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스타트업리포트)38. 박재욱 VCNC 대표 "결혼까지 이어주는 커플 메신저"
2014-12-03 18:34:14 2014-12-03 18:34:14
 
[뉴스토마토 최준호기자] 커플 전용 메신저 ‘비트윈’은 지난 2011년 많은 서비스들이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따라서 ‘개방’과 ‘공유’를 외칠 때, 사생활을 보호해주는 프라이빗 소셜네트워크(SNS)라는 역발상으로 탄생한 서비스다.
 
비트윈의 개발사인 VCNC는 ‘커플’이 카카오톡 외 다른 메신저를 사용하는 현상에 주목했다.
 
 높은 수준으로 둘 만의 사랑의 공간을 보호해주고, 예쁘게 키워갈 수 있는 커플 전용 메신저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반면 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사 삼성전자가 제공하는 챗온(chatOn)이나 이동통신 3사가 야심차게 공동으로 조인(joyn) 등 다른 후발 주자들은 카카오톡과 크게 다르지 않은 기능을 제공해, 사용자들이 굳이 옮겨 가야할 필요성을 어필하지 못했다.
 
또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네이버 ‘라인’도 한국에서는 카카오톡의 선점 효과를 넘지 못하며 고전하고 있다.
 
이들과 달리 카카오톡이 챙기지 못하는 부분을 멋지게 공략해낸 ‘비트윈’은 서비스 3년 만에 미국의 500스타트업 등 해외 유수의 밴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지난 3년간 성실히 성장해온 ‘비트윈’은 내년에는 커플들의 사랑을 키워갈 수 있는 여러 서비스를 도입하는 플랫폼 사업자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자체적으로는 웨딩 사업을 시도하면서, 여러 협력업체(서드파티)의 서비스를 비트윈 내에 도입할 계획이다.
 
또 VCNC는 국내에서는 플랫폼 사업에 힘쓰는 한편 비트윈의 해외 시장 진출도 서둘고 있다.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박재욱 VCNC 대표를 만나 비트윈의 지난 3년을 돌아보고, 향후 계획을 물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사업아이템은 철저히 데이터 기반으로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커플들을 위한 프라이빗 소셜미디어인 vcnc의 대표 박재욱이라고 합니다.
 
-요즘 가장 힘쓰시는 일은 어떤 건가요?
 
▲지금도 비트윈의 이용자를 모으고, 서비스의 가치를 전달하는 데 가장 힘쓰고 있습니다. 아직 비트윈은 성장 스테이지 한 가운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을 비롯해 글로벌 시장에서 사용자를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사용자들이 오랫동안 머무르게 하는 데 가장 많은 노력을 쏟고 있습니다.
 
-어려운 창업의 길로 뛰어든 이유가 궁금합니다.
 
▲회사명인 VCNC(Value Creators & Company)에도 나타나 있지만, 세상을 위한 가치를 창조하고 내가 만드는 서비스가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좋은 방향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창업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굳이 창업이 아니더라도 세상에 도움이 되는 좋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지 않나요?
 
▲대학 4학년 때 처음으로 창업을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여러 대학 동아리 선배들을 보면서 ‘아 창업으로 꿈을 찾는 방법도 있구나’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후 인포뱅크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병역을 해결하면서, 회사 초창기 멤버들과 주말에 모여 창업 스터디를 시작했죠.
 
◇박재욱 비트윈 대표(사진=VCNC)
  
-인포뱅크에서 초창기 카카오톡의 경쟁 서비스였던 '엠앤톡'을 만들었다고 들었습니다.
 
▲엠앤톡은 국내 최초의 모바일 메신저였습니다. 이후 카카오톡이 탄생하고 6개월 정도 시장에서 1등 경쟁을 했지만, 카카오톡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시장 주도권이 넘어갔죠. 하지만 이 당시의 경험이 비트윈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창업 초기 이야기를 좀 들려주세요.
 
▲2010년 12월 24일로 기억이 나는데요. 남들이 크리스마스를 즐길 때 저희는 일할 공간을 구하러 다녔고, 허름한 오피스텔 하나를 발견해 일을 시작했죠. 그리고 다음해 3월쯤에 첫 서비스가 나왔습니다.
 
