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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직투’길잡이)할랄식품의 메카 ‘네슬레’
2014-10-24 07:14:30 2014-10-24 07:14:30
<요즘 여기저기서 '해외직구' 얘기가 많이 나오죠. 이제는 주식도 '해외직투' 시대입니다. 지금까지 국내 증시에만 투자하셨다고요? 전 세계에서 국내 자본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2% 정도. 달리 말하면 전세계 98%의 투자기회를 놓치고 계신 건데요. 해외 직접투자도 국내 주식투자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정보가 없어 막막하시다고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이번 주 투자할만한 해외 기업에 대한 정보를 NH농협증권에서 쏙쏙 뽑아 제시합니다>
  
 
지난달 25일, 아시안게임에서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다. 카타르 농구 대표팀이 이슬람율법에 따라 히잡을 쓴 채 출전할 수 없어 몰수패를 당했다. 또한 쿠웨이트 선수는 철인 3종 경기에서 히잡을 쓰고 경기에 출전하여 눈길을 끌었다.
 
이슬람 율법은 매우 까다로운 종교 규율로서 생활 깊숙히 자리잡고 있다. 이처럼 까다로운 율법을 가지고 있어 먹는 것도 아무거나 먹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이슬람 율법을 따르는 사람들은 외식 또는 식품을 구입할 때 어떻게 할까?
 
이슬람 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이슬람 종교단체의 국제표준인 할랄 인증을 받은 식품, 화장품, 의약품을 선호한다. 할랄(Hala)이란 이슬람 뜻으로 ‘허용할 수 있다’라는 뜻이다. 즉 이슬람 종교 기준을 통과한 제품이란 의미이다.
 
이슬람의 할랄식품이 떠오르는 이유다. 16억 명의 이슬람 인구가 먹는 할랄식품 시장 규모는 2조 달러에 달한다. 이처럼 성장하고 있는 할랄식품 시장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다국적 기업들의 경쟁은 치열하다.
 
그런데 할랄 식품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준비할 것이 의외로 많다. 단순히 제품에 대해서 인증 받는 것뿐만 아니라 해당 식품을 만드는 과정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이 이슬람율법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 한마디로 식품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진입 장벽이 매우 높고, 고객맞춤 전략이 필요하다. 할랄식품 시장을 일찍부터 준비해온 스위스기업 네슬레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네슬레 로고 (자료=네슬레)
  
네슬레는 1866년 앙리 네슬레에 의해서 세워진 회사다. 자신의 이름인 네슬레가 어머니의 따뜻함과 온화함을 연상시킨 네스트(Nest)와 비슷하여 브랜드화 했다고 한다. 약사인 그는 곡식가루와 설탕, 우유 등을 혼합하여 ‘페린락테’라는 분유를 만들면서 사업을 시작해, 지금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했다. 회사의 매출 구조를 살펴보면 음료를 시작으로 우유 및 아이스크림, 영양, 초콜릿 등 매우 다변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불황에 강한 사업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네슬레 사업별 비율 (자료=NH농협증권,Bloomberg)
 
불황에 강한 사업구조를 가진 네슬레는 예로부터 기관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주식이었다. 사실 네슬레의 사업 구조는 매우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워 약세장에서 기관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를 주로 차지한 종목이기도 하다.
 
기관투자자 보유현황 (자료=NH농협증권,Bloomberg)
 
하지만 최근 네슬레의 주가를 살펴보면 우려감부터 생긴다. 유럽의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스위스 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는 네슬레의 주가 흐름도 부진하다. 특히, 재무비율을 살펴보면 최근 주가 하락이 이해가 된다.
 
지난 2010년부터 꾸준히 증가했던 매출총이익과 순이익은 다소 정체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회사측에서는 예측하지 못한 환손실이 발생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순이익도 460억 스위스프랑으로 감소했고 성장률도 4.7%로 예상치보다 부진하다.
 
네슬레 주가차트 (자료=NH농협증권 GTS)
 
마지막으로 투자자들이 챙겨야 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배당이다. 네슬레는 매우 주주 친화적인 기업이다. 상반기 중간 보고서에 따르면 80억 주의 자사주 매입을 2014년과 2015년에 진행한다고 약속했다. 상반기 실적은 다소 부진하더라도 2014년 전체 실적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입장이다.
  
