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5일 검찰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변호사 7명에 대해 징계 개시 신청을 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법조계는 그야말로 발칵 뒤집혔습니다.
징계개시가 신청된 변호사 7명 중 2명은 기소가 안 된 변호사들입니다. 검찰이 기소되지 않은 변호사들에 대해 징계신청을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최근 서울시공무원간첩사건과 간첩증거 조작사건, 남파간첩사건에 이어 지난달 31일 쌍용차 대한문 집회에 참가했다가 경관들과 몸싸움을 벌인 민변 소속 변호사 5명을 검찰이 기소한 일련의 사건들을 겪어오면서 그동안 팽창할대로 팽창됐던 검찰과 민변의 갈등이 드디어 폭발한 겁니다.
민변은 당장 거세게 반발했고, 급기야 이날 오후에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검찰의 공안탄압"이라며 항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민변이 오후 2시 긴급 기자회견을 한 후, 검찰 고위 관계자가 기자들을 만났습니다. 물론 이번 징계 신청 논란에 대한 검찰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검찰의 이례적인 변호사 징계개시 신청, 그 배경은 뭘까요? 기사로는 민변의 입장을 소상히 보도했습니다. 이번 <검찰인사이드>에서는 검찰 관계자의 말을 꼼꼼히 짚어가며 검찰의 속내를 들여다보겠습니다.
▶"기소된 변호사 5명 징계신청 변호사법상 의무"
이날 검찰 관계자는 쌍용자동차 노동자 관련 집회에서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5명과 기소되지 않은 채 징계 청구를 한 2명에 대한 징계 개시 신청이유를 나눠서 설명했습니다.
우선 기소된 변호사 5명에 대한 징계개시 신청에 대해 검찰관계자는 변호사법상 의무사항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관계자의 말을 그대로 옮겨보겠습니다.
"범죄 수사 과정에서 공무원의 비위가 발견되면 해당 기관에 통보를 한다. 그것과 유사하게 변호사도 검찰이 업무수행 중에 변호사 징계 사유가 발견되면 변협에 통보하도록 변호사법에 규정되어 있다. 변호사법 97조2 징계개시의 신청이다. 간락하게 설명하면 '지검 검사장은 범죄 수사 등 검찰 업무 수행 중 변호사에게 징계사유가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에는 대한변협회장에게 징계 개시를 신청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이 관계자는 변호사 한명 한명에 대한 징계개시 신청 사유를 설명하면서 기소된 혐의사실 역시 설명했습니다.
쌍용노동자 대한문 집회 등 노동분야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권영국 변호사에 대해서는 "2012년 5월부터 2013년 8월까지 7회에 걸쳐 도로를 점거하거나 경찰관을 때려 상해를 입히는 등의 혐의로 지난 6월 불구속 기소됐다"며 "권 변호사에 대해선 지난 3일 '경찰관에게 욕설을 한 혐의'로 추가 기소했고 이 부분도 징계 청구에 추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징계개시 청구를 추가로 하겠다는 얘깁니다.
지난달 31일 검찰이 기소한 이덕우 변호사 등 4명에 대해서는 "질서유지를 위해 서 있던 경찰관을 향해 '집회를 방해하고 있다.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고 했고 실제 체포행위를 하며 20미터 정도 끌고 갔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일반 변호사 4명도 징계신청
민변이라는 진보성향의 변호사단체 소속 변호사들에 대해 징계를 신청한 것이 검찰로서는 껄끄러운 게 사실인 모양입니다. 이 관계자는 이번에 기소와 함께 징계를 신청한 변호사들은 꼭 민변 변호사만 있는게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일반 변호사 4명도 함께 청구했다는 것이 검찰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검찰관계자의 말을 그대로 옮겨봅니다.