-처음부터 커플메신저가 사업아이템은 아니었죠?
 
▲네. 첫 서비스는 한국에서 태블릿PC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오판해서, 태블릿에서 여러 언론사의 기사를 모아 볼수 있는 ‘뉴스 갤러리’라는 서비스를 시작했죠.
 
하지만 PC웹에서 포털에 기사 유통 통로를 뺏겨본 경험이 있었던 언론사들에게 뉴스를 공급받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보니, 작은 스타트업이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에 서비스를 접기로 했습니다.
 
-그럼 그 이후에 엠앤톡을 만든 경험을 살려 비트윈을 만든 것인가요?
 
▲아니요. 이후에도 태블릿PC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다른 서비스를 만들었어요(웃움)
 
아동을 위한 이북(E-BOOK)을 만들었는데, 돈이 전혀 안 됐습니다. 태블릿PC 시장이 커지기 까지 버티다가는 말라 죽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스마트폰으로 돌아가기로 했죠. 2011년 6월에 비트윈을 개발하기 시작해 그 해 11월 서비스를 처음으로 선보였습니다.
  
◇VCNC로고 할로윈 버전(사진=VCNC)
 
-두 가지 아이템을 창업 후 6개월 만에 포기한 셈입니다. 아이템에 대한 포기가 굉장히 빨랐네요?
 
▲서비스 초기부터 데이터를 매우 중요하게 봤습니다. 데이터는 거짓말을 안 하기 때문이죠. 먼저 시작했던 아이템은 고객유지(Retention, 리테션) 데이터가 매우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과감히 포기했습니다.
 
◇두번의 실패를 딛고 탄생한 커플메신저 비트윈
 
-그럼 비트윈이라는 서비스는 어떻게 탄생하게 된 것인가요?
 
▲저희 팀의 멘토이신 이재웅 다음 창업자께서 “좋은 팀인데 서비스에 철학이 없어서 계속 실패하는 것 같다. 어떤 비전으로 사업을 해나가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충고해 주셨습니다.
 
결국 구성원 전체가 왜 사업을 시작했고, 어떤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를 처음부터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사회적으로 어떤 문제점이 보이던가요?
 
▲당시에는 많은 기업들이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영향으로 모두 개방적인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찍어내고 있었습니다.
 
이러다 보면 분명히 프라이버시 문제가 생길 것이고,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서비스도 분명히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엠앤톡을 만들어 봤던 경험상 사람들이 모바일 메신저에 머무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는 것도 확신했죠.
 
프라이버시가 강조된 모바일 메신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카카오톡’이 워낙 빠르게 성장하고 있을 시기라, 모바일 메신저 분야에 뛰어 들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모바일 상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오프라인 관계성을 좋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이재웅 멘토께서 저희에게 지적한 철학과 비전이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자 마음을 먹은 것이죠.
 
또 당시 많은 커플들이 카카오톡 외에 마이피플 등 다른 모바일 메신저를 많이 쓰더라구요. 분명히 시장의 니즈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심정은 어땠나요?
 
▲세 번째 도전이다보니 ‘비트윈’의 성공에 생사가 걸린 상황이었어요.
 
정말 절박하게,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서비스를 준비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창업 이후 1년 동안 딱 3일만 쉬었던 것 같아요. 속된 말로 뽕 맞은 것처럼 일했습니다(웃음). 그리고 창업 2년차에도 1년 동안 10일 이상 쉬지 않았죠.
 
◇비트윈(사진=VCNC)
 
-얼마나 절박한 심정이었을지 상상이 됩니다. 그런데 비트윈에 대한 반응은 이전 두 서비스와는 어떻게 달랐나요?
 
▲주변에 50커플을 섭외해서 알파테스트를 해봤는데, 매우 높은 리텐션율 나왔어요. 이후 3개월간 여러 기능 등을 보강해가며 데이터를 읽어봤는데, ‘비트윈’은 된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초반에 어떻게 인기를 끌었나요?
 
▲마케팅 비용이 없어서 여성분들이 많이 모이는 채널에 바이럴 마케팅을 많이 했어요. 달리 표현하면 ‘노가다’를 한 것이죠. 여성분들이 ‘내 남자는 비트윈을 쓰는 다정한 사람’이라는 자랑(?)을 해주시면서 사용자가 크게 늘어 났습니다.
 