네슬레 재무 데이터 (자료=NH농협증권,Bloomberg)
네슬레 조정 주당순이익 (자료=NH농협증권,Bloomberg)
 
네슬레는 최근 몇 개월 동안의 주가 흐름으로 인해 시장의 관심에서 벗어난 주식이 됐다. 하지만 네슬레는 지금 변하고 있다. 유럽에서 출발한 기업이 미국을 거쳐 이머징 마켓 식품시장의 선두주자로 올라서고 있는 것이다.
 
자기 자식이 귀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몇 년 전 멜라민 분유 파동을 겪었던 중국 엄마들이 네슬레 분유를 선호한다는 얘기는 이미 유명하다. 그렇다면 중국 엄마들만 극성스러운 걸까? 필자의 분석으로는 엄마들의 마음은 대부분 동일하다. 검증된 제품을 믿고 싶어 한다. 맛과 영양, 안전 이 세가지면 되는 것이다. 이 세가지를 채우는 기업이 바로 네슬레다.
 
맛과 영양을 강조하는 네슬레 식품 (자료=네슬레)
 
네슬레는 지역별 사업부문 이머징마켓 성장률을 9.7% 로 예상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의 고성장을 예상하지만 실제 데이터는 남아메리카 국가들인 브라질, 멕시코에서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이 나오고 있다. 이외에도 필리핀, 터키, 파키스탄 그리고 아프리카 국가들의 성장속도가 매우 빠르다.
 
특히 네슬레가 자랑하는 프리미엄 생수인 네슬레 퓨어 라이프의 사업 부문이 떠오르고 있는 현금 젖소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영유아 시리얼과 과자는 여전히 네슬레의 탄탄한 사업부문으로 활약하고 있다.
  
프리미엄 생수 퓨어라이프 (자료=네슬레)
 
다시 서두에서 꺼냈던 할랄식품으로 돌아가 할랄식품의 기준을 한번 살펴보자. 알라신의 기준은 대한민국 사람들은 지키기 어렵고 또 이해하기 힘든 문화적 차이가 있다. 그 기준은 다음과 같다. 
 
• pork or pork by products
(돼지고기 또는 돼지고기 제품)
• animals that were dead prior to slaughtering
(도축 전 죽은 동물)
• animals not slaughtered properly or not slaughtered in the name of Allah
(도축 방법이 부적절하거나 알라의 뜻으로 도축이 금지된 동물들)
• blood and blood by products
(혈액과 혈액제품)
• alcohol
(알코올)
• carnivorous animals
(육식을 하는 동물들)
• birds of prey
(독수리, 매, 부엉이 등의 맹금류)
• land animals without external ears
(귀가 외부로 나와있지 않은 육상동물)
  
이슬람 율법에 따라 해당 음식을 먹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느낌만으로도 건강이 좋아질 것 같다. 우선, 술과 돼지고기 등 고지혈을 유발하는 음식들을 멀리 하게 되면 율법만 따라도 웰빙생활이 될 것이다.
 
할랄산업개발회사에 따르면 무슬림 인구는 2030년까지 전세계 인구의 27%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무슬림 인구의 증가로 새로운 시장이 새롭게 열리고 있다.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인도, 방글라데시, 중국에서 무슬림 인구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할랄식품의 시장규모도 현재 6800억 달러에서 2조 달러 규모로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까다로운 이슬람 율법에 맞춘 할랄인증을 받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선점 효과가 매우 강하게 작용한다. 네슬레는 오래 전부터 할랄식품 시장에 대비해 온 기업이다. 계속해서 소비자들에게 안전-맛-영양을 강조해온 마케팅 비용 지출이 이제 빛을 볼 때가 된 것 같다. 네슬레 주식이 더 이상 경기방어주라고 볼 수 없는 이유이다. 새로운 뉴노멀 식품 기업이 될 네슬레를 지켜보자.
 
김규배 NH농협증권 국제영업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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