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글로벌이슈)구로다와 드라기가 좌우한 세계금융
2014-11-11 06:59:34 2014-11-11 06:59:37
<뉴스토마토 국제전문기자가 분석하고 전망한 글로벌 뉴스입니다. 한 주 동안의 핵심 글로벌 이슈를 총 정리해 보여드립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의 발언에 엔저 바람이 불더니,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입을 열자 글로벌 증시가 오르기 시작했다. 이들의 경기부양 의지에 시장이 열렬하게 화답한 것이다. 미 정국을 공화당이 주도하게 됐다는 소식 또한 호재로 작용했다. 다만, 달러 강세와 사우디 원유 공급가 하향 소식에 유가는 힘을 잃고 곤두박질쳤다. 유가 하락세로 가격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증폭됐다.
 
미국
 
▶국제유가 끝도없는 추락
 
국제유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올 한 해 동안 약 21%나 내려앉았다. 유가 하락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얽혀있다. 먼저 달러 강세를 들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부양책에 박차를 가하고 일본은행(BOJ)이 대규모 완화책을 공개한 것이 달러 강세를 이끌고 있다. 6일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ICE달러 인덱스는 88.01로 치솟아 지난 2010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 강세와 함께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보고서도 유가의 발목을 잡았다. OPEC은 2016년 하루 기준 석유 수요 전망치를 종전보다 30만배럴 하향 조정했다. 미국 셰일오일 붐으로 원유 재고가 늘어나는 추세라 그 충격은 배가 됐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에 공급하는 원유 단가를 떨어뜨리겠다고 밝힌 것 또한 유가 하락의 배경이다. 사우디가 유가를 내린 이유는 셰일붐으로 하락한 시장 점유율을 되찾기 위함이다. 저렴한 원유를 앞세워 미국 내 에너지 기업들의 수익을 갉아먹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미국 오일 메이저들은 셰일오일 생산량을 줄이지 않고 버티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70달러 밑으로 내려가기 전까지 생산이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유 시장 분위기가 악화되자 압달라 살렘 엘-바드리 OPEC 사무총장은 "유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내년에는 가격이 회복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6월~11월7일까지 WTI 추이 (자료=인베스팅닷컴)
 
▶신고가 퍼레이드 펼친 美 증시
 
뉴욕 주요 증시가 신고가 퍼레이드를 벌였다. 6일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최고점을 찍은지 하루 만에 또 한번 최고가를 경신했다. 뉴욕 증시에 힘을 실어주는 소식이 잇따라 나온 덕분이다. 최근에는 유럽에서 훈풍이 불어왔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추가 부양책을 시사한 것이다. 이번 추가 부양 발언은 그 전과 달랐다. 드라기는 기자회견을 통해 자기 뿐아니라 다른 모든 ECB 위원이 만장일치로 비전통적인 조치에 합의했다고 언급했다. 또 그는 ECB 대차대조표 확대 목표를 재확인 시켜줬다. 지난 2012년 수준으로 지출 여력을 대폭 늘리겠다는 의도다. 또 주가 상승을 견인한 것은 미국 기업 실적이었다. 미국의 3분기 어닝시즌이 막바지로 접어든 가운데 지금까지 나온 기업 실적은 대체로 호전됐다. S&P500 소속 기업 중 436개가 발표한 순이익은 전년 대비 7.9% 증가해 시장 예상치인 4.5%를 능가했다. 또 한가지 호재는 공화당의 중간선거 압승 소식이다. 친기업 성향의 공화당이 상·하원을 주도하게 되자 월가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공화당 승리를 떠나서, 전통적으로 중간선거가 끝나면 정치권의 불확실성이 사라지기에 주가가 오르는 면도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 실적이 지금같은 분위기로 나와주면 당분간 미국 증시는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화당 승리..오바마와 한판 승부 예상
 