"그동안 서울중앙지검은 올해 들어서도 몇 명의 변호사를 기소하면서 징계 신청을 했고 전국적으로도 변호사 징계 신청은 꽤 여러 건의 사례가 있다. 이번에 우리가 징계 신청을 한 변호사는 총 11명인데, 크게 나누면 민변 변호사 7명, 민변 소속 아닌 일반 변호사 4명이다. 일반 변호사들은 대개 최근에 불구속 내지 구속 기소된 변호사들이다."
여기서 잠깐. 일반 변호사 4명은 왜 기소가 됐고, 왜 징계개시가 신청됐는지 잠깐 살펴볼까요?
검찰 관계자가 설명한 대략적인 사유는 이렇습니다. ▲대낮에 맨 정신으로 노상에서 일반인 폭행,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관도 폭행 ▲소송에서 승소한 뒤 상대방 측으로부터 받은 의뢰인의 돈을 받아 '먹튀'(횡령) ▲사업투자 빙자 사기 ▲그냥 일반사기… 요사이 법률가들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참 버라이어티 합니다.
본론으로 돌아와 검찰 관계자의 말을 계속 들어봅니다. 검찰의 이번 징계개시 신청이 크게 논란이 된 이유는 기소되지 않은 변호사 2명을 같이 청구했기 때문입니다.
장경욱, 김인숙 변호사가 그들인데, 공교롭게도 이들은 최근 '여간첩 남파사건'과 '세월호 집회 사건' 등 사회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건을 맡아 법정에서 또는 조사과정에서 검찰과 맞붙은 변호사들입니다. "검찰의 공안탄압, 사법정의에 재갈물리기"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입니다.
▶"기소되지 않은 변호사 2명은 '품위유지의무 위반'"
검찰 관계자는 이 두 변호사에 대한 징계개시 신청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간략히 말하면 (장 변호사는 남파 여간첩사건에서 피고인 이모씨에게) '보위부 문제는 모두 거짓이라고 진술해야 한다'는 취지로 거짓말을 종용했다. 그래서 여간첩이 국정원장 앞으로 편지를 썼다. '변호사가 이상하다. 왜 나한테 허위진술을 시키는지…' 이 편지 내용은 판결문에 인용이 되어서 확인이 된다. 이 부분은 변호사법 24조 변호사의 진실 의무에 반할 뿐 더러 대법원 판례가 요구하는, 변호사는 피의자로 하여금 허위진술을 하도록 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는 정신에 반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변호사법 24조(품위유지 의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 법 2항은 '변호사는 그 직무를 수행할 때에 진실을 은폐하거나 거짓 진술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김 변호사에 대해서는 왜 징계 개시를 신청했을까요?
김 변호사는 일명 '세월호집회 하이힐녀' 사건의 피의자를 수사단계에서 변호했습니다. 세월호 관련 집회에 참석한 한 여성이 하이힐로 경찰관을 폭행한 사건인데요. 검찰 관계자는 김 변호사가 피고인의 진술거부를 강요했고 이 역시 변호사법 위반으로 징계개시 신청 사유라며 다음과 같이 주장했습니다.
"피의자는 있는 그대로 말하고 빨리 법에 정한 절차를 밟고 선처를 바라는 의사가 강했다. 그래서 자백하려고 하는데 김 변호사가 '스톱, 조사 그만'이라고 하면서 피의자를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그리고 진술거부를 강요했고 이후 피의자는 진술을 거부한 뒤 구속됐다. 그 후 피의자는 '김 변호사의 참여를 원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자백하고 법의 절차에 따르겠다'는 취지로 얘기했다. 변호사가 진술거부권을 안내하고 권유할 수 있지만 의뢰인이 진실을 얘기하고 법에 정한 처분을 받겠다는 데 그것을 넘어 의뢰인의 반발을 살 정도로 하는 행위는 변호인의 변론권을 넘어선다. 김 변호사 사례 역시 변호사법 24조 2항 위반이 명백하기 때문에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檢 "이번 사례, 변호권과 진실의무 충돌돼"
장 변호사와 김 변호사에 대한 징계개시 신청 배경을 설명하면서 검찰 관계자는 "변호인의 변론권과 변호사의 진실의무 두 개의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이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 이 부분은 징계 논의 과정에서 치열하게 다퉈질 부분입니다.