- 커플들간에 달달한 사랑을 나누는 서비스 치고는 초기 서비스 시작이 매우 ‘계산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네 철저하게 시장이 원하는 아이템을 찾았고, 데이터 분석 등 논리적으로 접근했습니다.
  
-비트윈 출시 이후 여러 밴처캐피털(VC)로부터 투자를 받으셨죠?
 
▲네, 소프트뱅크벤처스, KTB네트워크, 캡스톤 파트너스, 스톤브릿지 등으로부터 40억원을 투자 받았고, 올해에 일본의 디엔에이, 글로벌브레인, 미국의 500스타트업 등으로부터 추가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다만 올해 투자 유치 부분은 계약상 금액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여러 번 투자를 받으셨다 보니 경영권에 대한 의문이 듭니다. 아직까지 지분 50%이상을 보유하고 계신가요?
 
▲경영권은 매우 탄탄합니다. 다만 지분율은 아직 외부에는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모바일 속 커플만의 비밀공간 ‘비트윈
 
-커플들만 나눌 수 있는 모바일 메신저 비트윈은 어떻게 쓰면 되나요?
 
▲커플들이 서로 앱을 내려 받아 가입하면, 둘만을 위한 공간인 비트윈에 생깁니다.
 
-혹시 여러 명이 쓸 수 있는 커뮤니티도 지원하나요? 또 동성간 가입도 가능하나요?
 
▲1:1 커플만 지원하고, 동성 간에도 가입할 수 있습니다. 동남아 지역에서는 동성 가입이 꽤 많습니다.
 
-비트윈의 서비스는 어떻게 구성돼 있나요.
 
▲우선, 카카오톡, 라인과 같은 채팅서비스가 있습니다. 커플들의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여러 스티커를 제공하고 있죠. 또 사진을 공유하게 되면 둘만의 사진첩도 만들 수 있어, 연애의 히스토리를 기록하는 역할도 합니다.
 
커플간 메모를 남길 수 있는 기능도 있는데요. 사용 패턴을 보면 커플 간에 다툼 이후에 장문에 글로 화해를 청할 때 많이 사용됩니다(웃음)
 
여기에 캘린더로 데이트 일정을 잡거나 기념일도 챙겨볼 수 있고, 멀리 떨어져 있는 커플들을 위해 서로 도시를 입력하면 상대방 도시에 날씨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비트윈이 제공하는 캘린더와 사진서비스(사진=VCNC)
 
- 요즘 개인정보가 매우 민감하잖아요. 헤어지면 데이터는 어떻게 정리되죠?
 
▲오프라인 관계와 똑같이 한 쪽이 이별이 통보하면 둘 만의 프라이빗 공간이 사라집니다. 이후 30일 내에 재결합하지 않으면 데이터가 영구히 삭제됩니다.
 
-커플들이 왜 ‘비트윈’을 쓸까요?
 
▲저희도 궁금해서 지난 버전 업데이트 때 전 세계 이용자 대상 설문조사를 했는데 약 4만명 정도가 설문에 답해주셨어요.
 
기본적으로 둘만의 공간 감성적인 느낌. 둘만의 공간이라서 들어왔는데, 서비스가 매우 안정적이고 기능도 훌륭해 계속해서 사용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비트윈이 다른 메신저 서비스와의 다른점은?
 
▲우선 철저하게 1:1 대화이기 때문에 다른 메신저의 특징인 네트워크 효과(상품의 수요가 많아질수록, 사용자가 계속 늘어 나는 현상)이 없었어요. 그만큼 성장시키기 힘들어서 초반에 정말 힘들었습니다.
 
이 과정이 정말 힘들기 때문에 카피캣이 잘 등장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합니다.
 
-현재 사용자수와 MAU, 월 매출, 회원수 확장 속도(국내, 해외 모두) 등 공개 가능한 숫자를 알 수 있을까요?
 
▲지난 2012년 11월 서비스 시작 1년 차에는 2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올해 11월에는 전 세계 다운로드 기준으로 980만을 기록했습니다. 이제 곧 1000만 돌파를 앞두고 있네요. 그리고 저희 서비스의 특성상 다운로드 대비 실제 사용률이 매우 높습니다.
 
