 아베 정부가 2차 소비세 인상 시점을 뒤로 연기했으니, 무디스가 나설만도 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 입장에선 부채 부담을 지고서라도 성장률을 재고할 필요가 있었다. 일본은 지난 3분기 연율로 -1.6%의 성장률을 기록해 2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아베노믹스'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그나마 아베노믹스의 세번째 화살인 '구조개혁'에 희망을 거는 이들도 있으나,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구조개혁에 따르는 기업의 의지가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구조개혁 의지 부족으로 기업의 생산성이 개선될 여지는 점점 사라지고 있는데, 생산 인구는 줄어들고 있다. 퓨리서치 센터는 오는 2050년이 되면 일본의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552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2010년의 8120만명에서 대폭 줄어든 규모다.
▶홍콩 경제 리세션 코 앞
홍콩이 경기침체 목전에 와 있다. 지난 3분기 홍콩의 경제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1%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 3분기의 마이너스(-)0.4%를 웃도는 수치다. 그 상승 폭이 미비해 언제든 경기침체(리세션)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한 국가가 2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면 리세션에 빠졌다고 규정한다. 성장률 수치상으로는 아니지만, 홍콩이 사실상 리세션에 빠졌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2일 앤디 시에 모건스탠리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홍콩 경제가 리세션 국면의 한가운데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홍콩 경제 문제를 불러일으킨 요인은 소비부진과 부동산 경기 침체를 꼽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 10월 홍콩 소매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4% 늘어나 직전월의 4.8% 증가에 미치지 못했다. 부동산 경기도 어둡다. 학자들은 내년 홍콩의 주택값이 적어도 5%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바클레이즈의 포 루이 전문가는 집값이 30%나 곤두박질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마잉주 대만 총통 사퇴..중국 정부 '바싹 긴장'
마잉주 대만 총통이 사퇴했다. 지난 2일 마 총통은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책임을 지고 주석직 자리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마 총통이 이끄는 국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타이베이와 타이중시 등 직할시 6곳 중 5곳을 야권에 내주는 수모를 당했다. 이 여파로 장이화 총리를 비롯한 내각 각료 81명도 총사퇴 결정을 내렸다. 중국 정부는 마 총통의 사퇴로 바짝 긴장한 눈치다. 친 중 성향이던 마 총통이 사라져 대만과의 관계가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중국과 대만이 분단 이후 65년 만에 장관급 회담을 열면서 제기됐던 양안 정상회담도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민진당은 독립 노선을 추구하고 있어 중국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가 "양안관계의 발전은 지속해야 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정상회담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이런 가운데 대만이 친중국 정책을 종료하고 독자적인 행보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마잉주 대만 총통(오른쪽)이 같은 당 의원들과 기자회견 장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중국, 제조업 부진..추가 부양 불러오나
중국 경제가 겨울잠을 자고 있다. 1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확정치가 50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는 6개월 만에 최저치다. 중소기업 세금 감면 등과 같은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내수가 충분히 살아나지 못한 면도 있다. 각종 소비 진작책에도 가계들은 지갑 열기를 주저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 성장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고정자산 투자는 지난 1월~11월 동안 전년 대비로 고작 15.9% 느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 13년 만에 최저치다. 이로써 중국 정부가 추가 부양책을 시행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졌다. 인민 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조치가 단행된 지 보름도 지나지 않아 추가 부양 요구가 급증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대로 경제 위기감이 지속되면 조만간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이 또 한 번 하향 조정되리라 점치고 있다. 다만, 서비스업 확장세는 긍정적이다. 지난 11월 중국 서비스업 PMI는 53.0으로 예상치인 52.5를 넘어섰다. 이는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를 내수 위주로 바꾸려는 중국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다.
윤석진 국제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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