검찰 관계자는 이와 함께 매우 의미심장한 말을 합니다. 그대로 옯겨보겠습니다.
"그동안 민변 변호사들의 (지나친)행위가 상당수 있어왔는데, 이제는 사회적으로 또는 적어도 변호사들의 어떤 단체 내에서 최소한 논의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이대로 방치하기엔 너무나 많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판단에서 징계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장 변호사의 징계 개시 신청은 시기적으로 다소 늦은 감이 있습니다. 여간첩이 국정원장에게 편지를 보낸 것은 2012년 7월의 일입니다. 2년도 넘은 얘기지요.
이제와서 징계 개시를 신청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더욱이 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담당한 간첩사건에서 사실상 패한 뒤 '민변 탄압'이라는 의혹과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검찰은 왜 그랬을까요?
검찰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작심한 듯한 발언입니다.
"민변 변호사들이 변론 과정에서 문제를 야기한 게 이런 사건 뿐만이 아니다. 일심회 사건, 왕재산 사건, 각종 간첩사건에서 상당한 물의를 빚어왔다. 사실은 그 순간순간 모두 징계를 청구했어야 했지만 그동안 못 해 온 것이 맞다. (그러나) 더 이상 방치하기에는 문제가 크다고 봤다. (장 변호사의 경우)2년 쯤 됐지만 징계시효가 3년이다. 제반의 민변 변호사들의 문제들이 계속 속출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같이 징계를 신청하게 됐다."
▶"민변 업적 인정하지만 최근 도 넘어"
민변은 그동안 사회 여러 분야에서 사회적 약자와 인권 보호, 권력에 대한 용기 있는 항거 등을 해왔습니다. 지금도 법학도 중에는 민변 변호사들을 이상향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분명 우리 사회의 한 큰 축입니다.
때문에 이번 징계 개시 신청은 검찰 내지는 그 뒤 권력의 '민변 무력화'의 전초전으로도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검찰 관계자는 이 부분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민변의 그동안의 업적은 저도 인정한다. 그것을 우리가 부정할 수 없다. 인권보장의 보루였고, 사회적 약자를 위해 많은 일을 해왔다. 모두 인정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서 조금 도를 넘었다. 길거리에서 불법행위를 하고, 경철관을 폭행하고, 심지어 경찰관을 체포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일반인이라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동안의 업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지만 근자에 일어나는 행위는 조금 도를 지나쳤다. 그래서 어떻게든 사회적 평가를 받고 지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검찰의 징계 개시 신청은 검찰과 민변의 해묵은 갈등 끝의 전면전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보입니다.
민변은 법적대응을 강구하겠다고 경고했고, 검찰 역시 '사회적 평가를 받자'며 물러서지 않고 있습니다.
흔히 법조계는 법원과 검찰, 변호사의 3륜으로 굴러간다고 합니다. 이번 일은 이 중 검찰과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변호사 단체인 민변이 맞붙은 형국입니다.
변호사계에는 민변 외에도 여러 영향력 있는 단체가 있습니다만 이날 아무도 성명이나 논평을 내지 않았습니다.
변호사계는 특히 변협회장 선거와 서울변호사회장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극히 말들을 아끼고 있는 눈치입니다. 법조계 원로들도 아직까지는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제 공은 변협으로 넘어갔습니다. 그러나 어느쪽으로 결론이 나든 검찰 또는 민변은 타격을 입게 됩니다. 민변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가 결정될 경우 소송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법원까지 링 위에 오르게 됩니다. 지금 법원과 검찰청, 변협이 모여 있는 서울 서초동 공기가 심상치 않습니다.<끝>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