이중 한국이 약 50%를 차지하고 있고, 일본이17%, 대만 등 중화권이 16%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국 시장에서 비트윈의 점유율을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요?
 
▲20대 초반부터 30대 중반까지 인구분포를 보면 250만~300만 커플이 연애중이라고 추정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중에서 40% 가량은 저희 서비스를 접해 봤을 것입니다.
 
▲서비스를 막 시작했던 2012년 대비 2014년에는 해외 가입자 비율이 크게 상승했다(사진=비트윈)
 
-생각보다 글로벌 수치가 높은 점이 눈에 띕니다.
 
▲언어번역은 미리 완료해 전 세계 마켓에 올려 놨습니다. 이후 자연 유입률을 보고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가장 반응이 좋아 한국 다음 시장으로 보고 있고, 올해는 대만에서도 좋은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각 나라별 이용특징이 있나요?
 
▲한국은 평균 나이가 24~25세로 20대가 가장 많습니다. 대신 10대가 10%도 안 될 정도로 작아요. 반면 일본 경우는 조금 어려 평균 나이가 21세로 10대 가입자가 많아요. 
 
-수익모델로 택하고 있는 서비스는 어떤 것이 있나요.
 
▲우선 광고가 제일 큰 수익원으로 5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벤트 상자라는 공간에서 1주일에 2000만원에 커플을 위한 서비스를 유치하고 있습니다. 또 아티스트와 수익을 배분하는 스티커가 있고, 국내에서는 선물을 파는 기프트샵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출 수준은 어느 정도 인가요. 올해는 흑자를 날까요?
 
▲아직 매출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외부에 저희가 아주 많은 돈을 벌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용자 경험이 매우 중요한 서비스라 수익화를 매우 조심히 시도하고 있습니다. 앱 내에 아직 팝업 광고도 없고, 이벤트 박스도 단 하나의 광고만 노출하고 있어요.
 
아직은 벌어들이는 돈보다 사용하는 돈이 더 많습니다.
 
-서버 비용이 매우 많이 소요될 것 같은데요.
 
▲동시 접속자도 많고, 하루 트랙픽 처리량도 아주 많습니다. 아직 한 달에 몇 천만원 수준의 상당히 많은 비용이 지출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구글이 가격을 많이 낮춰서, 저희가 쓰는 아마존도 서비스 가격이 하향된 점은 매우 고마운 부분입니다(웃음)
 
◇다운로드 숫자에 비례해 메시지 전송량도 비슷한 비율로 성장하고 있다.(사진=비트윈)
 
◇모바일 연애 플랫폼을 꿈꾸는 ‘비트윈’
 
-내년부터는 비트윈이 모바일 메신저 기반의 본격적인 플랫폼 사업을 시작한다고 들었습니다.
 
▲기존 커플 시장에서 모바일로 데려올 수 있는 분야를 모두 비트윈으로 끌고 오는 것이 목표입니다. 연애시장은 모든 버티컬 영역 중에 가장 큰 분야인 것 같아요. 결혼, 웨딩, 데이트코스, 맛집, 여행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적용할 수 있죠.
 
다음카카오가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전자 상거래나 송금 서비스를 한다면, 저희는 커플이 원하는 사업 중 카카오톡이 못하는 것을 할 생각입니다.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자체 서비스와 서드파티 제휴 서비스를 동시에 진행할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 결혼을 준비하는 웨딩 사업은 저희가 직접 챙겨나갈 생각이지만, 나머지는 서드파티를 찾고 있습니다. 저희가 모든 분야를 다 관리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 합니다.
 
궁극적으로 다양한 사업자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비트윈 사업 철학이 담긴 포스터가 사무실 여기 저기 붙어있었다(사진=VCNC)
 
-결혼 서비스는 어떻게 구상하고 계신가요?
 
▲아직은 기획 단계라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굳이 예를 들어보면 이용자들이 비트윈에 언제 결혼하는지 입력하면 남은 기간 별로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결혼식이 180일 남았을 때 체크할 내용, 한 달 전에 챙겨야 하는 요소 등 비트윈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에는 1년에 32만쌍이 결혼을 하는데, 이중 5만~10만 정도가 비트윈 유저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이용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서비스를 업데이트할 계획으로, 적어도 1년 이상 오랜 기간 서비스를 만들어갈 예정입니다. 
 