미국 중간선거 결과 공화당이 미 상원 다수석을 차지하면서 정국을 주도할 기회를 얻었다. 8년 만에 여소야대 구도를 만들어낸 것이다. 민주당 집권 아래 소득 불평등과 경제 불안이 커져 반사이득을 챙겼다는 분석이다. 이제 공화당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남은 임기 2년 동안 원했던 정책을 착착 시행할 수 있게 됐다. 공화당과 오바마가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보이는 부분은 이민법, 법인세, 에너지, 통상무역 등이다. 공화당은 다수당 지휘를 이용해 법인세를 인하하고 기업 규제를 철폐하는 등 친기업 정책을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 하던 유럽과 아시아와의 자유무역협정(FTA)도 추진 동력을 얻게될 예정이다. 기업의 눈에 가시처럼 여겨졌던 탄소 배출 규제가 완화되고 오바마의 이민법 개혁안도 덜미를 붙들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오바마도 당하고만 있을것 같지 않다. 공화당은 52석으로 상원의 과반을 차지하긴 했지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이를 막을 권한이 없다. 미국법상 거부권 행사를 뒤집으려면 60석은 넘어야 한다. 이점을 잘 알고 있는 오바마는 6일 "공화당과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전문가들의 전망은 갈린다. 오바마가 과감하게 거부권을 행사해 공화당과 대립할 수 있다는 주장과 적당한 선에서 타협할 것이란 의견 등이 골고루 나왔다. 
 
▶美IS 때리기 신국면
 
미국의 이슬람국가(IS) 공습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알카에다 연계 집단에 처음으로 공습을 개시한 것이다. 6일 미국 주도의 국제동맹군은 시리아 서북부에서 알누스라전선과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인 아흐르알샴을 상대로 3차례나 공습을 단행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처럼 이슬람 무장세력과 IS 때리기를 이어가기 위해 320억달러의 추가 지원금을 의회에 요청할 계획이다. 미국의 공습이 효과를 발휘했는지 시리아 정부군은 IS에게 빼앗겼던 샤에르 가스전을 되찾는데 성공했다. IS의 자금줄 하나가 사라진 셈이다. IS는 그동안 샤에르에서 생산되는 가스와 석유를 팔아 전투 자금을 충당해왔다.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시리아 알레포 지역에서 석유 드럼통이 터져 주변에 있던 민간인 12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단체들은 시리아 정부군이 통폭탄을 사용해 민간인 피해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드라기, 양적완화 암시..시장 안도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가 벌여놓은 말잔치에 동참했다. 6일 드라기 총재는 시장 친화적인 발언으로 시장을 안심시켰다. 이날 유럽 주요 증시는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사실 "행동에 나서겠다, 비전통적 완화책을 하겠다"는 등의 드라기표 립서비스는 한두번 나온게 아니다. 그럼에도 시장이 새삼스럽게 안도한 이유는 그가 모두발언을 통해 대차대조표 1조유로까지 확대하겠다고 못을 박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ECB 정책 위원들이 필요하다면 비전통적인 조치를 추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것도 컸다. 드라기가 말한 대로 시장에 막대한 유동성이 공급되면 유로존 경제가 정상화 될 수 있다. 스트레스테스트 이후 은행권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져 대출이 재개되면 더 빠른 회복세를 보인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안심하기엔 이르다. 각 정부에 산적한 부채 때문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요구한 재정적자 목표치인 3%를 맞추기 위해 프랑스 등 회원국들은 성장 지향의 예산을 구성했음에도 여전히 긴축을 병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EU 집행위는 지난 4일 유로존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2%에서 0.8%로 무려 0.4%포인트나 낮췄다. 유로존 경제가 2008년 금융 위기 이전 상태로 회복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것이 중론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사진=로이터통신)
 
▶우크라이나 사태, 냉전 위기로 썰렁
 
우크라이나에 냉전의 망령이 되살아났다. 친러시아 성향의 동부 주민들이 자신들만의 정부를 세우고 군대까지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람에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 국경 부근에 진을 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이런 불안감은 증폭됐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의 침입에 대비해 남부와 동부 지역에 병력 증강 명령을 내렸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도네츠크와 루한스트에 배정되던 예산도 백지화할 방침이다. 지난 9월5일에 체결된 평화협상이 점점 효력을 상실해가는 모습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평화협정이 지속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유혈사태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포탄 공격에 도네츠크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던 학생 2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을 당했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 4월 이후 지금까지 동부 교전으로 4000여명이 죽고 9300명이 다쳤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4자회담을 열고 사태를 수습하려 하나, 러시아 외무부는 이에 회의적이다. 이처럼 상황이 악화되자 전문가들은 서방과 러시아가 신냉전 문턱까지 와있다고 경고했다.
 
