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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시산맥사는 17일 권순자 시인의 신작 시집 <순례자>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이번 시집의 표제시 <순례자>는 '부정의 시간을 긍정의 시간으로 바꾸어 놓았다'는 평을 받았다. 이기와 시인은 10편으로 구성된 권 시인의 시 <초원의 노래>에 대해 "식물성에 가까운 그녀의 사유에서 비롯한 순환과 회귀의 시편"이라고 설명했다.
크게 4부로 구성된 시집은 ▲도봉산 단풍 ▲가을, 찬란을 먹다 ▲영원한 적수 ▲의심의 전도사 ▲적막한 사랑 ▲사리 또는 소멸 ▲벚꽃 ▲아름다운 물고기 등을 주제로 한 시편을 수록했다.
박지현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권 시인의 시 세계는 무한한 상상력의 집합소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특히 시인의 감성어린 정조와 시 정신의 건강성이 유무형의 시어에 자유롭게 투사돼 개성적인 시 세계를 확장하고 있다"고 평했다.
권 시인은 지난 1986년 <포항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지난 2003년 <심상>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우목횟집>, <검은 늪>, <낭만적인 악수>, <붉은 꽃에 대한 명상> 등이 있다.
다음은 권 시인의 시 <순례자> 전문이다.
<순례자>
저녁이 되면 낯선 마을 처마 밑을 맴돌지요
달빛이 휘영청 길을 열어주지만
길도 추워서 바람이 머물지 않지요
한 몸 뉠 곳 없는 고양이
주뼛주뼛 처마 밑을 서성거리지요
흙에 묻힌 역사는 다시 살아 되풀이 되는데
창백한 꽃들이 달빛에 파랗게 질려 떨고 있는데
어둠이 왜 자꾸 짙어만 가는지
꽃들의 잔기침 소리, 목울대를 흔드는 소리 어느 새
길고 가늘게 뻗어 밤안개로 피고 있어요
안개끼리 기침하고 있어요
뿌연 고통의 뿌리들이 사방에 퍼지고 있어요
제 가슴 두드리는 넝쿨손, 허우적허우적
반짝이는 푸른빛들이 날카롭게 허공을 조각내는 한밤
앞서간 순례자들이 뼈를 이어
하늘로 다리 놓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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