-결혼 시장에 거품이 많다보니 여러 스타트업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들을 인수 합병해 서비스를 키워갈 생각은 없으신가요? 
 
▲재능인수를 할 수 있다면 매우 좋겠지만, 아직까지는 적극적으로 다른 스타트업을 인수할 역량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카카오와 비교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서드파티는 어떻게 운영할 생각이세요?
 
▲예전 니케이신문 기자와의 인터뷰가 기억납니다. 카카오톡의 애니팡, 플레이스테이션 파이널판타지7 등 킬러 콘텐츠가 사용자를 모을 필요가 있습니다.
 
플랫폼 초반에는 각 콘텐츠가 스타가 돼야 해요. 그래서 서드파티와 함께 일할 때는 한 카테고리에 한 서비스만 유치할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 사진 인화 서비스가 들어오면 한 사업자에게 모든 사업 권한을 줄 생각입니다.
 
◇지난 여름 진행된 VCNC의 워크숍. 아직까지 VCNC는 수익화보다는 사용자 확보에 더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사진=VCNC)
 
-트래픽을 한 서비스에 몰아주는 방식이네요.
 
▲카카오 채팅플러스나 밴드게임 같은 경우가 좋지 않은 사례였다고 생각해요. 지나치게 많은 서비스가 한꺼번에 들어오다보니 사용자가 분산돼 결국 콘텐츠와 플랫폼이 모두 힘을 잃은 케이스였던 것 같습니다.
 
-커플이 할만한 게임은 붙일 생각이 없나요?
 
▲실제로 중국에 있는 저희 카피캣이 게임서비스를 하고 있고, 매우 간단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한 달에 2억원씩 벌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게임은 분명 매력적인 분야지만 아직은 좀 더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결혼한 커플을 위한 색다른 서비스는 없나요?
 
▲서비스를 시작한지 3년째가 되다보니 결혼하는 커플들도 많아 지는 것 같습니다. 결혼 후에는 같이 살다보니 비트윈을 통해 대화를 나누는 빈도가 떨어지더라구요.
 
그런데 아이를 낳고 나면 사진공유가 다시 급속히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부부간 아이 사진을 공유할 공간이 없다 보니 비트윈에 많이 남기는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서비스도 강화할 예정이지만, 우선은 자체적으로 웨딩 시장을 개척하는데 힘쓸 생각입니다.
 
-무리한 수익화를 하면 이용자들이 불편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만약 수익화를 우선으로 생각했다면 앱내 광고가 지금보다 훨씬 많이 붙어있을 것입니다. 두 사람만의 프라이빗한 공간이라는 사용자 경험을 헤치지 않는 것을 무엇보다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또 상품기획 역량이 부족하면 문제가 생기겠지만, 반대로 커플의 취향을 분석해 상대편이 마음에 들만한 상품(선물)을 추천하는 방식을 고도화 한다면 오히려 이용자에게 서비스 이용 만족도를 높여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의 글로벌 메신저 꿈꾸는 ‘비트윈’
 
-커플시장의 크기는 어느 정도라고 보세요?
 
▲한국의 경우 저희 조사로는 커플이 평균 11개월 동안 사귀고, 이 기간 동안 적게는 600만원에서 1200만원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국내 20대에서 30대 중반 커플 수는 약 250만쌍에서 300만쌍으로 추정되고 있죠. 매우 큰 시장입니다.
 
또 일본에는 1200만명 연애를 하면서 우리와 비슷하게 돈을 쓰고, 중국은 사용금액은 작지만 1억1000만명이 연애를 하고 있습니다.
 
이 시장에서 모바일에서 소화할 수 있는 모든 부분을 비트윈에서 구현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VCNC에는 현재 한국, 일본, 싱가폴 등 5개국의 인재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사진=VCNC)
 
-내년 서비스 목표로 정한 수치가 있나요?
 