▶에볼라 진정세..시에라리온만 기승
 
에볼라 바이러스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미국, 쿠바 등이 인력과 재정을 쏟아 붙고 있지만, 도움의 손길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특히, 시에라리온에서 에볼라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기니와 라이베리아가 진정국면에 접어든 것과 대조된다. 지난 3주 동안 1828명의 감염자가 발생했는데, 그 중 64%는 시에라리온에서 발생한 환자였다. 시에라리온의 상황이 진전되지 않는 이유는 의료시설과 음식, 생필품이 뒷받침되지 않아서다. 시에라리온에는 단 4곳의 치료센터가 있을 뿐이고 수용인원도 288명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에볼라로 인한 피해가 지속된 탓에 지난달 27일 기준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집계한 결과 에볼라 사망자는 4920명에 육박했다. 토니 밴부리 유엔(UN) 에볼라 대책팀 대표는 각국이 더 많은 지원금을 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그는 당장 45억달러(4조8800억원)의 지원금이 필요하고 만약을 대비해 15억달러를 비축해 놔야 한다고 부르짖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아프리카가 아닌 다른 지역에선 에볼라 해방을 선언하기도 했다. 미국 텍사스주 당국은 추가감염자가 없다며 7일 오후 자정을 기해 에볼라의 영향이 없다고 선언했다.
 
아시아
 
▶바주카포 쏜 구로다..엔저 심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가 추가 금융완화를 시사하자 엔저 현상이 심화됐다. 지난 5일 달러·엔 환율은 7년 만에 처음으로 115엔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달러대비 엔화 가치는 지난 2012년 10월 이후부터 지금까지 약 48%나 하락했다. 골드만삭스는 달러·엔 환율이 오는 2016년 말에 125엔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당국자들은 이번 완화책으로 지출이 늘어나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엔저가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지난 2011년 3월 쓰나미와 지진으로 원전의 대부분을 상실한 일본은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엔저로 에너지 수입가가 올라가면 서민들의 생활고가 커진다. 임금 상승률이 미비한 것도 부담이다. 중소기업 경기도 악화될 수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대형 기업은 엔저로 쾌재를 부르겠지만, 작은 업체들은 그렇지 못하다.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일본 중소기업 80%의 중소기업은 달러·엔 환율이 109엔를 넘지 않기 않기를 원한다. 이런 가운데 시장은 아베 신조 총리가 언제쯤 소비세를 현행 8%에서 10%로 인상할지 주시하고 있다. 올해 말에 시행될 것이란 전망도 있으나, 확실치 않다. 학자들은 장기적으로 소비세율이 2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7월~11월7일까지 달러·엔 추이 (자료=인베스팅닷컴)
 
▶중국 고성장 옛말..제조·서비스업 부진
 
중국 경제가 예전의 고성장세를 구가할 것이란 전망이 무색해졌다. 최근 중국의 제조업·서비스 경기가 모두 후퇴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HSBC는 10월 중국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2.9로 지난 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46.1%를 차지하는 서비스업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 성장세는 둔화될 수 밖에 없다. 10월 제조업 PMI도 악화됐다. 50.8을 기록하며 3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한 것이다. 제조업이 부진한 이유로 내수 부진과 수출 감소를 꼽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10월 수입이 지난해 보다 5.5% 감소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리커창 총리가 6개 항목으로 구성된 소비진작책을 꺼냈으나, 이게 효과를 발휘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수출 동향도 좋지 않은데, 미국의 경제지 포춘은 중국의 10월 수출이 전년비 10.6% 증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 9월의 15.3%에 한참 밑도는 수치다.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고정자산 투자 또한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세계 경기 불안이 커진데다 내수마저 둔화돼 투자금이 줄어든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세계은행(WB)은 중국의 올해 성장률을 7.4%로 예상했다. 이는 중국 정부 추산치인 7.5%를 밑도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경기 활성화를 위해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윤석진 국제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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