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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삼성..'사회적기업' 향한 패러다임 전환
계열사 전문성, 대규모 인력 활용한 사회공헌프로젝트 눈길
2014-10-31 15:21:11 2014-10-31 15:21:11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반(半) 사회적 기업'. 한때 삼성을 향해 재계 관계자들이 우스갯소리로 사용하던 표현이다. 사회에 반하는 기업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반만 사회적인 기업'이라는 뜻이다. 삼성그룹의 사회공헌 활동이나 이미지 쇄신 노력이 역사나 규모, 명성에 비해 다소 부족했다는 평가를 담아내는 질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삼성에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삼성전자(005930) 반도체 직업병 문제에 대해 대표이사 명의로 공식 사과한 데 이어 피해자 보상과 재발방지 대책에 나섰고, 삼성전자서비스 기사들에 대한 처우 및 근로여건 문제에서도 전향적인 태도로 합의를 이끌어냈다. 모두 삼성그룹 수뇌부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해결의지를 나타냈다.
 
물론 반도체 직업병 문제의 경우 문제 해결 과정에서 반올림과 대립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피해자 및 가족들로 이뤄진 피해대책위원회와 김지형 전 대법관을 중심으로 하는 조정위원회 설립에 합의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아직 문제 해결까지 갈 길은 멀지만 삼성의 행보 이후 SK하이닉스도 전향적인 직업병 종합대책을 준비하기 시작하는 등 반향을 일으켰다.
 
◇박근희 단장 선임 이후 힘받은 삼성사회봉사단
 
무엇보다 특징적인 변화는 삼성사회봉사단을 중심으로 한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사회공헌활동이다. 올해 박근희 전 삼성생명(032830) 부회장이 삼성사회봉사단장을 맡은 뒤부터 사회봉사단에 무게가 실리면서 체계성이 부여됐다는 평가다. 특히 IT, 의료, 서비스 등 계열사별 전문성을 강조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사회적 기업'의 패러다임을 지향하기 시작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뒤따랐다.
 
박근희 삼성사회봉사단장은 삼성그룹 역사상 첫 부회장단 출신의 사회봉사단장이다. 한마디로 그룹 내에서 힘이 있다. 박 단장은 삼성캐피탈, 삼성카드(029780), 중국본사에 이어 2010년부터 삼성생명을 이끌었으며 지난 2012년 인사 때에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삼성 사장단 중에서는 흔치 않게 10년 동안 CEO 역할을 수행해온 경영인이기도 하다.
 
통상 주요 계열사 경영진이 사회봉사단으로 이동할 경우 예우 차원이나 좌천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지만, 박 단장의 경우는 달랐다. 박 단장의 경우 중국본사를 맡았던 시절에도 중국 내 사회공헌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삼성생명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에도 사회공헌 활동에 주력하는 등 해당 분야에 깊은 관심을 나타낸 바 있다.
 
그룹 관계자 등에 따르면 연초 박근희 단장은 삼성사회봉사단 직원들에게 삼성그룹 배지를 달도록 지시했다. 통상 삼성그룹 배지는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내에서도 인사팀이나 대외활동을 주로 하는 부서에서만 착용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사회봉사단이 대외적으로 삼성의 얼굴이자 자부심이 되어야 한다는 차원이라는 해석이다. 그만큼 어깨에 짊어진 부담과 책임은 커졌다.
 
31일 삼성사회봉사단에 따르면 삼성은 현재 총 30개 계열사에 112개 자원봉사센터와 4226여 개 자원봉사팀을 운영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10개의 지역총괄을 중심으로 85개국에서 지역맞춤형 사회공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 1994년 봉사와 상생의 정신을 실천한다는 취지에서 국내 기업 최초의 사회공헌 전담 조직인 사회사회봉사단을 설립했다.
 
삼성사회봉사단은 그룹 전체의 사회공헌 사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전기 등 전자·IT 기업들의 특기를 살린 각종 혁신 제품, 삼성화재와 삼성에버랜드의 안내견 사업, 에스원의 인명구조단 등 각 기업의 성격에 맞는 공헌뿐만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드림클래스, 글로벌투게더, 삼성멘토링 등 교육 지원 사업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가 우즈베키스탄에 기증한 '다이나모 바이시클'(Dynamo Bicycle) 자가발전 자전거.(사진=삼성)
 
◇‘착한 기술’ 등 계열사별 전문성 살린 전문 봉사단
 
대들보인 삼성전자는 '착한 기술'이라는 가치를 내걸고 IT 기술력을 활용한 각종 혁신 기기를 개발하는 방식으로 사회공헌에 참여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용 안구 마우스, 태양열을 사용하는 프로젝터, 전기를 생산하는 자전거 등의 기기를 개발해 장애인, 저소득층을 지원했다. 특히 9개월 동안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개발한 태양광 충전 프로젝터(햇빛 영화관)는 에티오피아에 시범적으로 지원됐다.
 
삼성화재(000810)와 삼성에버랜드가 협력해 진행 중인 시각장애인 안내견 사업 역시 국내 최대 규모와 전통을 자랑한다. 지난 1993년 처음으로 안내견을 지원하기 시작한 삼성은 현재까지 총 169마리의 안내견을 조련해 시각장애인들에게 무상으로 기증했다. 삼성 관계자는 "조련 과정부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정부뿐만 아니라 안내견 사업을 대규모로 벌이는 기업체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사업 배경을 설명했다. 필요하지만 지원은 없는 비참한 현실을 기초로 삼성이 나섰다는 얘기다.
 
각 계열사들의 전문성을 살린 전문봉사단도 삼성이 자랑하는 사회공헌 활동 중 하나다. 삼성병원 의료봉사단은 지난 2006년 창단 이후 국내외를 막론하고 의료 사각지대에 의료혜택 나눔을 전개하고 있다. 삼성에 따르면 국내 의료 사각지대인 철원, 상주, 보성, 태안, 영동 등과 잠비아, 에티오피아, 세네갈, 카메룬, 탄자니아, 인도 등 해외에서 진행된 총 67회의 의료서비스를 통해 현재까지 총 2만9455명이 무료 진료 혜택을 받았다.
 
같은 해 창립한 삼성법률봉사단은 9월 기준 현재 삼성그룹에서 260여명의 변호사가 활동하고 있으며, 법을 잘 모르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무료 법률상담 서비스 및 서울 경기지역 중학교에서 학교폭력 예방 및 근절 강의를 하고 있다. 지난해 법률상담 3000여건, 청소년 형사 무료 변론 8건 등을 지원해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약 2만6000건의 무료 상담 및 변론 활동을 수행했다.
 
교육 양극화 해소 역시 삼성그룹의 대표적 사회공헌 분야 중 하나다. 삼성그룹은 현재 희망네트워크(초등학생), 드림클래스(중학생), 열린 장학금(고등학생) 등의 사업을 진행 중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단순히 이벤트성, 시혜성 사회공헌이 아니라 기업이 잘 되려면 체계적인 사회봉사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의미의 사회공헌을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모잠비크에서 봉사 활동 중인 삼성사회봉사단 직원.(사진=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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