▲다운로드 숫자 ‘얼마’와 같은 목표는 없습니다만 전체적으로는 ‘T’ 자형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글로벌로는 사용국가와 사용자 수를 늘리는 ‘수평적’ 성장을, 한국에서는 비즈니스 모델을 고도화하는 ‘수직적’ 사업 확장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사례를 거울삼아 해외에서도 국가별로 일정 사용자를 넘으면 자연스럽게 비즈니스 기회가 따라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외 진출 계획과 현황은 어떤가요?
 
▲도쿄(4명), 대만(2명), 싱가폴(2명)에 각각 사무실을 두고 있습니다. 마케팅과 현지화, 사업개발을 진행하고 있죠. 일단 일본과 대만 시장의 전망은 매우 밝게 보고 있고, 동남아 시장은 성장속도는 빠르지만 아직은 전체적으로 시장이 준비가 덜 된 것 같습니다.
 
-기술적으로 고도화하는 과제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은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 채팅을 하면 조금 반응이 느립니다. 이 같은 부분을 빨리 개선해 나갈 계획입니다.
 
-더 큰 서비스를 만들어 가기 위해 협업할 수 있는 대상은 어디라고 생각하시나요?
 
▲커플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회사들이 협업 대상입니다. 또 모든 산업에 연애나 데이팅 관련 광고나 마케팅을 진행하면 모양이 예뻐집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 공유 서비스가 주말 연인과의 데이트를 위해 차를 대여해준다고 하면, 훈훈한 광고가 되죠. 많은 산업군이 저희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바일 커플 메신저 분야에서 확실하게 자리잡은 비트윈은 최근 PC버전까지 발을 넓혔다.(사진=VCNC 홈페이지)
 
-반대로 경쟁기업은 어디라고 생각하시나요?
 
▲카카오톡이나 라인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기 때문에 경쟁상대로 보긴 힘들 것 같습니다. 미국 ‘커플’이나 일본 ‘페어리’와 같은 서비스가 글로벌 시장에서의 직접적인 경쟁상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다음카카오가 커플에 특화된 서비스를 낸다면?
 
▲대기업이라고 이런 서비스를 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만약 다음카카오가 아닌 다른 대기업이 비슷한 서비스를 낸다고 해도 욕할 필요는 없겠죠. 경쟁에서 이길 자신이 없다면 서비스를 접어야죠.
 
저희는 충분히 이길 자신이 있습니다.
 
-비트윈을 사용하시는 이용자분들께 남기고 싶은 말씀은?
 
▲저희에게 이용자분들은 언제나 ‘사랑’입니다. 아직은 불완전한 제품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늘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저희가 사용자 분들께 선사할 수 있는 ‘가치’를 주목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전문가들은 VCNC를 어떻게 생각할까?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 대표 : 박재욱 대표는 제가 만나본 스타트업 기업가 중 아주 강렬한 인상을 준 몇 안되는 사람 중 한명입니다. 어떤 방향이더라도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봅니다.
 
커플 메신저 서비스에서 웨딩 시장으로의 확대, 기타 전문 서비스와 연계는 자연스러운 확장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웨딩 시장은 오프라인 연계 활동, 웨딩 플래너라는 또 다른 전문 서비스 등과 다양한 협력 업체의 구축이 필요합니다.
 
VCNC가 가지고 있거나 향후 지속해야 하는 핵심 역량을 너무 넓은 영역으로 확대해야 하는 위험성이 보입니다. 이런 확장은 인력을 더 필요로 하게 되고, 추가된 인력은 또 다른 사업을 확장시키고 하는 오버헤드의 증가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기존 커플 메시징 기반 서비스를 한·중·일·대만에서 더 큰 해외로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냥 아시아권에서 적당한 규모의 기업으로 머무를텐데, 왜 사업 영역을 본질이 아닌 방향으로 확대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Life360 처럼 가족 전체의 안전과 메시징을 중심으로 하는 커플에서 가족으로 확대되는 프라이빗 메시징 시장 등 메시징과 유관된 서비스 시장을 검토하시는 것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커플에서 결혼까지 시간을 중심으로 한다면 많은 검증된 사업자의 생태계 구성(커플이 활용하기 좋은), 마켓플레이스 구축을 고민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협력 업체나 서비스와 연계는 단지 리딩을 통한 일부 수익만 바라다 봐야 하기에 규모의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커플의 소비 수준이 높아지고, 지역이 확대된다면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특히, 금융이나 여행 상품, 하우징 등의 규모가 큰 분야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김지현 카이스트 교수 : 사용자 가치(User value)를 통해 트래픽(Traffic)을 얻는다고 해서 비즈니스적 가치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 트래픽을 수익으로 전환하는 것은 또 다른 넘어야 할 산입니다.
 
그런 면에서 비트윈은 1차적으로 메신저 시장에서 Private 기반의 폐쇄적인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차별화를 통해서 눈에 보이는 이용자 트래픽을 증명해 보였고, 이제 다음 단계로 이 트래픽을 얼마나 비즈니스 가치로 전환할 수 있느냐 하는 숙제를 보여줘야 하는 상황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커플간의 커뮤니케이션을 토대로 트래픽을 얻었다고 해서, 온전히 웨딩, 선물, 여행 등의 연인들간 커머스로 이어질 것이라는 환상은 버려야 한다는 점입니다.
 
카카오톡의 게임은 워낙 범용적인 서비스를 기반으로 역시나 범용적 수익모델로 전환할 수 있었기에 비즈니스 볼륨이 나온 것입니다. 비트윈의 유니크(unique)한 커플간 프라이빗 커뮤니케이션 트래픽을 고스란히 연인들의 커머스 사업으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것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라 생각됩니다.
 
가장 시장 규모가 큰 웨딩으로 방점을 찍고 해당 사업 영역을 독자적으로 하려는 모델은 과한 욕심이자 자칫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악수가 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사업 중계 모델을 고려에 두고 단순 광고, 중계 모델로 시도하면서 카카오톡 게임처럼 어떤 영역이 비트윈과 같은 서비스에서 가장 어울리는 수익모델로 이어질지 테스트하면서 검증을 해보는 것이 더 나은 전략이라 생각됩니다.
 
아울러 그런 영역이 발굴되면 다양한 사업자들의 참여를 통해 광고나 수수료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BM)을 추구하는 것이 향후 비트윈의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배달앱, 우버, 직방 등과 같은 명확한 수익모델 기반으로 시작하지 않은 이용자 트래픽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라면 보다 다양하고 많은 사업자들의 참여를 유발시키는 중계형 모델로 비즈니스 구조를 잡는 것이 더 효율적인 사업 전략이라 생각됩니다.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 : 비트윈은 이미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는 회사라 다른 초기 스타트업들과는 다른 숙제를 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미 수백만의 사용자들이 즐겁게 활용하고 있기에, 향후 커플 메신저 시장을 넘어서 어떤 상위 레벨의 사업 영역으로 확장해나갈 것인가가 핵심이 될텐데 그 연결점을 결혼 시장으로 잡은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훌륭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결혼 시장은 규모가 매우 크고 비효율성이 산재하고 있어 혁신의 여지가 매우 큰 시장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생에 1,2번 밖에 겪지 않는 이벤트라는 점이 인지도나 사람들의 인식 속에 끼어들 기회 자체가 몇 차례 없다는 점이 큰 어려움인데요. 이를 커플 시절부터 향후 결혼에 대한 리드를 확보해나간다는 점은 매우 인상적인 것 같습니다.
 
다만 결혼정보회사인 A사에서도 연관 시장인 결혼 시장으로 신사업을 진행했었는데, 논리적으로는 충분히 가능성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얻지 못해 잘 진행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사례를 잘 살펴본다면 많은 배움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 대표 주요 약력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미디어서비스 사업팀 인터넷그룹장(1994년-1999년)
-오피니티 에이피 대표이사(2005년~2008년)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2009년~2011년)
-소셜컴퓨팅연구소 대표(2011년~)
 
◇김지현 카이스트 교수 주요 약력
 
-다음커뮤니케이션 입사(2005년)
-다음커뮤니케이션 전략이사 겸 모바일 그룹장(2011년)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겸직교수(2011년~)
-SK플래닛 커머스 사업개발실 실장(2013년~)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 주요 약력
 
-포항공과대학교 산업공학과 졸업(2009년)
-스톤브릿지캐피탈 수석 심사역(2011년)
-KBS 황금의펜타곤 심사위원(2013년)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2012년~)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